[피플파워] 아트 프로젝트 '토닥' 홍진실

홍진실, 우리 나이로 스물다섯 살이다. 그녀는 지금 애니메이터를 꿈꾸고 있다. 자신이 할 일에 대해 계획과 전망을 이야기하는데, 거침이 없다. 그만큼 많이 고민하고 조사하고 공부한 것은 물론이고 애정을 갖고 스스로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실 씨가 하는 애니메이션 작업이나 아트작업은 지방에서는 조금 생소하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지만 애니메이션 또한 기술력과 제작시스템이 서울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지방에서는 엄두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현재 진주에서 또래 청년들과 아트 프로젝트팀 ‘토닥’을 꾸려나가고 있다.

홍진실 씨./권영란 기자

“팀원들끼리 서로 토닥거리며 의지하면서 하자, 사람들의 마음을 토닥일 수 있는 작품과 활동을 하자는 뜻으로 ‘토닥’이라 했다.”

진실 씨가 일하는 ‘토닥’은 진주시 강남동 좁은 골목 끝에 위치하고 있었다. 강남동은 오래된 구도심이지만 가까운 거리에 남강과 진주성을 두고 있어 문화동네로 급부상하고 있는 곳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진주지역에서 진실 씨와 ‘토닥’의 활동은 눈에 띌 정도다. 해바라기 아동센터 달력을 제작하고 뮤직비디오와 단편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상영하고 동네나 상가의 벽화를 그리고…. 이렇게 모여서 활동하고 지역 사람들과 연계를 하다보니 자신들의 관심사가 더욱 확장됐다. 그리고 지역 단체들과 같이 작업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이 주어졌다.

휴학 후 상경, 월 40만원으로 생활

“고등학교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다. 예고를 가고 싶었지만 부모님이 완강하게 반대했고 미술학원조차 갈 형편이 안 되었다. 미술대학을 가고 싶었지만 집에서는 “대학은 교대로 가고 미술은 취미로 해라”고 하셨다. 근데 대학가서 영문학을 전공하면서 포기하지 못했다.”

진실 씨는 대학 3학년 때 진주미디어센터 자원활동가로 시작하면서 애니메이션을 하고 싶다고 했다.

“처음엔 만화를 그렸지만 하다보니 안 맞더라. 정지된 프레임에 그림을 그리는 게 왠지 밋밋하더라. 단편 애니메이션 ‘핫도그’를 제작하면서 남들 하는 말로 개고생했지만 애니메이션이 내가 표현할 수 있는 것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매체라는 걸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애니메이션은 프레임을 만들고 채우는 게 물리적 한계가 없다. 재미있다.”

진주미디어센터를 들락거린 지 얼마 후 센터 박기식 전 대표가 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주선해주었다. 휴학을 하고 서울로 가서 배급팀과 제작스텝으로 활동했다.

홍진실 씨(우측)./권영란 기자

“서울 생활은 협회에서 나오는 활동비로 했다. 처음에는 월40만원, 나중에는 80만 원정도 받았는데 고시원 방값을 내고나면 최소 식비와 교통비였다. 그런데 부족하지 않았다. 야근을 할 때가 더 많았고 늘 사람들과 기획하고 일했다. 돈이 있어도 쓸 시간이 없었을 거다. 다행히 공모전에서 상금 받은 것을 예비비로 들고 가서 비상시에는 쓸 수 있었다.”

부모님의 반대는 없었냐고 묻자 진실 씨는 큰 소리로 웃었다.

“계획을 확실히 해서 말씀드렸더니 큰 말씀은 없었다. 하지만 서울로 출발하기 3일 전까지 반대했다. 지금은 지난해 친구들과 작업실을 내고 이사를 할 때 아버지께서 봉고차를 빌려 이사를 도와주셨다. 하지만 얼마 전에도 술이 거나하게 되셔 집으로 돌아와 ‘꼭 해야것나?’라고 말씀하셨다. 경제적 독립을 하고나서는 큰 반대는 없지만 여전히 100%를 지지를 하시진 않는 것 같다. 지금이라도 방향전환을 하길 바라는 것 같다.”

1인 제작시스템 애니메이션 구상 중

진실 씨의 작업은 진주에 돌아와 4학년으로 복학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나처럼 이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학내를 중심으로 친구 장준영과 포스터와 전단지를 배포했다. 그때 찾아온 친구들 중 지금까지 남아있는 6명이 ‘토닥’을 꾸린 거다.”

처음에는 경상대학교 도서관과 창업보육센터 공간을 활용했다고 한다. 그런데 불편한 게 많아져 2010년 3월 독립공간을 마련했다고 한다.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25만 원. 월세는 팀원들이 공동분담했는데 1년 지나다보니 각자의 사정이 생겼다고. 지금은 공간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 진실 씨가 조금 더 부담을 한단다. 작업실 마련 후 크고 작은 일을 맡아하면서 곧장 사업자등록증을 낼까 했지만 팀원들과 의논 끝에 먼저 활동을 좀 더 넓히고 준비를 한 뒤 내자는 결론을 얻었다.

./권영란 기자

“이번 7월에는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토닥’을 주축으로 지역의 젊은 아마추어 예술가들이 함께하는 전시회다. 자체적인 기획과 동시에 대외적으로는 지역아동센터나 시민단체와 협업하니 우리가 할 일들이 훨씬 많아졌고 다양해졌다. 특히 진주YMCA에서 우리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다. 지난해 ‘강남동마을만들기 프로그램’에서 동네 구석구석을 취재 후 마을지도를 그린 일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처음해 본 작업이었다. 물론 우리의 수익사업이었다. 지역사회에서 많은 분들이 우리를 도와주고 있다. 지난해부터 10월에는 지역문화예술단체와 결합해 골목길아트페스티벌을 하고 있는데 우리는 윈도우페인팅을 맡아 했다. 재미있었다. 매년 작업을 맡아해 볼 생각이다.”

홍진실 씨./권영란 기자

진실 씨와 동료들의 작업실 ‘토닥’은 주인장들의 업무와 취향을 엿볼 수 있었다. 우편함과 실내 벽화, 작업지침표 등이 남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건장한(?) 고양이 다섯 마리. 한 마리 씩 입양하다보니 어느새 다섯 마리란다. 주인들이 없는 공간에서 고양이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정신 사나워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데 진실 씨와 나머지 주인장들은 전혀 문제가 없다는 행동이다. 문득 이 고양이들도 진실 씨의 작품 소재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경상대학 행정인턴으로 있고 관련학과 대학원을 준비 중이다. 올해부터는 프리랜서 활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개인 작업으로는 상반기 단편 2편과 하반기 1편, 또는 웹시리즈 1편을 제작 구상하고 있는데 이 작품들은 독립애니메이션 전문배급사에 유통을 의뢰한다. 돈 버는 것보다 스타일이나 연구하는 게 목적이다. 성향상 대중애니메이션보다는 독립애니메이션을 더 마음에 두고 있다. 1인 제작시스템을 할 것이다.”

작업실 한 쪽에 있는 ‘작업 중’, ‘작업만이 살 길이다’ 등의 안내판에서 진실 씨와 ‘토닥’ 동료들이 자신들이 하는 일에 얼마나 집중하고 애정을 가지고 있는 지를 엿볼 수 있었다.

고양이와 '작업중' 표지판./권영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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