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자 임정향 씨 '창동 노스탤지어 투어' 참여 후기 2편

창원시와 경남도민일보 부설 지역스토리텔링 연구소 주최로 지난 11일과 12일에 걸쳐 옛 마산 일대에서 열린 '창동 노스탤지어 투어'.

'창동 노스탤지어 투어'는 마산 출신 출향인들이 고향을 찾아 지난날을 추억할 수 있도록 기획된 행사다. 마산 출향인 참가자 15명은 이틀 동안 국립 3·15 민주묘지, 회원현성지, 문신미술관, 창동-오동동, 돝섬, 저도 등을 돌며 옛 마산이 가진 문화예술의 향취와 맛, 그리고 멋을 담뿍 안아갔다.

이들 참가자 가운데 임정향 씨가 보내 온 행사 참여 후기 두 번째 편이다.

◇회원현성지에 서서 = 회원현성지는 처음 가본 곳이다. 이곳에서는 마산 시내가 시원하고 훤하게 보였다. 하지만 왜 그렇게 고층 아파트가 난개발처럼 들어섰는지…. 많이 안타까웠다.

이곳저곳을 둘러보다 내가 다닌 모교 성호초등학교가 눈에 띄었다. 무엇보다 교문과 함께 좌우에 히말라야시더 나무가 아직도 지키고 있음에 왠지 콧등이 시큰해졌다. 세상에나 무수한 세월을 저토록 변함없이 서 있다니. 성호초등학교 조상 할아버지 나무(좌), 조상할머니 나무(우)라고 부르고 싶다. 늦었지만 큰 어르신 두 나무에게 인사를 올렸다.

학교를 가보지 못한 것이 아쉽긴 했지만, 아쉬운 대로 옛 임항선 철길을 따라 부림동 시장으로 갈 수 있었다.

부림시장도 외적으론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었지만, 아쉽게도 과거 상인들과 물건을 사러 나온 사람들로 북적대던 시장통 특유의 에너지와 역동성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회원현성지(위)와 회원현성지에서 바라본 마산 전경(아래).

◇동심을 느끼게 해 준 미션 수행 = '창동 노스탤지어 투어' 프로그램에는 창동을 돌며 '마산과 창동-오동동'에 대한 미션을 수행하는 것이 있었다. 

이를 창동 한 복판에서 하라니!

미션 수행을 위해 고려당에서 통단팥빵을 사서 인증샷도 찍고, 또 복희네 집에 가서 복희 언니와 오지랖 좋게 이야기 나눴다. 하다보니 복희 언니 동생 금희는 나와 같은 제일여고 동창임을 확인까지 했다. 시원한 팥빙수와 따듯한 단팥죽을 번갈아 먹으며, 둘 다 입 안에 착착 감겨오는 그 맛에 "이것이 진짜배기 명품 팥빙수"라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복희집 인증샷도 찍고, 카메라 인터뷰도 한 뒤 곧 황금당을 찾아다녔다.

   
 

창동 골목골목 미션 수행 하느랍시고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녔다. 마흔이 다 넘은 중년들이! 그래도 내 속에 있는 해맑은 동심의 영혼을 만나 그 시절 천진난만함을 다시 느낀 순간이었다.

◇문신 예술은 빛났지만, 도시는 어두웠다 = 문신미술관은 말만 들었지 처음 가본 곳이다. 참 인상적이었다. 나는 조각에 대해 문외한이지만 전시된 작품을 보니 작품 하나하나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다. 진짜 세계적인 예술 작품은 세상 누구나와 소통이 되는구나 싶었다. 이 모두 각자의 주관이더라도. 그래서 예술이리라.

몇가지 아쉬운 점은 공간이 더 넓었으면 하는 점과 시야를 가로막는 아파트들이었다. 문신미술관은 전시 장소가 좁아 선생님 작품이 더 가치를 발해야 하는데 왠지 갇혀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또 미술관은 지대가 높아 야외 마당에 서면 탁트인 마산 앞바다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다닥다닥 붙어있는 아파트 단지들과 마산 앞바다 전경을 가로막는 몰상식한 고층아파트들 때문에 되레 눈맛을 버렸다.

옛 마산시가 재원 조달이 힘들어서인지 이런 대단한 예술가와 세계적 예술 작품을 담은 그릇과 제반 여건들이 그 가치의 반도 못 따른다는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금 이 상태도 잘 보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주민은 물론 타지에 사는 마산 출향인들 역시 많은 관심을 가져야 된다고 본다.

◇통술, 문화 그리고 사람 = 내 어린 시절에는 통술을 접해보지 못했다. 어른이 돼 서울에서 매체를 통해 마산 통술 문화를 알게 됐고, 이번 투어를 계기로 직접 만나게 된 것이다.

이날 통술집에 나왔던 음식들은 내가 다 좋아하는 것들이었다. 특히, 각종 해산물류가 눈에 밟힌다. 그리고 찌짐도. 방아가 들어가서 향긋하니 맛있었다.

오동동 목화통술에서 열린 만찬 모습.

마음만 먹으면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별거 아닌 음식도 지역적으로 묘하게 맛이 갈린다. 서울내기들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무조건 경남 음식 짜고 맵고 맛 없다고들 한다. 나는 딱 잘라 말한다. "이것들아! 너거들 입맛이 억수로 촌스러븐기라. 그런 거는 전혀 생각 안 해봤제?"

이날 만찬에선 새로운 인연을 많이 만났다. 마산문화원 영화자료관 이승기 관장님, 음악인 정영숙 선생님, 극단 마산 이상용 대표님, 그리고 창동 살리기에 발 벗고 뛰는 '추산동 소녀' 김경년 간사님, <굿바이 마산>을 연출한 허성용 감독님 등등…. 이들은 이번 투어에 훈훈함을 배가해주셨다.

모두들 처음 보는 사람들인데도 '낯설지 않음', '때묻지 않은 정'을 느끼게 만들었다. 특히, 이날 만찬 자리에는 30여 년만에 만난 중학교 동창 김은정(현 경남대 국어교육과 교수)을 만나 더욱 감회가 새로웠다. 세번 강산이 바뀌어 만났는데도 엊그제 제일여중 진달래 교정에서 만난듯 그 목소리, 그 액션, 그 톤으로 둘이서 수다를 떨었다는 것이다.

이들과 만남에서 느낀 점은 어떤 도시 문화든 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있기에 빛을 발한다는 것이었다.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마산 출신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만났음에도 그렇게 반가울 수 있고 즐거울 수 있다는 것. 이것이 바로 '고향의 힘'인 것 같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참석자 모두 한 마음으로 그렇게 느꼈으리라.

/임정향(영화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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