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종 부산스럽고 거침없는 행동…위에 치우친 열 다스리면 효과

산만한 아이 때문에 상담을 하는 부모들이 가끔 있다. 부모들은 아이가 주의력이 부족하거나 학습에 대한 집중시간이 짧으면 대개 산만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 이는 부모의 성격과 가치관에 따른 주관적인 판단인 경우가 많다.

부모 성격이 차분하고 내성적이면 아이 성격이 단지 외향적이고 활동적일 뿐인데도 산만하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5세 이전 아이들은 발달 과정에서 활동량이 많은 시기이고 학습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도 짧다. 때문에 산만한 것과는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고, 주의력이 부족한 것과 호기심이 많은 것도 차이를 둬야 한다. 즉 산만함이 병적인 것인지 아니면 생리적 현상인지에 기준이 필요하다.

산만한 아이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부산스럽게 움직인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지나쳐 낯선 곳에 가서도 이것저것 함부로 만진다. 침대나 소파에서 뛰거나 구르며, 장롱을 타고 올라 높은 곳에서 뛰어내린다. 이처럼 위험에 대한 인지력이 부족해 부모가 보기에 위험해 보이는 행동을 하는 특징이 있다.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은 행동이 나타날 때 말로써 통제가 잘 되지 않으면 산만하다고 볼 수 있다. 정해진 공간을 벗어나지 않거나 규칙에 대한 인식을 하고 있거나 말로 통제가 가능하다면 산만하다기보다는 소아의 생리적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산만한 아이들은 대체로 '열성(熱性) 기운'(열이 많은 성질)이 위쪽으로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다. 불의 기운처럼, 항상 위로 향하고 가만히 있지 않고 움직이는 것과 같은 현상이 아이들 행동에도 반영되는 것이다. 불을 가두어 두면 폭발하듯, 가만히 있으면 갑갑하기 때문에 움직여서 열을 발산하고자 하는 것이다.

산만함과는 다르게 성격이 급하고 참을성이 부족한 경우가 있는데, 성격이 급한 것은 몸의 기능이 항진되어 있어 나타난다. 신체적인 특징으로는 조금만 움직여도 얼굴이 쉽게 붉어지거나 땀이 많은 경향이 있다. 열이 상부 쪽에 편중되어 산만한 경향이 나타난다면, 성격이 급한 것은 전체적으로 열이 많은 체질이라고 할 수 있다.

가만히 있으면 아이가 아니라고 했다. 항상 기운이 없고 의욕이 없거나 움직이기 귀찮아하는 아이보다는 움직임이 많은 것이 아이의 생리에 맞고 건강한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소아의 생리적인 특징을 가리켜 '양상유여 음상부족'(陽常有餘 陰常不足)이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다. 생장을 위한 기능은 항상 왕성하지만 그것을 뒷받침하기 위한 물질적 기초는 늘 부족해지기 쉽다는 말이다. 양상유여 하기 때문에 움직임이 많은 것이고, 음상부족 하기 때문에 그것을 보충하기 위해서는 많이 먹고 많이 자야 하는 것이다.

ADHD(주의력 결핍-과잉행동장애)처럼 병적인 산만함이 아니라면,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산만함은 병이기 보다는 물질적 기초가 부족하여 나타나는 현상인 것이다. 타고난 성격을 바꿀 수는 없지만 육체의 균형이 깨져 나타나는 행동의 현상은 열을 진정시키고 기운을 아래로 수렴시켜주면 어느 정도 개선할 수 있다. 산만한 아이를 통제하기 위해 강압적인 수단을 사용하기에 앞서 왜 그런지 원인을 먼저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옥상철(창원시 마산회원구 아이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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