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용호의 '우포늪에 오시면'] (14) 초여름의 녹색 우포늪은 엄마의 마음

올해가 시작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의 반이 다 되어가는 5월 하순입니다. 어느 수필가는 5월을 '신록의 계절'이라 칭하며 예쁘게 태어나는 귀여운 잎들과 녹색을 예찬하였습니다.

여러분들은 녹색이 가득찬 5월의 나무와 산을 바라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우포늪에선 4월이 신록의 시간이고 5월은 다양한 생명들이 우포늪을 방문하는 우리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보여주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때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포늪을 대표하는 수생식물인 가시연꽃의 잎들은 물속에서 열심히 커가고 있습니다. 마름은 우포늪 수면 위로 그 줄기를 늘려 가고 있고, 버드나무는 4월에 꽃가루들을 날리기 시작해 물가와 물을 하얀 눈가루가 내린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듭니다. 우포늪에 오셔서 혹시 솜사탕 같이 하얀 뭔가를 보신다면 버드나무의 부지런한 꽃가루라고 생각하셔도 될 것입니다. 개구리밥은 벌써 엄청난 숫자로 늘어났고 메자기도 빠른 것은 꽃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닭과 쇠물닭은 새끼를 번식하느라 바쁩니다. 7월이나 8월 홍수가 오기 전에 새끼들이 빨리 자라서 어서 독립해주기를 바라는가 봅니다. 5월 22일은 국제생물다양성의 날입니다. 2008년 중국에서 들여온 2마리의 따오기는 올해 19마리로 늘어났습니다. 우포에서도 다양한 생물들이 자신들의 다양한 존재를 알리기 위해 이른 봄부터 노력해온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지포둑과 맞닿은 언덕배기에 있는 250년 된 포구나무(팽나무) 둘레에는 언제나 바람이 분다. /김훤주 기자 

우포늪생태공원의 입구, 우포늪에 들어가기 전 물을 먹는 곳이 있습니다. 그 옆에는 우포늪에 갔다온 후 발에 묻은 먼지를 털기 위해 사용하는 에어브러시(air brush)를 경남은행에서 기증하여 방문객들이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금 그곳은 당분간 사용할 수 없습니다. 부근에 있는 나무에 딱따구리가 새집을 만들어 막 태어난 새끼를 키우고 있기 때문이죠.

우포늪에 오시면 오랜만에 시 한 수 읽으며 돌아보면 어떨까요? 우포늪에 대한 많은 시들 중, 송미령 시인이 지은 '우포늪에는 맨발로 오세요'를 소개합니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가 되는 우포늪에 오실 땐 맨발로 오세요/ 사시절 모양 색깔 모두 다른 우포에는 맨발로 오세요 / 수초에 뒤덮인 퇴적늪의 단단함을 때론 살얼음 차가움을 자분자분 맨발로 느껴보세요.

늪이 살아 있음을 느끼시려면 김군자 해설사가 추천한 바와 같이 우포늪의 제1구간 자전거 탐방로 끝부분에서 내려 걸어가면 만나는 사초평원이 좋을 것입니다. 자연늪? 하니까 생각나는 곳 중의 또 한 곳은 우포늪생태공원의 건너편에 위치하여, 우포늪의 많은 수생식물을 만지고 작은 배도 탈 수 있는 체험을 위해 창녕군이 진행중인 '우포늪수생식물단지'가 있는 주매리의 주매제방 밑에서 사지포로 향하는 길에서도 다양한 생물과 원시 자연늪의 형태를 간직한 이탄층을 만날 수 있습니다.

비오는 우포늪과 새벽 우포늪은 두말 할 나위없는 곳이죠. 새벽을 놓쳤다면 아침의 우포늪 또한 방문객을 감성적으로 인도해주는 매력적인 곳이죠.

우포늪에 오는 방문객들에게 추천할 곳이나 광경을 물어보니 해설사 박영래씨는 창포향기, 찔레꽃 향기를 맡아보라고 권합니다. 또 다른 해설사 유성봉 군은 "우포에 오시는 분들에게는 늪의 냄새를 맡아보라고 권해주고 싶다"고 합니다. 조윤선 양은 왕버들군락을 보시라고 합니다.

우포늪을 대표하는 나무 중에서는 왕버들이 또한 으뜸 중의 하나입니다. 왕버들군락은 장재마을 입구에 있는 것이 멋있습니다. 많은 연예인들과 사진가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죠.

우포늪에 오시면 버드나무를 유심히 보시기 바랍니다. 어느 해설사가 말합니다. "버드나무에 난리가 났어요". 무당벌레와 버드나무잎벌레의 유충과 번데기가 매달려 있음을 보실 수 있습니다. 나뭇잎을 먹고 자라고 있어 마치 나무들이 죽어가고 있나 하는 생각도 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약간은 징그럽게 보이기도 하지만 변태과정을 거쳐 빨간색 본연의 색깔을 가지고 날아다니면서 해충들을 먹으면서 농부들에게 유익한 일들을 할 것입니다.

마름과 가시연꽃은 우포늪을 대표하는 수생식물입니다. 지역주민들은 가시연꽃을 지머구라 불렀는데, 가시가 많은 잎이나 꽃과는 달리 줄기는 매우 부드러워서 나물을 만들어 먹었다고 합니다. 콩만한 가시연의 씨는 가위처럼 길쭉하게 잎이 나와서는 약간 둥근 모양을 하다가 나중엔 우리에게 익숙한 모습인 둥근 모양이 됩니다. 2m나 된다는 한국 최대의 잎이 만들어지는 것이죠. 가시연꽃은 아름다움과 크기로 우포늪을 찾는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고, 그 꽃을 직접 보지 못한 방문객들은 한 번쯤 우포늪 현장에서 보고 싶어하는 물에 사는 귀한 식물의 꽃입니다. 하지만 홍수로 비가 많이 오면 보기 힘드니 여전히 자연에 의존하는 우리 인간들을 생각하게 합니다.

어느 어여쁜 여자분이 와서는 "나처럼 예쁘게 생긴게 우포에 어디 없나?" 하고 돌아보다가 가시연꽃을 본 뒤 아름다움을 질투하며, "나보다 조금 못 생겼네" 하면서 돌아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마름은 말밤으로 잘 알려진 수생식물입니다. 모양이 매우 특이하여. 부산에서 온 초등학생은 "소나 송아지 같기도 하고, 외계인 같기도 하면서 또 어떤 것은 사람 얼굴처럼 생겼네"라고 말한 것이 생각납니다.

마름은 가시연꽃처럼 예쁘지는 않지만 생김의 특이함과 지역 주민에게 먹을거리가 되어줌으로써 우포늪과 매우 깊은 인연을 가진, 우포늪을 대표하는 식물의 열매이자 씨입니다. 말린 씨로 만든 목걸이는 받는 이들을 기쁘게 해줍니다.

며칠 전 우포늪에 새로운 박물관이 하나 개관을 했습니다. '엘라 곤충화석박물관'입니다. 박물관 김왈수 관장은 본인이 20여 년 직장생활 하면서 모은 결과물이라 합니다. 곤충 4000점, 화석 1500여 점 중 500점, 야생 동충하초가 1000점이 있답니다. 열정 넘치는 해설을 하는 그분은 방문객들에게 "화석을 한 점 한 점 자세히 관찰하기를 바랍니다. 유심히 잘보고 들으면 완전히 새로운 것입니다"고 합니다.

봄날의 우포늪 왕버들 여린 싹은 어느덧 잎이 되었지만, 초여름 녹색의 우포는 엄마의 마음으로 항상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포로 오세요.

/노용호(우포늪관리사무소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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