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파워] 생태환경운동가 최세현

산청에 살고 있는 최세현(52) 씨. 지난 그의 삶 12년을 돌이켜보면 그가 전력을 다한 일은 대표적으로 3가지이다. 생태환경운동, 달걀농사, 숲해설. 생업으로 달걀농사를 시작했고, 달걀농사가 자연순환이라는 걸 알고 다시 숲을 공부하고 지키는 것으로 이어졌고, 다시 생태환경운동으로 이어졌다.

최세현 씨. 어떤 날은 지리산 노고단에서, 어떤 날은 함양 용유담에서, 또 어떤 날은 진주 시내 중앙통에서, 산청 군청 앞에서 피켓이나 플랜카드를 든 그를 볼 수 있다. 케이블카 설치반대, 개발반대, 핵 반대… 그가 내세우는 이슈들이다.

그는 지리산의 소중함을 알리고, 지리산을 지키는 활동에 분주하다. 옆에서 지켜보면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듯하다.

   
 

“주변에 나보다 더 많은 애정을 갖고 뛰는 사람이 많아요. 그 사람들은 지리산의 자연과 가치를 지키는 것이 우리의 역사와 미래를 지키는 거라 여겨요. 지리산은 내가 살고 있는 곳이고, 10년 전부터 환경운동을 해왔던 사람으로서 당연히 나서고 있는 거지요. 내가 할 일입니다.”

“케이블카 없는 지리산을 원해요”

그는 요즘 지리산 지키기 위해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 반대운동’에 한창이다. 요즘 들어 부쩍 지리산 노고단으로 옮기는 발길이 잦아졌다. 그의 노고단행에는 항상 부인 이종숙(49) 씨도 함께한다. 함양, 구례, 하동, 산청 등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조직한 ‘케이블카 없는 지리산기획단’에서 지금도 ‘노고단 산상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끌어오던 ‘지리산케이블카 설치’ 문제가 6월이면 어디에 어떻게 설치될 것인지 구체적인 가닥이 잡힌다고 한다. 물론 최세현 씨가 바라는 것은 지리산케이블카 설치 백지화이다.

“경제개발 논리를 따른 것이지요. 지리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에 마치 돈벼락이 떨어지는 것처럼 알고 있어요. 함양, 하동, 산청, 구례 등 4개 지자체에서 서로 유치하려고 왈가왈부하는 시간이 길었고, 그 사이에 정부는 눈치를 보고 있는 시간이었지요.”

그는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실제로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어떻게 경제 활성화되고 얼마만큼의 수익창출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는 없어요. 그러면서 무조건 설치, 유치되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설치되면 세수가 증대되는 건 있지만 실제 지역민들에게 돌아가는 수익 발생은 아주 미미해요. 가까이 있는 ‘통영 미륵도 케이블카’를 자꾸 예를 들면서 자꾸 ‘돈 된다’는 쪽으로 부추기는데, 그곳과 지역조건이 다르고 ‘지리산’이라는 의미는 다르지요. 근데 행정에서 보여주기식 성과를 생각하다보니 ‘케이블카유치 전쟁’이 일어난 것이에요. 지역민들은 사실 잘 모릅니다.”

그는 지역민들이 찬성하는 것은 개발에 따른 막연한 기대심리일 뿐이고, 그건 곧 좌절로 이어질 거라 했다.

“개발에 따른 수익창출보다 개발에 따른 피해를 먼저 생각해야 합다. 일본의 경우만해도 케이블카 설치로 개발과 훼손으로 민둥산이 되고, 생태계가 파괴되는 등 여러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요. 10년 뒤 후회할 일을 지금 벌이려고 하는 것이지요. 그때 다시 복원하려면 지금까지의 수익을 다 쏟아부어도 해결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리산 케이블카 반대에 목소리를 높이고 나서기가 수월치 않을 것 같았다. 지역민의 이익에 반대하는 사람으로 몰려 ‘니는 우리 산청군이 못살모 좋겠냐’, ‘그리할라모 산청에서 살지 마라’ 등 주변 시선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2월엔 몰매 맞을 각오하고 지리산 케이블카 반대 기자회견을 가졌고, 산청군청 앞 1인 시위를 하기도 했다. 기자회견 등이 있을 때면 어김없이 정보과 직원의 전화를 받게 된다고.

“동향 파악하는 거지요. 하지만 딱히 제가 그리 많은 걸 가진 사람이 아니어서 크게 걸리지는 않습니다. 우리 마을 사람들도 원래 생태적인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라 개인적인 여건으로 나서지는 못해도 심정적인 지지를 보내주지요.”

시멘트회사 사표내고 산청으로 귀농

최세현 씨는 산청군 외송면 안솔기마을에 살고 있다. 이곳에 들어온 지 12년이다. 그는 달걀농사꾼이다. 산청 둔철산 자락에서 야마기시농법으로 유정란을 생산하고 직접 배달한다. 귀농한 후 생업으로 시작한 일이 벌써 10년이 넘었다. 동시에 생태환경운동에 나선지도 10년이 넘었다.

최세현 씨./권영란 기자

“제가 대학에서 자원공학과, 이른바 석탄과를 나왔는데 다니던 회사가 시멘트회사였어요.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요. 석회석채광, 석회석을 발파해서 가루 만드는 거였는데 몸도 마음도 지쳐갔어요. 맨날 아내한테 징징거렸어요. 11년이 됐을 때 도저히 더는 이리 못살겠다 싶었지요. 아내에게 회사를 나오고 앞으로 시골 가서 살자고 했지요. 오랫동안 엄살을 떨었던 성과가 있었던지 아내가 선뜻 동의를 해줬어요.”

그리고는 잘 다니는 회사에 사표를 내고, 어린 아들 딸의 손을 잡고 아내와 함께 귀농학교와 통나무학교를 다니며 귀농준비를 했다. 이곳저곳 정착할 곳을 찾아 헤매던 중, 산청 간디생태마을 조성 소식을 들었다한다. 그는 가족들과 둘러보고 ‘이곳이다’는 생각을 했단다. 2000년 10월 그는 가족을 두고 혼자서 산청군 외송면 간디생태마을(지금은 안솔기마을이라 함)로 내려왔다. 터만 있을 뿐 아무것도 없는 마을에 가족을 데려올 수는 없었다. 그는 안솔기마을의 제 1호 주민이다.

최세현 씨./권영란 기자

“집 지으러 혼자 내려온 거죠. 인부들과 어울려 손수 집을 지었죠. 근데 집 짓는 시기가 하필 11월에서 2월까지여서 엄청 고생했지요. 겨울에다 원래 여기가 바람이 심한 곳이에요. 여기 주민들은 ‘외송 미친 바람’이라잖아요. 우여곡절 끝에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집을 마련했고, 2001년 2월 말에는 가족들이 모두 내려올 수 있었지요. 진짜 무식하니 용감한 거였죠.”

귀농자들이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다시 도시로 가는 경우가 50%인데, 다행히 그가 시행착오 없이 잘 정착할 수 있었던 것은 뭘 해먹고 살지를 뚜렷하게 세웠었기 때문이라 한다.

“귀농을 준비할 때 괴산의 공동체농장에서 1년 2개월 동안 머슴살이 하면서 유기농사와 몸만들기를 했지요. 거기서 달걀농사에 대해 배웠어요. 생각해보니 귀농해서 먹고 살기엔 딱이다 싶었지요. 날씨영향 별로 받지 않고 달마다 현금이 들어오고…시골에서는 수확을 해야만 돈이 들어오잖아요.”

‘간디유정란농장’. 작은 집 한 채 규모의 닭장이 최세현 씨의 일터이다. ‘호텔꼬꼬’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집을 짓고 정착한 첫 해 3월에 닭장을 짓고 병아리 200수를 넣었지요. 5월 쯤 어느날 닭장에 들어갔더니 흰 달걀 한 알이 있었어요. 초란이었지요. 그 한 알을 들고 얼마나 감격해 했는지 모릅니다. 나보다 딸 나눔이와 아들 힘찬이가 더 요란을 떨었지요.”

매일 아침마다 거둬는 닭장의 알들은 인근 진주지역 아파트 단지로 직접 배달을 했단다. 이미 달걀이 나오기 전부터 20가구 회원을 모았었고, 달걀 유통이 되고나서는 입소문이 났고, 산란률이 증가한 만큼 회원도 자연스럽게 증가했다. 달걀농사 1년만 하면 1000수 규모에 400가구의 회원을 꾸릴 수 있는 규모는 된다한다. 달걀농사 10년이 넘었지만, 그는 규모를 늘리지 않고 지금도 1000수, 400가구 회원을 두고 있다.

“충분해요. 우리 가족이 먹고 살만큼이지요. 모이주고 수확하고 포장하고 배달하고…일도 우리 가족이 나누어 할만큼이고요. 월요일과 목요일은 직접배달을 하니까 하루종일 일하지만, 평소에는 하루에 4시간, 반나절만 일하지요. ‘절대 일에 치이지는 말자’는 게 중심이었어요. 닭은 오전에 알을 낳으니 4시간만 일하지만 절대 2~3일 정도의 여행도 생각할 수 없지요. 환경운동 활동이나 교육 때문에 전국 어디를 가게 되더라도 반드시 다음날 오전에는 와 있습니다.”

   
 

지리산둘레길은 사람과 자연의 어울림

얼마 전 ‘호텔꼬꼬’에 23기 병아리들이 들어왔다. 닭은 나이대로 관리해야 하는데, 새로이 병아리 식구들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둔철산의 마른 나뭇잎과 톱밥을 깔고 닭장을 깨끗이 해야 한다. 이곳은 방사는 아니지만 암수 짝짓기를 통해 낳는 알이다. 조류는 짝짓기를 하지 않아도 알을 낳기 때문에 시중에 판매되는 일반 달걀은 무정란이다. ‘꼬꼬호텔’의 달걀과 다른 점이다.

“달걀농사 하고 난 뒤 주위 많은 사람들에게 가르쳐주었지요. 10가구 정도는 제법 정착을 한 것 같아요. 다들 소농이라 같이 정보도 교환하고, 모이 공동구매도 하고 어려운 일은 의논하는 등 모임을 갖기도 하지요.”

그는 달걀 한 알을 통해 사람과 사람을 잇고, 사람과 자연의 어울림을 꿈꾸고 있다한다.

   
 

“달걀 하나를 생산하면서도 환경을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우리 자신의 건강만을 생각하는 농산물이 아니라 이 지구의 지속가능한 미래도 함께 생각하는 농산물이야말로 말 그대로 착한 농산물이 아닐까요? 착한 농산물, 인간의 욕심을 조금씩 버려나간다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는 지난해부터 매달 ‘숲샘과 함께 걷는 지리산 둘레길’을 운영하고 있다. 그가 공동의장으로 있는 진주환경운동연합 회원들과 인근 지역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지리산을 사랑하고 생명평화를 느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한 일이 어느덧 10회째를 맞이하고 있다. 최세현 씨가 주위 많은 사람들과 지리산 둘레길을 찾는 것은 ‘지리산케이블카 반대운동’에 이어 생명평화를 실현하고자 하는 또 하나의 작은 발걸음이었고 나눔이었다.

“산을 정상에서만 감상할 수 있는 게 아니지요. 정상에서 감상해야겠다는 생각이 ‘케이블카 설치’ 등을 생각하게 했어요. 산을 오르지 않고 야트막한 지리산 둘레길을 따라 걷다보면 마을과 마을, 길과 길, 마을과 사람을 느낄 수 있어요. 자연과 사람의 공존을 조금은 알 것 같지요. 길을 걷는 사람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숲길을 들어서면 바람, 나무, 햇살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 수 있습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