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대장정] 제43구간 매요리∼고남산∼주촌리(17.22㎞)

'계절의 여왕'이자 신록의 계절인 5월에 만난 백두대간은 싱그러웠다. S&T그룹 백두대간 종주팀(팀장 박재석 S&T중공업 대표이사·이하 종주팀)은 지난 12일 전북 남원시 운봉읍과 장수군 반암면 경계에 있는 매요리에서 출발해 운봉읍 주촌리까지 이어지는 구간(17.22㎞)으로 제43차 산행을 다녀왔다.

출발지인 매요리는 지난 2009년 10월 24일 제17구간 종착점으로 2년 5개월 만에 다시 찾은 셈이다. 한 해 농사 준비로 분주한 들녘을 지나 도착한 매요마을은 한적할 정도로 조용했다. 이 마을은 고승 사명대사가 산천을 유람하다 매화의 꿋꿋한 정기가 감도는 것을 보고 매요리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오고 있다. 간단한 맨손체조로 산행 준비를 마친 종주팀은 박광호 등반대장의 안내로 마을을 가로질러 나지막한 산 능선을 올랐다. 호젓한 소나무 숲 속은 마치 도심 인근 둘레길을 걷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완만했다.

S&T그룹 백두대간 종주에 참여한 S&T저축은행 직원이 철쭉이 핀 고남산을 향해 오르고 있다. 마치 둘레 길을 걷듯 편안한 마음으로 산행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 싱그럽기만 하다. / 박일호 기자

매요마을에서 북서쪽으로 완만한 오르막이 계속되다 유치재를 지나 작은 봉우리 3개 정도 올라서면 통안재(655m)에 이른다. KT 송신소로 올라가는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조금 더 올라서면 왼쪽으로 다시 대간길이 계속된다. 5분 정도 나아가면 다시 KT 송신소가 나타나는 데 대간길은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오른쪽으로 20여m 아래에서 다시 오른쪽으로 올라야 한다. 구간 최고봉인 고남산(846.4m) 바로 아래 비교적 넓은 공터에 정상석이 있지만 실제 정상은 2분 정도 오르면 나타나는 산불 감시초소가 있는 곳이다. 종주팀은 철쭉과 정상석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마치고 준비한 간식으로 허기진 배를 채웠다. 발아래로 펼쳐진 운봉읍 전경은 전형적인 시골 모습으로 모내기를 앞둔 논 모양이 마치 염전처럼 다가왔다. 운봉읍은 조선말 동학혁명의 아픈 상처를 간직한 곳이자 판소리 동편제의 고향이다. 고남산 정상 뒤쪽으로는 남원시 산동면과 장수군 반암면을 가로지르는 88고속도로가 한눈에 들어온다.

고남산에서 서남쪽으로 내려서는 대간길에는 나무 데크가 설치돼 있다. 고남산에서 24번 국도가 지나는 여원재까지 5.47㎞ 구간도 특별히 가파른 오르막이 없어 비교적 수월하게 산행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종주팀이 지나는 길목마다 난쟁이붓꽃이 보랏빛 자태를 뽐냈다. 운성대장군 장승이 서 있는 여원재에 도착한 종주팀은 대간길 바로 옆에 자리 잡은 여원치 민박집에서 시원한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점심을 먹었다. 언뜻 보기에도 인심 좋아 보이는 주인 아주머니의 손맛이 가득 담긴 두릅강회와 땅속에 묻어두었다가 이날 처음 꺼냈다는 시원한 김장김치의 맛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1시간 남짓 휴식을 취한 종주팀은 주지사 갈림길을 지나 소나무 숲길을 따라 무명봉에 오른 후 입망치(545m)로 내려섰다. 입망치에서 수정봉까지는 대략 1시간 남짓이면 충분하지만 지나온 길이 꽤 긴 탓인지 그리 가파르지 않은 길도 힘들게만 느껴진다. 수정봉 아래 헬기장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힘을 내어 수정봉(804.7m) 정상에 올랐다. 수정봉이라는 이름은 산 중턱에 수정을 캐내던 광산이 있어 붙여졌다는 설이 일반적이며 섬진강과 낙동강의 분수계로 알려졌다. 수정봉에서 구간 종점인 주촌리까지는 2.55㎞로 1시간 정도면 충분한 거리다. 마침내 산행 8시간 만에 노치(蘆峙) 마을에 도착했다. 이곳은 백두대간이 통과하는 유일한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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