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학지도 담당자 연수회서 본 2013학년 대입 전략]

요즘 고등학생들은 다들 안다는데, 혹시 이런 말 아시는지? '서성한이' '중경외시', 거기다 '건동홍숙'까지…. 사자성어도 아니고, 그렇다고 뜻을 가진 조합어도 아니라는데 그 참, 알고 보면 씁쓸하다.

그냥 맨 앞에 말만 풀면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 이화여대' 정도다. 지난 14일 경남교육청이 마련한 올해 대입 진학지도 설명회에서 저명한 강사 한 분이 거침없이 내뱉은 요즘 대학입학 성적 서열이란다.

◇대학입학, 점수가 아니라 석차가 정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입상담센터 안연근(잠실여고 교사) 강사가 이처럼 생소한 성어를 나열한 뒤 말했다.

"대학입학은 흔히 알듯이 점수로 가는 게 아니에요. 전국석차로 가는 거죠."

그리고는 앞서 나열한 순서대로 전국 몇 등이 갈 수 있다는 식의 설명을 붙였다. 유일한 기준인 성적으로 전국의 학교를 서열화하는 입시교육의 전형이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대학을 나열해도 소위 '지방대'는 하나도 나오지 않더니, 한참이나 지나서 언급됐다. 그만큼 뒷전으로 밀렸다는 이야긴데, 이 문제는 강의가 끝난 뒤 강사에게 왜 그런지 물었다.

"그래도 예전에는 SKY 다음이었는데 완전히 밀렸죠. 7~8년 됐어요. 경제력 때문이라고 봐요. 살기가 나아지니까 그 비싸다는 서울 유학비를 감수하고 올라오는 거죠."

2013학년도 대입 진학지도 담당자 연수회 및 서울대 입시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과연 그것뿐일까?

서울과 수도권 중심의 권력, 경제, 기업 분포가 낳은 결과도 있지 않을까 되물으려 했지만, 연수 중간 휴식시간 자리가 그렇게 진지해질 수는 없었다.

곁에 있던 도교육청 교육과정과 박줄 장학관이 덧붙였다. "요즘은 학생들이 더 서울 가려고 해요. 기를 쓰고. 고교 때까지의 생활환경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가 봐요." 어쨌든 서울권에 비해 지역이 소외되는 한국사회의 또 다른 현장이 대학입시 지도 자리였다.

◇지금이 목표대학을 정할 시기

그러나 '대학입학'이라는 현실을 눈앞에 둔 수험생들에게 논쟁을 하자고 할 수는 없는 일. 안연근 강사의 현실적 입시지도 핵심을 짚어본다.

이는 도교육청이 도내 200여 명의 고3 진학지도 교사들을 모아놓고 이날 창원의 MBC경남홀에서 연수를 한 목적이기도 하다.

우선, "지금이 목표대학을 설정할 시기"라는 게 강사의 첫 주문이었다. 설정 기준은 우선 3~4월 전국연합학력평가 성적. "지금까지 10년 이상 진학지도를 했는데 수능성적이 3~4월 평가에 비해 향상된 학생은 극소수다. 재수생 등 졸업생들이 응시하는 6~9월 모의고사부터 재학생들의 전국석차는 떨어지게 돼 있다"는 근거설명이 따랐다.

그 다음 이야기가 이날 연수의 핵심이었다.

"수시를 준비시키세요! 올해는 수시모집에서 승부를 걸어야 합니다."

"특히 이런 수험생은 수시모집에 지원을 시키라"는 별도 주문도 했다. 학생부 성적이 모의고사 성적보다 높은 학생, 논술 면접 적성검사 등 대학별 고사에 강점이 있는 학생들, 수능처럼 큰 시험에 약하거나 성적 기복이 있는 학생들 등이다.역시 근거설명이 이어졌다. 요약하면 우선, 올해는 전체 합격자의 63%를 수시모집으로 뽑는 등 비중이 늘어난다. 올해부터 수시 충원합격자도 정시지원 자격이 없기 때문에 정시 경쟁률이 높아진다. 수시모집 횟수도 6회로 제한돼 경쟁률 낮아지면서 합격 가능성이 커진다. 재학생의 경우 수능에 강한 졸업생을 피할 수 있다.

   
 

◇6개 유형에 맞게 수시지원을 하라

세상에…. 올해 전국 대학의 수시모집 전형방법만 3200가지를 넘는다. 어떻게 일일이 파악한단 말인가?

그래서 안연근 강사는 수시 지원전략을 크게 6가지로 압축해 준비하라고 했다.

모의고사 1등급 후반부터 3등급 초반 학생들은 수능 최저학력 고려해 논술전형을, 3등급 후반부터 4등급 후반 학생들은 적성고사, 5등급 후반은 전문대학, 학생부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은 입학사정관제 전형이나 학교장 추천 전형 지원을 권했다.

특히 14일 연수에서 도교육청은 6가지 유형 중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강조했다. 김해여고 문병원, 창원용호고 김종승, 효암고 이강식 부장교사들이 서울 소재 주요 대학별로 현지 출장을 통해 파악한 학교별 입학사정관제 전형 특징을 하나하나 발표할 정도였다.

이처럼 방점을 둔 데 대해 도교육청 교육과정과 김계태 장학사는 "대학별로 특징이 다 다르기 때문에 세밀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대학별로 특히 어떤 요소에 비중을 높게 두는지 세밀하게 준비하자는 차원에서 준비한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입학사정관제전형 엑기스'라는 것이다.

입학사정관제전형은 공부만 잘해서 대학에 합격하는 기존 방식과는 달리 생기부와 자기소개서, 추천서 등을 통해 학생의 학업능력, 창의성, 잠재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선발방식이다.

◇이것만은 반드시 지켜라

"정시지원을 위해 수능에 올인한다면 수학을 포기하지 마세요."

이날 연수에서는 몇 가지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들이 제시됐다. 안연근 강사도 그렇고, 뒤에 서울대 입시설명에 나선 박나라 입학사정관도 같았다.

안 강사는 수리영역에서 단 20점을 받더라도 수학을 포기하지 말라고 했다. 특히 하위권 학생들은 더 그렇고, "등급에 결정적 영향을 주면서 당락을 좌우한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단 몇개라도 수학의 자신있는 단원을 택해 집중적으로 공부하라고도 했다.

연수 중 학생·학부모까지 1000명 가까이 모일 정도로 단연 인기가 높았던 서울대 입시설명회에서 박나라 입시담당관도 이런 말을 했다.

"정말 억울하게 불합격하는 경우가 있어요. 응시기준을 몰라서 떨어지는 경우죠. 탐구영역 응시기준의 사회탐구는 국사 포함 3과목 응시이고, 과학탐구는 서로 다른 분야 3과목인데 이걸 지키지 않아 최종 단계에서 불합격처리되는 거죠. 직업탐구까지 기준을 지키지 않으면 불합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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