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 여건수(34)·도지선(29) 부부

'치과기공사'라는 일이 있다. 치과 보철물을 제작하는 일이다. 이를 씌운다거나 때운다거나 틀니를 만드는 일 등을 한다. 사실 치과 의사가 보철물을 만들고 앉아 있지 않으니, 이런 제품을 만드는 전문가가 따로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의사는 아니고, 그렇다고 '기술자'라고만 부르기는 애매한지 이들은 '의료기사'로 분류된다.

여건수(34) 씨는 5년 전부터 한 병원에서 치과기공사 일을 한다. 물론 여기서 중요한 것은 치과기공사가 무슨 일을 하느냐는 것은 아니다. 다만, 치과기공사가 일이 한자리에 앉아서 하는 매우 세밀한 작업이라는 점 정도는 알아두면 좋다. 여건수 씨와 도지선(29) 씨 부부 이야기는 거기서부터 시작한다.

"2010년 2월 지선 씨가 입사해서 처음 만났어요. 일하는 곳에 여직원이 6~7명 있는데 그중에서 특히 서로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고민이나 주변 일 같은 것을 저에게 많이 물어봤지요."

   
 

건수 씨는 말이 적고 내성적이다. 더군다나 치과기공사 일 자체가 말이 필요한 작업이 아니다. 덕분에 듣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가끔 힘든 일, 또는 속상한 일이 있을 때 지선 씨는 옆에서 넋두리하듯 건수 씨에게 이야기를 했다. 건수 씨는 묵묵히 듣고 적당하게 반응했을 뿐이었다. 서로에게는 그저 대화였을 뿐이었지만, 감정은 그렇게 쌓였다.

"사귀게 된 것은 지난해 9월 정도 돼요. 계기는 지선 씨가 지난해 5월 이사를 했는데, 다니던 교회를 옮기게 됐어요. 그러다가 제가 다니는 교회에 다니게 됐지요. 회사에서도 계속 보고 주말에도 보고, 어느덧 늘 얼굴을 보는 사이가 됐더라고요."

화제는 더욱 다양해졌고, 공통점도 보이기 시작했다. 익숙해지면서 더 친절해지게 됐고, 그러면서 감정은 더 여물어갔다. 하지만, 건수 씨와 지선 씨 모두 조심성이 많고 표현이 인색한 성격이었다. 먼저 자기감정을 상대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꺼렸던 것이다. 몸이 단 쪽은 오히려 주변이었다.

"가까운 사람들이 더 적극적이었어요. 지선 씨에게는 저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저에게는 지선 씨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며 채근했지요. 서로 나쁘지 않으면 사귀라는 식으로 떠밀었어요. 용기가 잘 나지 않았는데, 그렇게 분위기가 만들어지더라고요."

그렇게 시작한 게 지난해 9월인데, 둘은 바로 결혼 준비부터 시작했다. 지선 씨는 학교 다닐 때부터 회사에 들어오기까지 10년 가까이 혼자 살았다. 혼자 있는 게 너무 싫은 사람이었다. 건수 씨 역시 나이만 차고 있었을 뿐 변변찮은 만남조차 없었다. 서로 미룰 이유는 별로 없었다.

"처음부터 신중했던 게 지선 씨와 저 모두 결혼을 전제로 고민했기 때문이었어요. 결국, 결정을 하고 나니 결혼까지 가기는 오히려 쉬웠지요. 사귀고 한 달 정도 지나서 바로 어르신들께 인사하러 다녔어요. 그리고 12월부터 결혼 준비를 했지요. 너무 바빴습니다."

지선 씨 부모님은 건수 씨를 쉽게 받아들였다. 어렸을 때부터 혼자 알아서 믿음직한 선택을 했던 딸, 남자를 데리고 온다고 했을 때 결혼할 사람 데리고 온다고 여겼다. 게다가 종교까지 같은 건수 씨를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건수 씨 부모님은 같은 교회에 다니면서 지선 씨를 계속 봤다. 그래서 건수 씨가 연애를 한다고 할 때부터 지선 씨를 며느리 삼았으면 했다. 게다가 지선 씨와 건수 씨 어머니, 즉 시어머니는 성이 같았다.

"어머니 성이 도 씨인데 흔하지 않잖아요. 게다가 생긴 것도 모녀처럼 닮아서 처음부터 서로 좋아하더라고요. 주변에서도 좋은 인연으로 봐주시고요. 그래서 더 처음부터 친근했던 것 같아요."

건수 씨와 지선 씨는 지난 3월 3일 결혼했다.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 같던 결혼 준비는 이들에게 서로 다른 삶을 살았던 사람이 한 가정을 꾸린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학습하게 했다. 결혼 준비하면서 싸우는 일도 잦았고 다른 성격, 서로에게 섭섭했던 점도 도드라지기 시작했다.

"많이 어려웠어요. 제가 생각하는 것과 지선 씨 생각이 너무 안 맞을 때면 다른 사람들도 모두 이런 갈등을 겪나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지금도 간혹 생각이 달라 마찰이 생길 때가 있어요."

건수 씨는 스스로 여성이 말하는 것, 표현하는 것, 생각하는 것에 대한 이해가 전반적으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중이다. 자기 기준으로 해석하는 것은 익숙하지만, 다른 사람 기준으로 세상을 보는 것은 영 낯설다. 하지만, 지선 씨를 만나고 그런 시선이 필요하다는 것은 절감한다.

"짧은 시간이지만 돌이켜보면 제가 어린애처럼 요구하는 부분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릇이 있다면, 제가 원하는 것으로만 채울 게 아니라 아내가 원하는 것을 잘 받아들여서 채워야겠습니다. 서로 쓰다듬으면서 살아야지요."

결혼 기사를 매주 월요일 6면에 게재하고 있습니다.

사연을 알리고 싶은 분은 이승환 기자(010 3593 5214)에게 연락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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