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미술작품 앞에는 '사진 찍지 마시오!' '작품에 손대지 마시오!'라는 문구가 흔히 붙어 있다. 그것도 모자라 어떤 작품 앞의 제한된 선을 넘으면 경보음이 울리기도 하고 경비의 제재가 뒤따르기도 한다.

미술관의 태도는 이처럼 여전히 억압적이다. 관람객들은 몸동작은 물론이거니와 발소리와 말소리조차 줄이며 미술관의 영향력과 규제 속에서 통제된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새로운 미술 현상인 '상호작용'이 이런 구조를 비웃기라도 하듯 필수 요소가 되고 있다. 작품을 만지거나 몸을 움직이거나 소리를 지르는 등의 행위가 가능해졌다.

예컨대 전통적 작품의 경우에는 대체로 하나의 판본(version)으로 존재하는 작품이 감상자를 감동시키며 심리 변화를 낳았다면, 상호작용적 미술의 경우에는 감상자에 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감상자가 작품을 물리적으로 변화시키며 다양한 판본을 만들어낸다. 이어 작품의 물리적 변화는 감상자의 심리적 변화에 영향을 끼치고, 그 심리적 변화는 다시 작품의 물리적 변화에 영향을 끼치며 상호작용의 순환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인간과 인간의 소통을 통해 작품이 완성되는 상호작용적 미술이 인터랙티브 아트(interactive art)이다. 상호작용을 모든 미술 속에 접목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현대 미술에서 가장 두드러진 표현양식인 관람객과 소통, 변화하는 태도 등을 논의하기 위한 적절한 예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시각에만 의존해 관조하던 과거의 미술작품들과는 달리 인터랙티브 아트는 시각과 청각, 촉각 같은 몸의 감각을 동원해 만나야 한다. 상호작용은 서로 다른 공간에서 일어나는 예술행위를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양방향소통도 가능케 했다.

결국 과학기술이 예술과 다시 만나 여러 미학적 문제를 서로 사이좋게 섞어서 융합과 통섭의 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것이다. 관람객은 사진을 찍기도 하고 작품에 손대기도하고 더러는 작품의 일부가 되기도 한다.

소통의 변화는, 이제 예술은 정신에서 신체로 형이상학에서 일상으로 변화하고 있고 관람객 역시 단순한 감상자가 아니라 더러는 매개체로서 예술의 중심에 서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소극적인 미술현장의 여러 현실로 미루어 볼 때 여전히 많은 장애 요소가 존재하지만 양방향소통은 다양한 형태로 삶과 예술의 소통을 유발하는 일상의 동반자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여전히 대중들의 현대미술 감상이 어렵고 지난한 게 아쉽다.

/황무현 조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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