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맛집] 마산합포구 창동 미도돈가스

빨간 벽돌집을 지나던 30대 한 남자는 발을 멈췄다. 불현듯 어릴 적 첫 사랑 소녀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녀를 본 것은 고등학교 1학년 17살 때. 버스정류장서 마주친 그녀를 보고 첫눈에 반해 그만 데이트 신청을 하고 말았다.

며칠 후 ○○돈가스 전문점서 그녀와 단둘이 만났다. 정성스레 기름에 구워진 얄팍한 고기에 새콤달콤한 소스가 수줍게 포개어 있는 것이 자기와 닮았다고 그는 생각했다. 나이프로 쓱쓱 썰어 포크로 조심스레 찍어먹는 그녀의 모습이 수줍게 물든 빨간 벽돌과 같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이름은 '미도'였다.

굽이진 창동 골목길서 '미도돈가스'를 마주했다. 빨간 벽돌이 인상적인 이곳은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 151번지에 있다.

돈가스를 잘 만들어서 돈가스 가게를 차리게 됐다며 수줍게 말을 건네는 김경옥(66) 사장. 그는 빨갛게 물든 벽돌과 닮아 있었다.

미도돈가스는 원래 '미도분식'이었다. "30년 전 아귀찜골목에 있었어요. 돈가스, 비프가스, 김밥 등을 팔았었죠. 장사가 잘됐었는데 개인 사정으로 그만두게 됐어요. 지난 2008년 다시 가게 문을 열었습니다."

미도돈가스 외관 모습. /김민지 기자

일식집 돈가스처럼 고기가 두껍지 않다. 그렇다고 분식집 돈가스처럼 얇지 않다. 책으로 비교하면 두께가 60~70쪽 정도 될까?

소스 맛은 생경했다. 두 눈을 찡긋할 정도로 새콤했고 어린 아이를 달래는 사탕처럼 달달했다.

햄버그스테이크

소스만 맛봤을 때 묵직한 존재감이 드러나진 않았지만 고기와 소스가 만났을 땐 그들의 존재감이 더 강하게 와 닿았다. 고기 맛은 여느 집과 비슷했다. 비법은 소스였다.

"저도 몰라요. 2년 정도 가게에서 일했지만 당최 가르쳐주질 않으니…. 말해줄 수가 없네요." 김 사장의 아들인 정재욱 씨말이다. 비법을 모른다고 했다. 아니 알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 사장은 "아들을 지켜보고 있어요. 누구든 요리를 할 수 있지만 자신만의 생각이 담겨 있진 않죠. 그 생각이 있어야 해요"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새벽 6시 20분. 김 사장 부부가 미도돈가스에 발을 내딛는 시각이다. 매일 아침 어시장서 온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손질하고 돈가스 소스를 만들고 나면 오전 10시. 가게는 오전 11시부터 손님을 맞는다.

치킨마늘샐러드

"그냥 맹물이 아닌 '채소물'을 소스에 넣어요. 레몬·귤 등 계절 과일과 채소를 우린 물이죠. 밀가루에 마가린을 넣어 볶다가 숙성된 토마토, 싱싱한 양파, '채소물' 등을 넣고 끓이죠. 원체 돈가스를 자주 만들어 먹다 보니 저만의 노하우가 생긴 것 같습니다"라고 김 사장은 말했다.

돈가스는 주문과 동시에 만들어진다. 밑간이 된 생고기에 밀가루를 곱게 입히고 살며시 툭툭 털어낸다.

노란 계란 물에 퐁당 생고기를 떨어뜨려 몇 번 허우적거린다. 까슬까슬한 빵가루에 '꾹' 입맞춤하고 다시 퐁당 기름에 빠뜨린다. 마지막으로 소스와 껴안으면 미도돈가스가 완성된다.

미도돈가스 맛은 첫사랑이다. 누구나 첫사랑을 한 번쯤 해봤듯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미도돈가스를 찾는다.

미도돈가스 맛은 풋풋하다. 세련되고 잘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그냥 그 자체만으로도 새롭게 다가온다.

미도돈가스

혀를 마비시키는 매운맛 돈가스를 원한다면 '비빔가스'를 추천한다. 비빔가스는 생고기가 통째로 나오지 않고 잘라서 나오는데 큼직하게 자른 양파와 고추장 소스가 잘 버무려진 맛이다. 순식간에 얼굴이 달아오르진 않는다. 매운맛이 은은하게 퍼진다.

누구에게나 '미도'는 있다. 바라만 봐도 수줍게 얼굴이 발그레지는 빨간 벽돌 같은 사람. 미도돈가스는 마음속 '미도'를 생각나게 하는 그런 곳이다.

   
 

<메뉴 및 위치>

◇메뉴 : △미도돈가스 6000원 △비빔가스 7000원 △햄버그스테이크 7000원 △김치가스 7000원 △치킨마늘샐러드 소 5000원, 대 1만 원.

◇위치 :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 151번지. 055-221-7448.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