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본보 주최 '3색 재즈콘서트' 열려…재즈 저변 넓혔으나 갈길 멀어

1. 오는 23일 오후 7시 30분 창원 3·15아트센터에서 본보 주최 '3색 재즈콘서트'가 열린다. 올해로 세 번째인 이번 콘서트는 초창기 기획부터 유명 재즈 뮤지션 공연을 통해, 지역 재즈 문화 활성화와 문화콘텐츠 다양화를 꾀했다. 재즈 마니아들에게는 가뭄에 단비와 같은 소식이었다. 이전까지 두 번 열린 공연은 모두 만석을 이뤘다.

2. 2010년 12월 말 문을 연 창원 상남동 재즈클럽 '몽크'. 매주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기획공연으로 지역에 수준급 재즈 문화 보급과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지역 재즈밴드인 '김희영 재즈 트리오'와 'A2B Trio'를 발굴해냈고, 이밖에 '윈터플레이', '말로', '지오바니 미라바시' 등 국내외에서 음악성이 검증된 유명 재즈 뮤지션 공연을 열기도 했다.

3. 창원 3·15아트센터는 지난해 11월 5일 기획공연으로 대한민국 재즈 1세대 '브라보 재즈 라이프 콘서트'를 열었다. 지역 중견기업 후원으로 평균 5만 원대인 티켓가격을 3만 원으로 낮춰 지역민이 쉽게 찾을 수 있는 공연으로 기획했다. 도내 문예회관 최초 유료 재즈공연이었지만, 400석이 넘는 소극장이 만석을 이뤘다.

하모니카 뮤지션 전재덕 연주 모습./경남도민일보DB

창원에서 재즈를 즐길 수 있는 여건이 점차 좋아지고 있다. 지난 2006년 마산 창동에 있던 전국 최대 재즈 클럽 'WALKING'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은 뒤 다시 찾아 온 '재즈의 부활'이다.

지난 1990년대부터 국내 문화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재즈는 그러나 경남에선 인기가 덜했다. 일부 마니아를 제외하고는 재즈를 즐길 인구가 취약했던 것이다.

'WALKING'이 문을 닫은 이유도 재즈 저변이 약했기 때문이다. 통기타, 인디 밴드를 무대에 올리는 등 클럽 정체성에 혼란이 왔고 결국 마니아층한테까지 외면을 받았다. 여기에 재즈가 일부 중·상류층만 즐기는 '고급 문화'라는 인식이 강한 점도 저변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러한 인식을 바꾼 것이 '3색 재즈콘서트'다. 일부 계층의 소비 상품으로 알려진 재즈를 무료로 기획해, 지역민이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문화 영역'으로 그 층을 한 단계 끌어내린 것이다.

창원 3·15아트센터 역시 3색 재즈콘서트 성과와 반응, 그리고 재즈 클럽 등을 통한 시장성 조사를 바탕으로 '브라보 재즈 라이프 콘서트'를 기획한 것이다.

창원의 재즈 활성화 바람은 언론과 기업이 뜻을 모은 '콘서트'와 재즈 클럽에서 열리는 '상시 공연' 두 축으로 이뤄진다고 볼 수 있다. 본보 '3색 재즈콘서트'는 평소 재즈를 사랑하는 대표이사 의지에 지자체와 기업들이 화답해 무료로 이루어졌다.

또한, 지난해 3·15아트센터 역시 재즈를 좋아하는 경남스틸 최충경 회장의 후원 덕에 '브라보 재즈 라이프 콘서트' 객단가를 3만 원대 낮은 가격으로 낮출 수 있었다.

재즈 클럽에서는 매주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지역 재즈 뮤지션, 인디 밴드,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뮤지션이 차례로 공연을 펼친다. 이는 재즈 클럽이라는 공간적 '항상성'이 전국의 재즈 뮤지션들에 전파된 덕이다.

이러한 공간적 특성을 바탕으로 몽크는 지역 재즈 뮤지션 발굴은 물론, '윈터플레이', '말로', '레미파노시앙', '지오바니 미라바시' 등 국내외 유명 재즈 뮤지션을 클럽 무대에 세웠다.

이처럼 재즈 문화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진정한 재즈 문화 정착을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많다.

아직은 무료 또는 유명 뮤지션이 아니면, '콘서트'나 재즈 클럽을 찾는 이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경남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재즈밴드가 두 팀에 불과한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지역에 재즈 뮤지션이 많아져야 적은 돈으로 다양한 재즈를 즐길 기회가 늘어나지만, 아직 매우 취약한 편이다. 재즈 뮤지션을 발굴할 인력과 인프라가 거의 없는 탓이다. 도내에 창신대학과 한국국제대학교에서 실용음악을 가르치고는 있지만, 제대로 된 재즈 뮤지션을 배출할 역량은 안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몽크 서태헌 사장은 이와 관련해 "지역 4년제 대학에 실용음악학과가 생겨나 전문 연주자를 키워내야 한다"면서 "그래야 재즈를 좋아하는 청소년들이 서울이나 타지로 빠져나가지 않고, 여기서 배운 학생들이 지역 무대를 책임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아직 '재즈'를 문화예술의 한 장르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위기도 걸림돌이다. 지난해 말 도내 재즈 밴드에 대한 지자체와 예술단체의 지원 논의가 한 차례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재즈 밴드가 예술단체에 소속돼 있지 않은 이상 그간 활동을 증명할 방법이 없다는 이유로 논의를 더 이어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 지역음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러니 통기타 가수 말고는 지역에서 (대중적으로)음악한다는 사람은 찾기 힘든 게 현실"이라고 개탄스러워 했다.

분명 지역에 재즈 바람은 불고 있다. 하지만, 그 바람을 타고 가야 할 돛단배는 아직 파도 위를 휘청거리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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