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 신은정(31)·최현철(34) 씨 부부

MBC경남 신은정(31) 기자. 알 만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이름이지만, 여기에서는 중장비 제조업체 연구원과 결혼한 한 여성으로 나온다. 창원 볼보건설코리아 연구원 최현철(34) 씨. 역시 여기에서는 방송사 기자를 아내로 맞은 한 남성으로 등장한다. 이들이 아는 사람을 통해 처음 만난 것은 2010년 7월, 통영에 있는 한 카페에서다.

"회사 일 때문에 갑자기 통영에 있게 됐어요. 아는 사람도 없어서 외롭고 심심하던 차에 한 번 만나보라고 해서 그렇게 하자고 했지요. 물론 이전에는 소개받고 그런 적 없었어요."

신은정 씨에게 이 만남은 그렇게 무거운 것이 아니었다. 큰 의미 없이 단지 일상을 잠깐 벗어나는 이벤트 정도로 생각했다. 반면, 애써 은정 씨가 있는 통영을 찾은 최현철 씨는 나름 작심하고 만남을 시작했다. 이미 은정 씨가 TV에서 보도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몇 번이나 보며 '선행학습'까지 마친 상태였다. '예쁘고 똑똑한 여성', 현철 씨가 보기에 은정 씨는 말하기는 쉽지만 실제 찾기는 버거운 그 기준에 맞는 사람이었다. 더군다나 화면에서 보던 인상과 실제 만난 은정 씨는 아무 차이가 없었다.

   
 

그러면 은정 씨가 본 현철 씨에 대한 첫 인상은 어땠을까?

"처음 카페에 들어서는데 책을 읽고 있더라고요. 그 느낌이 괜찮았어요."

그러나 은정 씨는 첫 만남 이후 현철 씨가 카페에서 책을 읽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은정 씨를 만나고 나서 그럴 시간이 없어서'라는 게 현철 씨가 내놓은 해명이다. 그 모습이 연출이든 아니든 첫 만남부터 현철 씨는 적극적이었다.

"전날 늦게까지 일해서 차만 마시고 헤어지려고 했어요.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면서 영화를 기어이 보러 가자 하더라고요.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나서 저녁을 또 먹자고 하고요. 상당히 적극적으로 다가왔는데 계속 설득하려는 모습이 오히려 매력적이었던 것 같아요."

만남은 그렇게 시작됐고 데이트는 주 2회 정도 현철 씨가 통영을 찾는 식으로 이어졌다. 창원이 직장인 현철 씨는 그즈음 창원에서 통영까지 '랩타임'을 줄이는 게 일상 속 목표가 됐다. 늦은 밤, 차가 별로 없는 시간에는 40분 정도면 통영에 도착했다고 한다.

"주로 통영·거제에서 데이트를 해서 좋은 구경은 많이 했어요. 첫 만남 이후 얼마 안 가서 자연스럽게 사귀는 단계로 갔지요."

   
 

스스로 '까칠하고 못된 편이며 멋대로'라는 은정 씨를 현철 씨는 잘 받아줬다. 선한 첫인상은 태도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부딪치지 않았기에 충돌은 없었고 서로에게 장난치기 좋아하는 면까지 잘 맞았다. 하지만, 한 가지 어긋난 지점은 결혼 시점이었다. 아직은 한참 이르다고 생각한 은정 씨와 달리 늦었다고 생각한 현철 씨 마음이 더 급했다. 만나고 6개월째 되던 즈음에 현철 씨는 결혼 얘기를 꺼냈고 은정 씨는 선뜻 받아들일 수 없었다.

"결혼을 해야 한다면 이 사람이 괜찮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너무 이르다고 생각했어요. 남편은 자기가 결혼이 한참 늦었다고 생각했고요. 어쨌든 결혼 이야기가 나오고 나서 남편은 유난히 미래에 대한 비전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그 미래 비전이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확인하지는 못했다. 어쨌든 현철 씨가 내놓은 미래 설계는 타당성을 어느 정도 인정받았다. 현철 씨는 만난 지 1년이 좀 되지 않았을 때 남해에 있는 한 펜션을 빌려 시도한 프러포즈로 은정 씨 마음을 결국 얻어낸다.

시원시원한 딸은 성격 좋은 며느리였고, 꼼꼼한 아들은 신중한 사위이기도 했다. 양가 모두 두 사람이 하나 되는 것을 반겼다. 결혼을 하지 않은 은정 씨 오빠만 아니었다면 이 부부는 지난해 가을쯤 결혼을 했을 테다. 그나마 지난해 은정 씨 오빠가 결혼을 했고, 은정 씨와 현철 씨는 4월 결혼식을 했다.

"결혼하고 나서 더 애틋해지고 사랑이 충만해진 것 같아요."

신혼이 즐거운 신부는 표현이 거침없었다. 3년, 5년째가 위기라는 말을 해도 시원하게 웃어넘겼다. 결혼 전에 신경쓰였던 일들에서 벗어나고 서로 상대에게 집중할 수 있는 이 시간을 마음껏 즐기는 듯했다.

"오히려 처음 연애할 때 더 조건이 좋은 사람이 없을지 고민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헤어지자는 말도 한 번 했고요. 하지만, 결국 설득당했지요. 돌이켜보면 그때 그런 고민을 했기 때문에 지금 아무 후회가 없는 것 같아요. 친구·멘토같은 남편과 평생 손잡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지금 무척 행복합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