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바람난 주말] (16) 미리가본 거제 맹종죽테마파크

계절은 쉼 없이 가고 있다. 화사했던 벚꽃잎은 꽃비가 되어 다 날아가 버렸다. 그렇게 꽃비가 내리고 나니 화사한 꽃들에 시선을 내주었던 연초록, 신록의 그것이 눈에 들어온다.

노골적이지도, 강렬하지도 않은 연초록의 세상 또한 축복이다.

신록을 찾아 떠난 곳은 거제 맹종죽 테마마크(거제시 하청면 실전리 987-4, 055-637-0067). 내달 11일 개장을 앞두고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지만 어디 자연은 날짜를 정해놓고 선물을 하던가.

솜소슬 녹색농촌체험마을 내에 주차를 해 놓고 거제맹종죽테마파크로 향하면서 거대한 숲을 이뤄 푸름으로 가득한 맹종죽 죽림욕장을 눈에 담아본다.

거제 맹종죽은 1926년 하청면의 신용우 씨가 일본 산업시찰 후 귀국하면서 3그루의 맹종죽을 성동마을 자기 집 앞에 심게 된 것이 시작이었다. 지금은 연간 400여 톤의 죽순이 생산되는 넓은 대나무밭을 이루었다. 또한, 우리나라 맹종죽의 80%가 거제에서 생산되고 있다니 세월이 만들어낸 장관에 경외심마저 든다.

끝 간 데 없이 솟아 오른 대나무 숲길과 폭신폭신한 대나무 톱밥이 주는 발밑의 느낌이 모두 새롭다.

죽림욕장 오솔길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대나무 톱밥들을 깔아놓아 폭신폭신하다. 대나무를 따라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거침없이 솟아오른 대나무 사이로 햇살이 살짝살짝 고개를 내민다. 끝 간데 없이 치솟아 햇볕을 적당히 가려주는 대나무 숲에 서니 며느리 내보낸다는 봄볕이 두렵지 않다. 땅에는 이제 막 싹을 틔운 죽순들이 발길을 붙잡는다. 우후죽순이라더니. 단단한 땅을 뚫고 셀 수 없이 많은 죽순이 솟았다.

무릎 높이만큼 올라온 죽순이 마냥 신기하다. 이런 죽순이 말 그대로 우후죽순이다.

이렇게 울창한 대나무 길을 따라 오른 경험은 처음인 것 같다. 신기한 마음에 쉴 새 없이 한 발씩 올랐건만 숨이 차지도 덥지도 않다. 한낮에는 다소 덮겠다던 일기예보를 듣고 나선 여행이었다.

죽림은 산소 발생량이 많아 밖의 온도보다 항상 4~7도 정도 낮단다. 또 죽림욕은 음이온 발생량이 일반 숲보다 10배가량 많고, 혈액을 맑게 해주고 저항력을 증가시켜 건강에 도움을 준다고 하니 몸과 마음이 힘들 때 찾아오면 곧은 자태와 달리 따뜻이 안아줄 것 같다.

중간마다 놓인 정자와 쉼 의자 등은 여유를 부리기에도 좋다. 죽림 속에서 저 멀리 거제 앞바다를 내려다 보는 것도 놓칠 수 없는 경험이다.

개장 이후에는 숲 해설가와 함께하는 숲 체험·레포츠를 통해 심신을 단련하는 모험의 숲 체험은 물론 맹종죽 공예체험과 맹종죽 댓잎차 체험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개장과 함께 마련되는 '죽림 포레스티벌'은 내달 11일부터 13일까지다. (http://www.maengjongjuk.co.kr)

[인근 맛집] 차반

거제 맹종죽은 중국 원산지의 대나무로 죽순을 식용으로 사용해 죽순대라고도 불린다. 죽순은 정신을 맑게 하고 피를 정화하고, 섬유질 성분은 장의 기능을 조절하는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의 참살이 식품이다. 그 맛은 또한 어떠한가. 아삭거리는 질감은 은은한 죽향까지 보태 일품이다.

거제 맹종죽순 요리 전문점으로 유명한 '차반'(거제시 상동동 476-1, 055-636-8492). 맹종죽테마파크장과 20여분 거리에 있다. 죽순영양밥정식을 시켰다. 거제 맹종죽에서 나오는 죽순을 이용해 상 한가득 죽순을 이용한 다양한 요리가 끝없이 나온다.

죽순을 활용한 음식이 이렇게 많았던가. 애피타이저로 오묘한 맛을 내는 샐러드에도, 해파리냉채에도 죽순이 숨어 그 맛을 내고 있다. 오리 훈제에 곁들이 죽순 장아찌는 개운함을 더하고 죽순 우렁 무침과 죽순이 들어간 무쌈말이는 아삭함이 가득하다. 죽순 두루치기, 죽순 탕수육, 죽순 떡볶이, 그리고 죽순을 넣은 삼삼한 된장국과 죽순과 대추, 표고버섯, 당근, 완두콩 등 영양 한 그릇 돌솥밥은 간장에 쓱쓱 비벼 먹었다. 그리고 밥을 먹는 동안 적당히 익은 뜨끈한 누룽지로 마무리하니 기분 좋은 배부름이 밀려온다. 죽순은 튀지도, 그렇다고 그 맛을 잃지도 않고 모든 음식에서 빛을 발했다.

죽순 돌솥비빔밥정식 9000원, 죽순 영양밥정식 1만 2000원.

   
 
  죽순으로 만든 영양밥.  

 

맹종죽 유래 및 설화

중국 삼국시대 효성이 지극한 맹종(孟宗)은 오랫동안 병상에 누워있던 모친이 한겨울 대나무 죽순을 먹고 싶다고 하기에 눈이 쌓인 대밭으로 갔지만 대나무 순이 있을 리 없다. 대나무 순을 구하지 못한 맹종은 눈물을 흘렸다.

그러자 하늘이 감동하여 눈물이 떨어진 그곳에 눈이 녹아 대나무 죽순이 돋아났다. 하늘이 내린 이 죽순을 끓여 마신 어머니는 병환이 말끔히 나았다. 이런 이유로 맹종죽은 효를 상징하는 하나의 의미가 되었다.

눈물로 하늘을 감동시켜 죽순을 돋게 했다고 '맹종설순(孟宗雪筍)' 고사성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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