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놓인 한국 차(茶) 산업, 해법은 무엇인가?] (5) 전문가 좌담회

한국 차(茶)산업의 미래는 암울하기만 할까. 차산업 활성화를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24일 오전 10시 30분 하동군 화개면 하동녹차연구소에서 좌담회를 열고 차산업 관련 종사자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김종철 하동녹차연구소 연구개발실장, 강동오 매암차문화박물관 관장, 박희준 동국대학교 차문화컨텐츠학과 교수가 참석했다.

민병욱 = 차산업 활성화를 위해 차생산 농가, 자치단체, 정부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보는지.

박희준 교수 = 국가에서 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시스템 구축이다. 생산·유통·소비자 모두 수긍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지금 차의 유통구조 속에는 소비자와 생산자를 잇는 장치가 없다. 품평대회 등을 열어 소비자가 보다 좋은 차를 마실 기회를 넓혀야 한다.

박희준 동국대학교 차문화컨텐츠학과 교수

현재 차는 커피시장의 들러리에 불과하다. 커피는 트렌드를 잘 읽고 소비자를 파고드는데, 차는 아직 구태의연하다. 발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 하지만, 한국차생산자연합회 등 생산자 단체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차산업 활성화는 농민의 이익만 담보하는 게 아니다.

복지국가 시스템 속에서의 차산업의 위치도 중요하다. 쌀이 생명이라면 차는 곧 건강한 삶이다.

강동오 관장 = 박 교수 말씀에 한 가지 추가하고자 한다. 차는 다양한 문화와 생활을 연결하고 있다. 문화시스템 안에서 차의 역할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차문화의 재구축이 필요하다고 본다. 차에 얽힌 이야기들을 새로 구성해 차를 한국 농업의 얼굴로 알리면 어떨까. 농업과 차산업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생산자와 자치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

김종철 실장 = 차는 농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 특용작물 안에서도 아주 작은 부분이다. 그래서 정책입안자들은 사실상 차에 대한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동해(凍害) 등 이슈가 나와야 정책이 조금 나올 뿐이다. 또 차는 농림수산식품부, 문화관광체육부, 보건복지부, 차나무는 산림청이 담당하는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있다. 종합적인 플랜이 필요하다. 자치단체에서는 차가 친환경 급식으로 포함되도록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생산농가들의 역량도 좀 더 키워야 할 것이다. 현재 '자조금'조차 조성이 안 되고 있다. 이 탓에 광고 한 편 제대로 못 낸다.

민병욱 = 전통차 급식 음료 채택 등 차의 접근성을 높이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김종철 하동녹차연구소 연구개발실장

김종철 = 사실 하동이나 보성지역부터 급식에 전통차를 포함해야 하는데, 잘 안 되고 있다. 예전에 경남지역 학교에 1억 원어치의 녹차를 공급한 적이 있는데, 학교급식 담당자의 추가 반응은 없었다. 전통차 급식 음료 지정에 관한 조례가 필요한 까닭이다.

강동오 = 먼저 초등학교 급식부터 시행해 보자는 마음에 금액을 산출해 본 적이 있다. 900개 초등학교 9억 7400만 원이 나오더라. 10억 원이다. 10억 원이면, 경남도나 교육청에서 1년 예산으로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금액이다. 이걸 다시 자치단체별로 나누면 부담은 훨씬 줄게 된다. 아이들의 건강, 교육 등을 고려할 때 조례 제정은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차를 마시면 아이들이 바뀌고, 아이들이 바뀌면 가정도, 학교도, 나아가 사회도 바뀔 것이다. 투입 대비 효과는 5배 정도로 봐야 한다. 50억 원짜리 프로젝트인 셈이다.

경남에서 사업이 잘 진행된다면 영·호남 추진단을 만들어 궁극에는 서울 등 수도권까지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차산업 활성화를 위한 빛나는 성과로 남을 것이다. 차산업 도약의 발판이 될 것이다.

김종철 = 조례 제정을 위해서는 여야 할 것 없이 초당적인 협력을 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하동군이나 김해·사천시 등 자치단체의 지원도 더욱 탄력이 붙을 것이다.

강동오 = '경남녹차급식 음료 지정에 관한 조례'를 준비하고 있는 여영국(진보신당) 도의원에게 들었는데, 원활한 조례 제정을 위해서는 먼저 하동 등 자치단체장이 조례추진단장을 공동으로 맡고, 두 번째는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자문단 구성, 세 번째는 하동녹차연구소 등 연구기관에서 적극적인 정보 제공 등을 해줘야 한다고 들었다.

민병욱 = 조례가 만들어지더라도 '달달한 맛'에 길든 아이들이 전통차를 쉽게 마시지는 않을 것 같은데, 연착륙은 어떤 방법으로 해야 할까.

강동오 매암차문화박물관 관장

강동오 = 일본도 초기에 입 안을 헹구어 내는 가글용으로 시작했다. 구강음료로 시작하는 게 맞다고 본다. 적어도 2년 정도 시간을 내다보면서 접근성을 높여 나가야 할 것이다.

박희준 = 아이들 수준에 맞는 다양한 콘텐츠 개발도 필요하다. '차를 마시면 이렇게 되는 구나' 등을 담은 공익광고를 만들면 좋겠다. 차의 접근성을 높이려면 다도라는 형식화된 옷을 벗고 생활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소비자들은 차는 한복을 입고 마셔야 하는 걸로 생각한다. 차를 굉장히 어렵게 한다.

언론에서 차에 대한 신빙성이 사라지고 있다. 생산자가 제때 대응을 못 한 측면도 있지만, 농약 파동, 몸이 찬 사람은 녹차를 마시면 안 된다는 등 차의 약리적 불신이 팽배하다. 불신을 걷어내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강동오 = 일본식 다도, 큰 것이라면 무조건 좋아하는 사대주의, 차계를 이끄는 차인 그룹들의 리더들도 크게 반성해야 한다. 생산자의 한 사람으로서 소비자들에게는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지 못해 미안할 따름이다. '예쁜 마음'으로 우리 차생산 농가들을 다시 봐 달라.

민병욱 = 한국 차산업의 미래를 어떻게 보는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지.

박희준 = 차산업 현실을 비유하자면 머리만 큰 '화성인'이라고 할 수 있다. 차 관련 대학 학과 수와 관련 단체는 술 관련 단체보다 훨씬 많다. 산업 없는 문화란 없다.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급식에 차를 포함하는 것 외에도 차 교육이 또 하나의 활성화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차고 넘치는 차 관련 단체의 에너지를 교육적 시스템으로 녹여낸다면 차산업의 전망은 밝다고 본다.

강동오 = 차를 생산하는 농가와 생산을 관장하는 자치단체가 경계를 허물면 좋겠다. 또 지역과 생산농가가 자기만의 색깔을 옅게 해서 연대하고 경제블록이나 차 문화벨트를 만들면 차산업의 미래는 희망이 있다.

박희준 = 예전부터 차 주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는데, 차 생산이 이뤄지는 자치단체가 협력해서 차 관련 축제를 마치 올림픽처럼 돌아가면서 개최한다면 규모의 힘 등의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연대해서 매년 서울에서 대규모 차 관련 축제를 여는 것도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지리산 둘레길에서도 소비자들이 쉽게 차를 만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강동오 = 하동녹차연구소가 대학 등 학교와 협약을 해서 전통차 아카데미를 열고, '한국차 전문가 과정'을 만들어야 한다. 교양 강좌와 대중교육 활성화를 위한 연구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김종철 = 차산업의 미래는 밝고, 밝을 수밖에 없다. 최근에 차 관련 대기업 관계자를 만났는데, 차산업이 서서히 회복되는 중이라고 했다. 세계 시장으로도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수출을 위한 브랜드화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강동오 = 맞다. 일본이 지난해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로 차산업이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앞으로 5~6년 정도는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본다. 수출 프로그램을 장려해 볼 필요가 있다. 〈끝〉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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