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용호의 '우포늪에 오시면'] (13) 봄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처럼

4월의 봄입니다. 연하디 연한 새싹들은 아이들의 맑고 깨끗한 피부처럼 생긴 얼굴로 방문객 여러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사계절 중 어느 계절을 좋아하십니까? 최근 우포늪을 찾은 어느 남성 방문객 한 분은 낙엽지고 빨간색으로 물드는 가을보다 새로운 싹이 솟아나는 이 봄이 더욱 좋다고 하시더군요.

4월의 이봄에도 겨울의 우포늪 주인이라는 겨울철새들이 남아 있습니다. 대부분의 겨울철새들이 고향으로 돌아갔지만, 우포가 좋아서 그런지 노랑색 부리로 먹이를 열심히 찾는 노랑부리저어새와 기러기들 몇 마리는 우포늪에서 볼거리를 제공하면서 지금까지도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포늪이 유명해져서 그런지 전국에서 많은 분들이 우포늪을 찾아 오십니다. 40대 중반 이상이면 어릴 때 보았고 어떤 식물은 먹어보기도 하던 추억의 식물이 우포늪에 많이 있습니다. 이름을 잊었다가도 아는 분이 이름을 말하면 아! 그래 그 식물이지 나도 옛날엔 알았는데 하면서 이름이 기억나는 식물들이 많이 있는 것이죠. 한때는 농촌 인구가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하던 것이 이제는 도시민이 80% 이상이 되었고, 요즘 아이들은 학교 마치면 학원 가고 게임 하면서 시간을 보내니 식물과 접하는 추억의 시간들은 더욱 작아지고 있습니다.

   
 

선생님들이 학교에 있는 나무들과 풀들의 이름을 책으로만 가르치지 말고 풀과 나무들이 있는 운동장에 데리고 나와 우리 학교엔 어떤 식물들이 사는지 알려줄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만약 식물에 관심이 있는 학부모시라면, 애들 손을 잡고 학교 운동장에 있는 식물들을 보면서 어린 시절의 추억을 말해주는 것도 먼 훗날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일주일 전의 일입니다. 아침 일찍 출근하였기에 우포늪 현장에 잠시 나가 보았습니다. 아침 일찍 우포늪을 찾은 남녀 한 쌍을 보고서 혹시나 도와주거나 우포늪에 대해 알려줄 것이 있는가 싶어 말을 거니, 우포늪에 오기는 왔는데 우포늪이 그냥 큰 저수지 같아 보이고 식물과 새들 이름을 모르겠다고 하십니다. 텔레비전에서, 신문에서 소개되었던 그 많은 새들이나 가시연꽃은 보이지 않고 새 몇 마리와 이름 모를 풀만 보일 뿐이라고 말하더군요. 그분들에게 우포의 4월은 겨울철새들이 거의 가버렸고 가시연꽃은 대개 8월 꽃이 피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물위에 있던 마름의 열매이자 씨인 마름(말밤)에 대해 설명 드리고, 글쓴이가 개발한 마름춤과 '뿔논병아리의 사랑 댄스'를 보여주고 함께하면서 그들의 생태 특성을 이야기해주니 웃으면서 좋아하였습니다. 우포를 대표하는 아름다운 수생식물 가시연꽃이 필 때 또 오겠다는 인사말과 함께.

우포늪과 생태에 대한 지식 없이 오실 경우에는, 우포늪해설사들을 만나시면 우포늪을 쉽게 이해하고 즐겁고 가치있는 시간을 가지실 것입니다. 창녕군이나 낙동강유역환경청에 소속된 해설사들 십여 명이 우포늪을 방문하시는 여러분들을 위해 해설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기다립니다. 우포늪생태관에도 미리 전화로 예약하시면 단체를 우선으로 해설이 가능합니다. 생태관에서 영상물도 보고, 우포늪을 방문한 당시 실시간으로 우포늪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영상으로 바로 알 수도 있고, 해설사로부터 해설을 들으면서 우포늪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창녕군에서 제공하는 해설 예약 요청은 전화 (055) 530-1559로 하시면 됩니다.

며칠 전 경남도 문화관광해설사들을 대상으로 제가 하는 생태해설기법을 강연하게 되었습니다. 도내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문화관광해설을 하실 분들로, 그분들에게 제가 아는 해설기법을 소개하는 강연이었습니다. 그분들은 작게는 1년에서 길게는 10여년 해설을 해오신 전문 해설사들이었습니다. 이렇게 해설을 오래 해온 전문가들에게 강연을 하게 되면 처음엔 망설여지기도 합니다. '융합시대의 창의적 해설'이라는 제목으로 우포늪생태관에서 하는 해설기법인 생태와 예술(춤)의 융합을 통한 생태춤 해설기법을 소개하였습니다. 마름춤과 뿔논병아리의 사랑 댄스 등 율동을 하면서 생태해설 기법을 소개하니, 오랫동안 전국의 강사들로부터 다양한 강연을 들어왔던 분들이 기존과는 다른 기법이라며 웃으며 함께 동작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제가 만든 것을 다른 분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저에겐 단순한 웃음 이상의 짜릿한 즐거움을 줍니다.

그분들을 처음 만나 서먹한 분위기를 날려버린 몸 풀기 동작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우포에 오시면 잔잔한 봄바람에 한들한들 천천히 움직이는 나무들을 볼 수가 있습니다. 처음엔 무심히 보았던 그 움직임이 식물에 대한 관심과 관찰로 다음과 같은 동작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목은 나무와 바람입니다. 우리 몸이 나무의 본체이고 두 팔은 가지라고 생각하여 본체인 몸은 그대로 있고 팔은 벌려 봅니다. 바람결에 가지인 두 팔이 흔들린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약한 바람이 분다고 생각하고 팔들을 조금씩 흔들다가 조금씩 강한 바람이 불어 팔을 흔드는 강도를 조금씩 더 해봅시다. 나중엔 태풍이 분다고 생각하고 팔과 몸을 앞뒤로도 좀더 자유롭게 흔들어 봅시다. 이때는 거의 춤을 추는 정도가 되죠. 몸을 앞으로도 뒤로도 자유롭게 흔들고 움직여 보면서, 우포늪의 나무가 봄바람을 따라 움직이는 모습을 같이 나타내 봅시다. 약간 적극적으로 하면 즐겁게 웃으면서 하는 동작이 될수 있습니다. 저는 이 작은 동작을 통해 우리 몸과 나무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가 우리 이웃의 인간들을 존중하듯 나무들을 존중했으면 좋겠습니다.

4월 22일 토요일엔 어드벤쳐코리아라는 한국 거주 외국인을 고객으로 하는 관광사가 외국인 30여 명을 데리고 우포늪생태관을 찾아 왔습니다. 그들과 즐겁게 생태춤 해설 동작을 한 뒤, 왜 좋았는가 물어보니 독특하고 재미있기 때문이라 했습니다. 우포늪의 생태춤해설 동작은 외국에서 보기 드문 글쓴이의 창의적 기법으로, 식물과 동물의 행동과 행위를 유심히 관찰한 결과를 동작으로 즐겁게 해보는 것입니다. 융복합이 강조되는 이 시대 우포늪을 찾는 여러분이 식물과 동물의 움직임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생태에 대한 지식과 즐거움을 함께 하시기 바랍니다. 우포늪을 찾은 외국인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는 생태를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이 작은 물결이 언젠가 우리 우포와 우리나라, 한국을 알리는 생태 한류에 기여하리라 생각하면서 많은 연구를 하고자 합니다.

/노용호(우포늪관리사업소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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