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의 2000년으로 불렸던 올 한해도 벌써 저물고 있다. 올해는 ‘문화의 세기’를 준비하는 한 해의 역할을 제대로 했는가. 오늘부터 매주 월·화요일엔 ‘결산-2000 지역문화’특집을 통해 도내의 각 부문별 예술활동의 성과와 아쉬운 점을 들춰보면서 한 해를 반성하고, 새해의 각오를 다지는 기회로 삼는다. <편집자주>





올해 경남 문학계는 지난 해에 비해 비교적 활동이 돋보인 한 해였다.



독자 성격 가진 잡지들의 몸부림



△문예지 활동 = 회지 성격이 아닌 독자적인 성격을 갖춘 <시와 생명>과 <시와 비평>, <작은 문학> 등이 경남 문학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노력들이 부단하게 보였다.



특히 <시와 생명>은 중앙과 지방의 계간지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시전문 계간지로서의 자리를 확고히 굳혔고, 내년 창원에서 <시와 생명>이 독자적으로 전국계간지협의회를 주최하기로 하는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올해 초에는 창원대 앞에 조그만 사무실을 내고 <시와 생명>의 모태인 ‘생태문학’을 실천하는 창녕 우포늪 체험학습을 기획하는 등 본격적인 문학활동을 펼쳐왔다.



<경남문학>과 좀 다른 각도로 문학을 조명하고자 창간한 경남시사랑문화인협의회 기관지 <시와 비평>은 지역문단의 젊은 작가들을 중심으로 올곧은 시문학 보급에 힘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다만 반년간지 형태로 두번 펴내겠다는 의지가 집행부측의 분주함으로 인해 1회 발간으로 그친 것이 아쉽다.



이들 <시와 생명>과 <시와비평>은 재정상 열악한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신인상을 발굴하는 등 자체적으로 시 전문 잡지로서의 역할을 증대하는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청소년 사로잡은‘김달진문학제’



△행사 = 경남문협은 올해 남북한 문화교류 열기에 힘입어 금강산 문학기행을 마련, 선상에서 시화전을 열었고, 경남시조문학회는 노산 이은상을 재조명하는 세미나를 개최했다. 또 마산문협에서 처음 마련한 해변문학축제는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한 기획으로 보이나 결과는 성공적이지 못해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반면 김달진문학제는 매년 알찬 프로그램으로 청소년들을 ‘문학’으로 이끌어들이는 데 큰 몫을 하고 있다.



특기할 만한 것은 각종 문화행사때마다 시극이 부활돼 시로 연극을 하면서 대중속으로 문학을 흡입시키려 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도내 시인들 웹진‘시향’만들어



△동인지 활동 = 젊고 유능한 시인들로 이뤄진 동인 ‘문청’이 각자 중앙과 지방에서 꾸준한 활동을 펼치면서 연간집 <문청>을 펴냈고, 문예진흥기금을 받아 제작하는 각 시·군 문학지들도 연말이 되면서 1년간의 성과를 드러내고 있다. 원로 작가들이 펴내는 <화전>, 경남여류시인회의 연간집, <동인문학> 등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밖에 사이버상에 <현대시>로 등단한 도내 시인들이 만든 웹진 <시향> 창간호가 지난 11월 나와 앞으로 인터넷을 통한 문학활동이 기대된다.



△문학관 붐 = 지난 2월 문을 연 통영 청마문학관과 지난 6월 개관한 마산 문덕수문학관을 비롯해 지난 10월 건축이 완공된 경남문학관 등 올해는 문학관 건립이 큰 이슈다. 청마문학관은 통영시에서 청마 유치환 선생의 문학업적을 기리기 위해 문학관과 생가를 복원했고, 문덕수문학관은 문덕수 선생이 자료와 소장품을 창신대에 기증해 개관됐다. 경남문학관은 경남문협과 경남문학관 운영위원회가 경남 전체 문인의 업적과 경남지역의 역사를 보존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만드는 것이나 개관을 앞두고 얼마나 내실있는 문학관이 될 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비평·팬터지까지 영역 넓혀



△작가 = 올해 주목할 만한 시인으로 유홍준(진주)씨와 김은정(사천)씨를 들 수 있고, 마산의 정문순씨가 문학비평가로 발돋움했다. 화제의 시집으로는 김언희씨의 엽기적 작품, 이선관씨의 통일시, 고증식씨의 삶에 대한 시, 이우걸씨의 시집 등이 눈에 띈다. 또 강지연씨의 불심이 가득찬 시집과 오삼록·원신상·하영·문옥영 씨 등의 작품활동이 돋보였다. 팬터지문학 붐에 따라 제일여고와 창신대 학생이 각각 팬터지소설을 펴낸 것도 특이하다. 이밖에 원로시인 황선하씨가 암으로 투병하며 시작을 희망하는 모습은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시조 시인들 여러 문학상 휩쓸어



△수상 = 올해는 유난히 시조부문에서 도내 문인들이 수상을 많이 했다. 이우걸씨가 이호우 문학상과 경남문학상을 받았고, 김교한씨가 마창불교문학상과 경남시조문학상, 정일근씨가 한국시조작품상, 김복근씨가 성파시조문학상을 수상했다.



올해 도내 문학계의 아쉬운 점은 생활속으로 문학을 이끌려는 노력을 하는 단체가 있는 반면 기존의 안일함에 묻혀 새로운 기획없이 나오는 예산으로 늘 하는 행사로 일관하는 단체가 대비된다는 것이다. 내년에는 문학이 독자와 대중속에서 살아숨쉬는 프로그램들이 많이 생겨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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