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파워] 파워블로거 열전-'거다란' 김욱 씨

4·11총선이라고 해서 정치인들만 바쁜 건 아니다. 우리 유권자도 삶을 바꾸고자, 중요한 선택을 위해 발로 뛰고, 머리를 굴리는 중이다.

지난 3월 7일 오후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 경남도민일보에서 만난 파워 블로거 ‘거다란’(김욱·44·부산시 금곡동)은 “요즘은 예비후보들에게 그냥 던지면(제안을 하면) 다 하겠다고 나옵니다. 확실히 대목, 맞는 것 같습니다”라며 웃었다.

뜻 맞는 사람들과 ‘선거사무소 투어’

선거법 관련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규제가 풀려 활동이 자유롭다고 했다. 물 만난 고기인 양, 뜻 맞는 이 열 대여섯 명과 ‘공감’이라는 헐렁한 모임을 꾸려 ‘선거사무소 투어’를 했단다. 주 활동 무대는 부산이지만, 양산 송인배(민주통합당) 후보와 김해 을 김경수(민주통합당) 후보 같은 ‘이야기가 될 만한 후보 사무소’도 들렀다고 한다. 선거사무소 투어? 이게 뭘까.

“정치하면 너무 진지하거나 심각한 콘텐츠, 대개가 토론회 아니면 간담회에서 나온 이야기거든요. 좀 부드러운, 소프트한 콘텐츠로 다른 사람들에게 알렸으면 하는 취지에서 해봤습니다. 그냥 좋아하는 후보, 지지하는 후보 사무실 찾아가서 노는 거죠. 토론도 하고, 잡담도 하고 뭐 그냥 놀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기계적인 중립은 아니고요. 야권이나 야권연대에 호응하는 후보사무소를 찾았는데, 지금까지 15곳 정도 됩니다. 말랑말랑하게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다 보면 온갖 아이디어가 나옵니다.”

'거다란 닷컴'을 운영 중인 김욱 씨./박일호 기자

6년 운영 방문자 누적치 776만 7000여 명

블로그는 지난 2006년 팀 블로그로 시작했다가 2007년 대통령 선거가 끝나자마자, 지금의 ‘거다란 닷컴(http://www.geodaran.com/)’으로 독립했다. 지금까지 2050여 개의 글을 썼으며, 방문자 누적치는 776만 7000여 명. 다달이 5만에서 6만 명은 찾는다고 한다. 블로그를 시작한 계기와 장점, 효과에 대해 물었다.

'거다란 닷컴'을 운영 중인 김욱 씨./박일호 기자

“블로그 하기 전에는 정치 웹진이나 토론방에서 놀았어요. 제가 알기에는 지금 시사 블로거 가운데 저 같은 사람이 많을 줄로 압니다. 무엇이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건 없잖아요. 너무 빤한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블로그는 혼자 ‘북 치고 장구 칠 수 있는’, 개인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1인 미디어죠. 그것 때문에 자기 브랜드도 가질 수 있고요.

기존 홈페이지 등이 가지는 확장성의 한계는 ‘메타블로그’를 활용하면 해결할 수 있고요. 아무튼, 저는 블로그 활동을 캐릭터 키우는 게임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블로그 운영 비결을 알려달라고 했다.

“6년 넘게 블로그를 운영했습니다. 나름대로 틀이 잡혔다고 해야 하나요. 주로 사진을 올리고 밑에 설명을 붙이는 식으로 글을 올립니다. 사진과 멘트의 조화, 보기에도 좋고, 쓰기도 편하고요. 사람 따라 다르겠지만, 저는 눈으로 봐야 글도 나오고, 생각도 나오더라고요.

나름 원칙을 지키는 것은 블로그 활동을 쉬거나 늦추지 말고 하자는 겁니다. 꾸준함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블로그는 게임이자 놀이…재미있게 하라”

이야기는 ‘블로그 노하우 전수’에서 블로그 초보자에 대한 조언으로 이어졌다.

“꾸준한 활동이 말처럼 쉽지는 않죠. 피곤하고, 힘들고, 보람도 못 느끼고, 돈은 돈대로 들고요. 고생했으면 주목이라도 받아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거든요. 블로그를 집에서 혼자 소일거리로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습니다만, 저는 뜻 맞는 사람끼리 모임을 만들어서 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혼자 할 때보다 비용은 조금 더 들겠지만,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활동도 할 수 있고요. 그만큼 블로그에 대한 확신도 강해질 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러 명이 떠들고 놀면 뭐가 만들어져도 만들어지거든요. 이렇게 활동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 ‘블로그의 틀’이 잡힐 겁니다.”

그런 측면에서 시사 블로거들이 모여서 4년 가까이 활동을 이어가는 경남 블로그 공동체(회장 김훤주·http://cafe.daum.net/GBC119)가 모범이 될 만하다고 했다. ‘경블공’은 지난 2009년 9월 만들어져 현재 17명의 블로거가 활동하고 있다. 이번 총선 국면에서는 〈경남도민일보〉와 〈100인 닷컴〉과 함께 야권 후보 단일화가 크게 관심을 끄는 선거구와 여야 맞대결이 관심사가 되는 선거구 후보를 초청해 합동인터뷰를 진행해 SNS를 통한 시민들의 소통 활성화에도 작으나마 이바지하고 있다.

'거다란 닷컴'을 운영 중인 김욱 씨./박일호 기자

“다른 지역에서 ‘경블공’처럼 블로거 모임을 하는 전례가 없거든요. 10년, 20년 뒤에는 분명히 역사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경블공이 결속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은 공익을 기반으로 한 활동을 했기 때문입니다. ‘후진 양성’을 통해 모임이 이어졌으면 합니다. 이런 모임이 부산에도 생기고, 지역별로 만들어지면 희박했던 SNS 활동의 존재기반이 명확해지고 끈끈한 연대가 이루어질 것이고, 우리 사회 민주주의 발전에도 이바지하리라 생각합니다.”

‘거다란’은 부산지하철노조에서 대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SNS와 노동운동의 접목은 어떻게 하면 좋은 지 질문했다.

“노동운동이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과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 한진중공업 크레인 농성 등 매우 급한 상황에서는 SNS를 아주 효과적으로 잘 활용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일상적인 활용은 잘 안 되는 것 같습니다. SNS 활동 관련 제안을 한다면 조직보다는 개인을 키워주면 좋겠어요. 개인을 스타 블로거를 키우고 거기에 조직을 살포시 얹히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조합은 허브 역할만 하면 된다고 봅니다. SNS 활용 포켓북을 만들어서 배포하거나 자료를 만들어 주는 역할만 해도 충분하다고 봅니다.”

앞으로 활동계획을 물었다.

“해마다 주제를 기획하고 글을 집중적으로 썼습니다. 2006년에는 ‘야근’을 주제로 글을 60개가량 썼는데, 주요 언론과 공중파에서도 제가 쓴 글을 보고 취재를 할 정도로 파장이 컸어요. 올해는 총선과 대선이 있잖아요. 이쪽으로 ‘뭔가’ 해보려고 합니다. 선거사무소 투어도 그런 맥락이고요. 강조하지만, 블로그는 게임이자, 놀이라고 생각합니다. 뭐든 재밌게 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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