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몇 해 전 국내 오페라 레퍼토리 편중의 심각성에 대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우리나라 대표 오페라단의 정기공연작에 오르는 작품은 공교롭게도 모두 베르디의 작품이라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이탈리아 오페라는 19세기 이탈리아 작곡가 베르디를 중심으로 푸치니, 로시니 등의 작품 비중이 상당히 크다. 하지만 국내에서 공연되는 레퍼토리는 극히 일부 작품에만 쏠려있다. 베르디의 오페라가 26편이나 되지만 아직 한 번도 공연되지 않은 작품이 절반에 가깝고, 로시니는 37편의 오페라를 작곡했지만, 국내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세비야의 이발사> 정도라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90년대 후반 들어오면서 많은 음대생이 배출되고 또 많은 유학생이 국내로 유입되면서 자연스럽게 이전보다 다양한 레퍼토리와 참신한 아이디어들로서 음악계가 다양해지고 다변화되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유럽이나 미국, 가까이 있는 일본의 공연계에 비해 레퍼토리가 한정적인 것이 사실이다. 최근 들어 외국여행이나 각종 영상물을 통해 관객들의 수준이 상당히 높아진 상황에서 천편일률적인 레퍼토리만으로는 관객을 만족하게 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지난 12일부터 김해문화의전당에서 김해국제음악제가 개최되었다. 지금까지 김해국제음악제는 기념주기를 맞이한 작곡가들을 집중 조명하며 피아노작품들을 중심으로 주요 작품들, 그리고 국내에서 흔히 소개되지 않는 좋은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올해 제5회를 맞이한 김해국제음악제는 근대 인상주의 작곡가를 대표하는 드뷔시 탄생 150주년을 기념하면서 '프랑스 음악과의 랑데부'라는 주제 아래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등 유명 작곡가들의 작품이 오스트리아와 독일을 중심으로 한 독일어권인데 반해 드뷔시와 라벨은 프랑스어권의 작곡가이기에 그들이 가지고 있는 언어 특유의 뉘앙스 같은 색다른 음악의 매력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프로그램과 연주회임에도 오프닝콘서트와 비교하면 드뷔시 프렐류드 전곡을 연주한 앤드루 브로넬의 독주회나, 베를린음대 교수로 프랑스 음악 해석의 권위자인 파스칼 드봐이용의 독주회에 대한 관객의 호응도가 너무 낮은 것을 볼 때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외형적인 성공을 위해서 천편일률적인 프로그램으로 흥행성이 담보되는 그런 음악제가 되기보다, 늘 새롭고 참신한 음악들이 넘쳐나는 내실 있는 음악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전욱용(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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