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발 잦아 장기간 평가·치료 필요

우리는 날마다 다른 기분을 경험합니다. 드물지만 어떤 날은 날아갈 듯한 행복감 충만한 기분으로, 또 어떤 날은 온몸이 찌뿌드드하며 무엇을 해도 잘 될 것 같지 않은 하루를 보내기도 합니다. 때로는 너무나 변덕스러운 기분에 혹시 내가 조울증을 앓고 있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듭니다만, 대부분의 일상적인 변덕스러움은 단지 있을 수 있는 기분 변화일 뿐 조울증과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은 현대인은 날마다 시간과 일에 쫓기면서 피곤한 몸과 주눅이 든 마음으로 하루를 보냅니다. 조울증의 조증 시기에는 기분 좋은 흥분과 자신감이 생기며, 활력이 넘쳐 먹거나 자지 않아도 평소보다 훨씬 많은 일을 벌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조증에 대한 낭만적인 바람도 일견 일리가 있어 보이나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대개 경한 조증은 더 심한 조증과 혼란으로 치달리다 연이어 오는 우울증의 늪으로 가라앉고 맙니다.

조울증이라고도 알려진 '양극성 정동장애'는 기분, 에너지, 수행능력 등의 변화를 유발하는 뇌 기능장애의 일종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경험하는 정상적인 기분의 상승이나 하강과는 다르게, 양극성 정동장애의 증상은 매우 심하여 대인관계의 손상, 직업이나 학업 수행능력의 저하를 동반합니다. 다음은 조울증을 경험한 이들이 말하는 다양한 기분 상태입니다.

첫째 경조증 경험자. "처음 조증이 있었을 때 생각들은 빨라서 하나가 사라지면 더 밝은 것이 나타나는 마치 유성과 같았습니다. 모든 수줍음은 사라졌으며, 그 대신에 적절한 단어와 몸짓들이 그 자리를 대신했습니다. 전에는 관심도 없었던 사람들과 사물들이 매우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어느 시점에서부터인가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음은 조증 경험자. "빠르게 지나가던 생각들은 너무 빨라지고 너무 많아졌습니다. 명확함 대신에 혼란스러움이 가득했습니다. 생각들은 더는 따라잡을 수 없었고 기억할 수 없었습니다. 나는 예민해 있고, 겁먹어 있으며, 자신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으며, 마치 덫에 갇힌 듯합니다."

마지막으로 우울증 경험자. "나는 아무 일도 잘하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내 마음은 처지고, 아무짝에도 쓸모없을 정도까지 기력이 소진된 것처럼 보였습니다. 괴로웠습니다. 자포자기의 절망적인 상태였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제대로 느낄 수도, 생각할 수도, 신경 쓸 수도 없었습니다."

조울증은 대개 사춘기 말 혹은 초기 성인기에 발생합니다. 흔히 병으로 인식하지 않기 때문에 제대로 진단받고 치료받기까지 몇 년의 시간을 그냥 보내기도 합니다.

조울증은 평생에 걸쳐 주의 깊게 조절해야 하는 만성적인 질환입니다. 조울증은 아직 신체적인 검사, 예를 들어 혈액검사 혹은 뇌 영상 촬영 등만으로 진단할 수 없으며 증상, 장애의 경과, 그리고 가능하면 가족력 등에 근거해 이루어집니다.

조울증을 앓는 대부분 사람은 적절한 치료로 증상을 어느 정도는 안정화시킬 수 있습니다.

   
 

조울증은 자주 재발하기 때문에, 대부분은 장기간의 평가와 치료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약물치료와 정신치료의 병합요법이 최선의 선택입니다. 우울증과 조울증의 회복에는 주위 사람과 가족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고 실천하는 것이 바로 우리 자신의 정신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지름길입니다.

/류정환(성균관대학교 삼성창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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