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 있습니다] 경남도 2014 생물다양성협약총회 유치에 바란다

경남도는 1월 27일 유영숙 환경부장관을 만나 2014년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의 경남 개최를 공식 건의했습니다. 김두관 도지사는 이 자리에서 지리산과 낙동강, 남해안과 세계적 습지인 우포늪이 있는 지리적인 여건과 멸종위기종인 따오기 복원사업 등 생물다양성 확보를 위한 노력, 다양한 국제회의 개최 경험 등을 강점으로 제시했다고 합니다.

경남도는 연이어 3월 29일 2014년 생물다양성협약총회를 유치하기 위하여 시민단체·국회의원·기업·언론 등 각계 대표 120여 명으로 구성된 유치위원회를 출범시켰습니다.

이로써 경남도의 2014년 생물다양성협약 총회를 유치하기 위한 모양새는 다 갖춘 셈입니다. 경남도는 지난 2008년 람사르총회, 2011년 사막화방지협약총회 등 국제회의를 치러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국외 손님 맞이는 흠잡을 데 없이 해낼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환경단체는 경남도가 람사르총회와 사막화방지총회에 대하여 내용은 없이 혈세로 외국인들에게 폼나는 접대만 잘해 줬다는 평가가 만만치 않음을 반면교사로 삼기를 바랍니다.

멸종위기종인 붉은발말똥게가 마산만 봉암갯벌에서 서식하고 있다. /창원물생명시민연대

생물종다양성협약의 목적은 첫째, 생물종다양성의 보전, 둘째, 그 구성 요소의 지속가능한 이용, 셋째, 생물유전자원 관련 이익의 공평한 공유이며 총회는 2년마다 개최됩니다. 우리나라가 협약의 참가국으로서 총회개최국이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나 총회 개최 비용을 개최국에서 부담하는 것이 당연하므로 이해득실을 따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환경단체는 우리나라가 총회개최국으로서 우리나라 생물종다양성 정책의 발전에 효과를 가져온다면 수십억에 달하는 개최 비용이 아깝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총회 개최 준비를 단순히 총회 장소, 숙박 장소, 프로그램 마련하는 데 정성을 쏟을 것이 아니라 생물다양성협약의 취지를 살리고 우리나라와 경남도가 생물종다양성 보전 정책을 국민과 함께 발전시키기 위한 의제를 개발하여 실천하기를 바랍니다.

2008년 경남에서 열린 람사르총회에서는 황해지역 보전을 위하여 대규모 매립을 중지하자는 의제를 결의문의 부속서로 채택하였으나 람사르 총회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대규모 연안 매립이 승인되고 있으며 신재생에너지개발이라는 명분하에 서해안의 대규모 갯벌을 수몰시키는 강화조력발전, 인천만조력발전, 가로림만조력발전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람사르총회 개최 지역인 경남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연안오염총량관리제가 시행되는 마산만에서 매립 계획이 승인되었으며 진해만에서도 2건의 매립계획이 승인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남해안의 대표적 연안습지인 하동 갈사만이 매립 승인되어 환경단체의 강한 반발을 샀으며 갈등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2014년 생물종다양성협약총회는 람사르총회와 같은 시행착오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생물종다양성협약은 생물종다양성의 보전·이용·이익의 공유를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으나 우리나라 지자체는 보전보다는 이용에 치우쳐 있으며 이로 인한 생물서식지 파괴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우포늪의 경우 창녕군이 지난 2011년에 여름철새의 산란지역을 수백명이 참석하는 습지의 날 행사 장소로 선정하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창원시는 2011년 멸종위기종이 서식하는 주남저수지에 탐방객을 위한 둘레길을 조성하면서 저수지 안으로 들어가는 데크를 만들 계획을 추진하였습니다. 최근 창녕군은 홍수피해 대책사업을 벌인다며 대봉늪의 왕버들을 수백그루 베어내고 늪을 준설하는 공사를 하던 중에 습지보전운동가의 문제제기로 중단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생물종다양성총회를 유치하겠다는 경남도라면 적어도 이렇게 표나는 수준 이하 행정은 벌이지 말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행정을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우리나라 현행법이기에 법도 개선해야 합니다.

생물종다양성협약은 멸종위기의 생물종 보호를 위한 규제방법의 개발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행법은 멸종위기종이 있는 서식지라 해도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곳이 아니라면 탐방시설 설치, 주변 지역 소규모 개발 사업에 대해서는 특별하게 규제할 수 있는 규정이 없습니다.

더구나 2011년 4대강사업 합천보 상류에서 발생하였던 멸종위기종인 귀이빨대칭이 집단폐사 사건의 경우 4대강 사업의 준설이 원인이라는 결론이 났음에도 준설행위가 귀이빨대칭이 서식지역에서 직접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주변지역에서 이루어졌다는 이유로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사건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즉 멸종위기종에 대한 보호 규정을 담고 있는 야생동·식물보호법, 생물다양성관리법(2012년 발효)에는 멸종위기종이 살고 있는 서식지와 주변 지역에 대한 개발행위 제한 규정이 없습니다. 따라서 환경영향평가를 할 때 멸종위기종이 발견되면 멸종위기식물은 이식하고 멸종위기동물은 주변지역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환경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서술합니다.

그런데 멸종위기종 혹은 멸종된 생물종을 복원하는 규정은 있습니다. 있는 것을 보호하는 것보다 사라진 것을 되살리는 것이 훨씬 비용도 많이 들고 힘든 일이라는 것을 창녕 우포늪 따오기복원사례에서 경험하고 있는데 우선순위가 잘못된 어이없는 법입니다.

2014년 생물다양성협약총회 유치를 계기로 이런 말도 안되는 멸종위기종 보호법규와 허술한 환경영향평가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입니다.

/임희자(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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