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파워] 성공스토리-정남호 한국건강관리협회 경남본부장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라’. 이 말 앞에 ‘국민’을 붙이고 그 책임을 국가에 묻는다면 바로 이 기관이 답이 될 것이다. 한국건강관리협회, 1964년 설립된 기생충박멸협회가 모체인 기관이다. ‘한국건강관리협회’라는 이름을 쓴 것은 지난 1984년부터다. 정부가 비전염성 질환(당뇨·뇌혈관·심장병·암 등) 예방 목적으로 기관 기능을 확대하면서 거듭났다. 건강관리협회는 현재 전국 15개 지부를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경상남도지부(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2동)는 최근 2년 동안 기관 평가에서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하위권에 맴돌던 경남지부가 상위권으로 자리매김한 시기는 정남호(57) 본부장 취임 이후와 맞아떨어진다.

MRI·CT·초음파·골밀도 검사 안내 표지, 그 너머에 보이는 첨단 장비, 가운을 입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의사와 간호사들은 종합병원 모습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하지만, 건강관리협회와 일반병원 구별은 이렇게 하면 간단할 듯하다. 건강관리협회는 건강한(건강하다고 믿는) 사람, 일반병원은 아픈(아픈 것 같은) 사람이 대상인 기관이다. 건강 진단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 건강관리협회, 진료·치료를 하는 곳은 일반병원인 셈이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2동에 있는 건강관리협회 경남본부는 최근 몇 년 동안 꾸준히 증·개축과 내부 공사를 거치며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이 역시 정남호 본부장이 취임한 2008년 이후 일군 성과 가운데 하나다.

정남호 한국건강관리협회 경남본부장./박일호 기자

30년 동안 국민건강증진 한 우물만

정남호 본부장은 1982년 한국건강관리협회에 입사했다. 27살 되던 해 입사해 만 30년째 근무하고 있다. 요즘 협회가 내세우는 표현을 빌리자면 정통 ‘메디체크 맨(Medicheck Man)’인 셈이다. 첫 본부장직은 지난 2005년 제주특별자치도지부에서 시작했으며, 2006년 울산광역시지부 본부장을 거쳐 2008년 경상남도지부 본부장에 취임했다.

정남호 한국건강관리협회 경남본부장./박일호 기자

“제대하고 바로 시험을 쳐서 입사했는데 처음에는 이 일이 내 일인가 하는 생각도 많이 했어요. 그때만 해도 사람들이 알아주는 기관도 아니고, 열심히 해도 드러나는 일도 아니고….”

돌이켜보면 혈기왕성했기에 누르기 어려웠던, 그러나 젊은이라면 또 누구나 누리고 싶은 공명심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교육자인 아버지는 그런 아들에게 단호했다.

“아버지는 제가 살아가는 좌표를 정하는 데 큰 버팀목이 됐습니다. 사나이가 한 길에 들어섰으면 끝까지 가야한다고 주문했지요. 특히 제가 들어간 곳이 봉사하는 공익기관이지 않습니까. 최고를 향해서 열심히 해보라고 당부하셨지요.”

결과적으로 정남호 본부장은 지금까지 아버지와 약속을 지키는 중이다.

정남호 본부장이 입사한 1982년, 건강관리협회에 대한 인식은 어땠을까. 협회는커녕 건강에 대한 관심 자체가 낮았다. 먹고사는 일만 생각해도 빠듯했던 시절이다. 웬만큼 아프면 견디고, 견디다 못해 데굴데굴 구르면 병원을 찾던 때였다. 건강한 사람이 스스로 건강을 의심한다? 그래서 스스로 미리 진단을 받는다? 어쩌면 사치였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초창기 건강관리협회 업무는 상당 부분 홍보에 집중된다.

“각 시도지부에서 홍보를 많이 했지요. 국민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건강에 대한 인식도 함께 높아지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아프면 병원 간다’는 인식을 ‘큰 병이 되기 전에 미리 막자’는 쪽으로 바꾸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더라고요. 그런데 결정적으로 건강관리협회가 새롭게 인식되는 계기가 생깁니다.”

./박일호 기자

바로 1997년 IMF 사태 때다. 부도·파산·실업·빚·자살 같은 암울한 단어가 사회를 뒤덮을 때 건강관리협회는 ‘어려울 때일수록 건강을 챙겨야 한다’는 구호를 내세웠다. 모든 것을 잃어도 건강만은 지켜야 한다, 건강하면 언제라도 재기할 수 있다는 구호는 엄혹한 시절 몇 안 되는 희망 섞인 메시지였다.

“건강을 챙겨야 한다는 구호가 건강관리협회에서 만든 것인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협회가 가장 적극적으로 사용했지요. 그때 협회 임직원들은 만나는 사람마다 ‘건강하십시오’라고 인사했어요.”

물론 구호만으로 그치지 않았다.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장애인, 저소득층 등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낮은 이들에게 무료 건강검진 사업을 진행했다. 이 사업은 현재까지 협회 주요사업 가운데 하나다.

IMF 사태를 계기로 건강관리협회가 국민들에게 한걸음 다가선 것은 확실했다. 그러나 인지도가 협회에 대한 신뢰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여전히 일반병원 수준에는 못 미치는 기관 정도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검진만 놓고 보면 절대 일반병원에 뒤질 게 없다고 자부하던 협회도 그 선입견을 무너뜨리기는 쉽지 않았다. 그런데 또 한 번 계기가 생긴다. 바로 2002년 한·일 월드컵이었다.

정남호 한국건강관리협회 경남본부장./박일호 기자

“제가 부산지부에 근무할 때였습니다. 프랑스 월드컵 대표 지네딘 지단 선수가 허벅지 부상을 당했어요. 당시 부상 부위를 진단할 수 있는 기기가 부산지역 대학병원과 건강관리협회에 있었는데 지단 선수가 협회로 왔어요.”

프랑스 축구를 넘어 당시 세계 축구 아이콘이었던 지단이었다. 부상 소식에 국내외 언론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고, 지단은 언론을 따돌리고자 부산대학병원 진단 일정을 공개한 뒤 건강관리협회 부산지부로 방향을 틀었다. 현충일이었지만 건강관리협회는 귀한(?) 손님맞이를 준비했고 정남호 본부장이 진행 과정을 지휘했다. 건강관리협회도 지단도 결과에 만족했다. 당시 상황은 MBC가 단독 보도했고, 이후 프랑스 언론까지 보도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건강관리협회 부산지부는 외국인도 많이 와요. 건강 관광코스가 된 거지요. 기관 평가도 늘 최상위권입니다.”

37년 만에 돌아온 마산, 과제는 혁신

정남호 본부장은 2008년 6월 경남지부에 취임한다. 김해가 고향이지만 학창시절을 보낸 마산은 정남호 본부장에게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하지만, 취임 직후 맞닥뜨린 경남지부 현실은 그에게 감상에 젖을 틈을 주지 않았다.

“마산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37년 만에 돌아온 셈인데 경남지부 현실은 열악했지요. 건물도 협소하고 시설도 좋지 않았어요. 기관 평가도 늘 하위권을 맴돌다 보니 직원들 사기도 바닥이었지요. 변화가 절실했습니다.”

시설 정비부터 시작했다. 2개 층을 증축하고 내부 공사도 진행했다. 새로운 장비 보강도 급했다. 물론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일이었다. 하지만, 15개 지부 어느 곳도 넉넉할 리 없는 예산을 두고 경남지부만 따로 배려할 이유는 없었다.

“서울에 있는 협회 본부를 찾아가 끈질기게 지원 요청을 했습니다. 실적으로 증명해내겠다고 했지요.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자신은 있었습니다.”

다행히 본부 신임을 얻어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정남호 본부장 구상은 점점 현실화됐다. 눈길은 다시 내부로 돌아왔다. 변화가 두렵거나 불편한 구성원에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했다. 정남호 본부장이 내린 답은 한 가지였다.

“제 경영철학은 솔선수범입니다. 리더가 앞장서야 직원들이 믿을 수 있습니다. 변화는 그런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하고요. 어렵다, 안 된다고 할 때마다 되는 방향을 제시하고자 했습니다. 그렇게 성과를 만들면서 서로 믿음을 쌓았지요.”

말처럼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변화는 관성을 거부할 때 시작된다. 익숙한 일은 더 잘해야 하고, 익숙하지 않은 일도 해낼 수 있어야 성과가 나온다. 그 성과는 눈에 띄지 않게 조금씩, 지루하게 나오다가 한 번에 터지기 마련이다.

“당연히 피로를 호소하는 직원도 있었지요. 변화를 주문하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일은 즐기면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직원들과 그룹별로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소통하고자 애썼습니다. 그렇게 갈등을 줄였지요. 작은 것이라도 성과를 내면 보상하고자 했고요.”
사안을 단순하게 접근하고 일을 많이 벌이지는 않되 한 번 목표를 설정하면 끝까지 책임지는 것. 정남호 본부장이 정의하는 ‘혁신’이었다.

성과는 기대 이상으로 나타났다. 취임 2년 만에 만년 하위권이던 기관 평가가 2위로 뛰어올랐다. 신장률은 당연히 1위였다. 그해 정남호 본부장은 <시사투데이>가 주관하는 ‘2010 대한민국혁신리더 대상’을 수상한다.

“그해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부모님 생각 많이 났지요. 특히 늘 한 길에 매진하라 했던 아버지 말씀대로 했던 게 잘했다는 생각 많이 했습니다.”

건강관리, 나에게는 의무

정남호 본부장에게 건강관리협회 홍보는 중요한 업무 가운데 하나다. 경남도내 주요 기관과 건강관리업무협약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으며 해마다 다양한 건강 관련 행사도 주최한다. 경남도민 건강을 책임지겠다는 협회 책임자로서 누구보다 건강관리만은 확실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건강검진은 해마다 받느냐고 물었다. 혹시 종합병원에서 받는 것은 아닌지 살짝 덧붙여서…. 정남호 본부장은 10년 전부터 해마다 2월이면 건강관리협회에서 건강검진을 받는다고 답했다.

정남호 한국건강관리협회 경남본부장./박일호 기자

“저에게 건강관리는 당연히 의무지요. 일단 건강은 타고난 것 같습니다. 시골에서 어렸을 때부터 일을 많이 해서 그런지 잔뼈가 굵었다고 할까요. 협회 입사 이후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자 애썼습니다. 담배는 13년 전에 끊었고요. 주 4회 정도 달리기, 휴일 산행, 골고루 먹되 소식하는 정도가 건강 비결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정남호 본부장은 직원들에게 늘 목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편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런 목표 가운데 하나이자 직원들에게 한 약속이 바로 누구에게나 자랑할 수 있는 직장, 경남에서 가장 알아주는 직장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사위·며느리가 협회 직원이라고 자랑하면 누구나 부러워하고 미혼 남녀가 협회 직원이라고 하면 아주 훌륭한 조건이고…. 그런 직장을 만들겠다는 것이지요.”

단순히 벌이가 좋다는 개념은 아닐 테다. 그만큼 누구나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도 건강검진 얘기를 하면 건강관리협회보다는 종합병원을 먼저 떠올리는 게 사실이다. 그래도 질병 조기 발견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점, 건강관리협회 이용자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는 점이 협회가 보기에 긍정적인 신호다. 경남지부 역시 최첨단 설비, 저렴한 비용, 이용자 중심 서비스 등을 내세우며 해마다 검진 실적을 올리고 있다. 아울러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낮은 소외계층을 위한 무료 건강검진 사업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인터뷰 막바지에 정남호 본부장이 경남도민에게 내건 약속은 이렇다.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 외길을 달려왔습니다. 건강관리협회가 건강과 복지 중심 기관이 되겠다는 약속을 늘 잊지 않겠습니다. 경남도민들이 최고 수준에 이른 검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온 힘을 기울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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