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맛집] 창원시 명서동 '무안세발낙지'

입안에 분명히 넣었다. 그런데 자꾸 입안에서 빠져나온다. 얼굴 볼까지 침범했다. 빨판이 얼굴에 찰싹 달라붙는다. '엄마야' 입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잘근잘근 재빨리 씹기 시작했다. 물컹물컹 씹혔다가 껌처럼 잘근잘근 씹히기도 한다. '어떡해' 입천장에도 빨판이 붙었다. 혀로 빨판을 떼려고 하니 이놈 쉽게 떨어질 생각을 안 한다. 힘도 좋다. 계속 씹다 보니 어느새 꿀꺽 잘도 넘어간다. 질기지 않았다. 유연한 발레리노처럼 춤추다가 고소함만을 남기고 무대를 떠났다. 그놈은 세발낙지다. 전남 무안에서 왔다.

"잘 먹네요. 여자들은 꺼리기도 하는데…. 어때요? 종잇장처럼 잘 구겨지죠. 질기지가 않다니까. 머리는 작고 다리는 매우 길어요. 봐요. 쭉쭉 잘 늘어나죠?" 이오재 무안세발낙지(구 목포세발낙지) 사장은 수족관에서 세발낙지 한 놈을 손으로 철썩 잡아 올려 보여줬다. 왼손으로 머리를 잡고 오른손으로 다리를 쭉쭉 당겼다. '도대체 몇 cm야?' 족히 20~30cm는 돼 보인다. 이렇게 다리가 긴 놈은 처음 봤다. 다리도 얇디 얇다. 패션모델 저리 가라 할 정도다.

   
 

세발낙지의 세는 '가늘 세(細)'다. 다리가 세 개가 아니다. 이 사장은 나무젓가락 맨 윗부분 1cm 정도를 벌린 후 수족관에서 낚아챈 세발낙지를 끼워 넣었다. 머리통 아랫목 부분이다. 그리고 재빨리 가느다란 다리를 나무젓가락에 휘감았다. 돌돌 말이다. 세발낙지는 짝이라도 만난 듯 나무젓가락에 찰싹 감겼다. 오 사장은 세발낙지 머리통을 참기름에 살짝 담근 후 기자에게 건넸다.

"세발낙지 하면 무안이지요. 갯벌에서 산 놈들이라서 힘이 좋아요. 일주일에 두세 번 물차를 끌고 무안에 갑니다. 새벽 1~2시에 출발하면 5시쯤에 도착해요. 최상급으로 골라 오죠. 수족관에 세발낙지 천 마리를 담아놓는데, 2~3일 후면 다 팔려요."

이 사장 고향은 무안이다. 20년 전 경남에 왔고 15년 전부터 식당을 운영해 왔다. "입맛이 안 맞아 고생을 했죠. 전라도 음식과는 다르더라고요. 그 당시 세발낙지를 아는 사람도 없고 음식점도 없었어요. 그래서 장사를 해보자고 마음먹었죠"라고 이 사장은 회상했다. 경남은 세발낙지 불모지였다.

처음에는 '목포세발낙지'라고 내걸었다. "무안을 모르더라고요." 그래서 목포를 택했다. '무안세발낙지'라고 상호를 바꾼 것은 1년 전이다. 제자리를 찾은 셈이다. 그 당시 세발낙지를 손님에게 내놓으면 '으악' 비명을 지르는 손님들부터 '어떻게 먹어야 하지'라고 멀뚱멀뚱 세발낙지를 바라만 보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세발낙지 맛을 아는 손님이 늘었다. 먹어보면 낙지와 세발낙지 비교가 확 된다.

세발낙지가 자아내는 몸매는 남다르다. 수족관에 찰싹 들러붙었다가 '내 몸매 좀 보소'라고 쫙 다리를 뻗으면 일자 다리는 방사상 형태가 된다. 길고 얇다. 세발낙지 마니아는 척 보면 안단다. 세발낙지가 아닌지 맞는지. 맛을 보면 확실히 티가 난다. 사정없이 빨아대는 빨판의 힘과 잘근잘근 씹히는 식감, 꼬들꼬들하면서도 연두부처럼 꿀꺽 입속으로 넘어가는 질감, 이 세 박자가 척척 맞아떨어져야 세발낙지다. 원체 세발낙지의 태생이 좋으니 다른 부재료가 필요 없다.

세발낙지는 산 낙지로만 먹는 것이 아니다. 연포탕(경상도식 복국으로 보면 됨), 호롱구이, 초무침, 당고(아주 짧게 썰어 날계란에 비벼먹음), 탕탕(칼로 탕탕 두드리듯 잘라서 젓가락으로 먹음)으로 먹을 수도 있다. 이 중 호롱구이가 별미다. 호롱구이는 세발낙지를 통째로 대나무 젓가락이나 짚 묶음에 끼워 돌돌 감은 다음 고추장 양념을 골고루 발라 구워낸 것이다. 매운맛이 혀끝을 찌른다. 양념을 걷어내자 불에 잘 그슬린 세발낙지의 부드러움이 입안에서 맴돈다. 참기름 저리 가라다. 무안세발낙지는 밑반찬도 알차다. 무안 앞바다서 담근 신김치와 갓김치, 양파김치가 통째로 나오며, 간장게장과 간재미(초고추장으로 무친 초회의 일종) 회도 맛볼 수 있다.

낙지, 칼로리 낮아 다이어트에 딱

낙지는 타우린을 함유한 저칼로리 식품으로 단백질, 인, 철, 비타민 성분이 있어 콜레스테롤을 저하시킨다. 칼로리가 낮고 지방함량이 적어 다이어트에 좋다.

<메뉴 및 위치>

   
 

◇메뉴: △연포탕 △세발낙지 △낙지볶음 △낙지전골 △호롱구이 △초무침 △당고 △탕탕 (가격은 시가) ◇위치: 경남 창원시 의창구 명서동 207-3번지(더큰병원 앞). 055-277-8437. 주차장 완비. 연중무휴.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