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정반대 개표결과…'이번엔?' 각 당 기대·긴장

총선이 막바지로 접어든 가운데 최종 결과를 가름할 핵심 변수로 '숨은 야당표 5%'의 존재 여부가 떠올랐다.

2010년 6월 지방선거부터 나타난 투표 경향 중 하나인 '숨은 야당표'는, 여론조사에서는 밀리거나 접전을 벌였던 야권 후보가 막상 뚜껑을 열면 크게 이겼던 데서 생겨난 말이다. 특히 지난해 서울시장(박원순)·강원도지사(최문순), 경기 성남 분당 을 국회의원(손학규) 재보궐 선거에서 이 같은 현상이 선명하게 드러난 바 있다.

야권은 이번에도 이 숨은 표의 '기적'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는 8일 서울 유세에서 "우리에게는 숨은 표가 있고 청년 표도 있으니 초박빙은 이긴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여론조사에도 좀체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숨은 표'의 향배가 관심을 끌고 있다. 4·11 총선 선거운동기간 중 한 유세장에서 청중이 무표정한 얼굴로 후보자의 연설을 듣고 있다. /박일호 기자

경남 지역 야권후보 진영도 "민간인 사찰 문제 등은 이명박 정부 심판론에 공감하는 야권 지지층, 젊은층을 투표장으로 향하게 할 것"이라며 표 결집을 자신하고 있다. 이 경우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거나 다소 열세인 창원·김해·거제 등에서 '막판 뒤집기' 가능성은 매우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

이미 몇 차례 '악몽'을 겪은 새누리당도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새누리당 선거종합상황실장인 이혜훈 의원은 9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2010년 지방선거, 2011년 재보궐선거 등에서 새누리당이 압승하는 것으로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는데 뚜껑을 열고 보니 참패였다"며 "이번에도 숨어 있는 야당표가 5% 넘을 것 같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숨은 표의 위력이 미약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숨은 표' 주장의 핵심 근거는 집 전화 중심의 여론조사 방법 등의 한계로 야권 지지층·젊은층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여론분석센터 부소장은 그러나 이런 가정 자체부터가 잘못되었다고 지적한다.

정 부소장은 "여론조사가 고정표(숨은 야당표)를 못 잡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표심을 못 잡는 것"이라며 "무당층이나 중간지대 부동층은 선거 막바지에 지지 후보를 결정하는데, 여론조사 공표를 1주일 전으로 제한한 선거법 때문에 변화를 포착하지 못하는 것이 주된 요인"이라고 말했다.

즉, 2010년 지방선거와 지난해 재보궐선거에서 야권의 대역전극이 가능했던 것은 숨은 고정표 덕분이 아니라 그 '1주일 사이'에 여권으로부터 돌아선 부동층의 표심 때문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 내곡동 사저 문제나 엄기영 당시 한나라당 강원도지사 후보의 불법선거,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의 '1억 피부과' 논란 등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양상이 다르다. 여당이 정권심판론과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로 고전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나꼼수' 김용민 서울 노원 갑 후보의 막말 파문 등은 야당에 치명적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정한울 부소장은 "두 당 모두에 실망한 양비론이라 하더라도 책임 소재를 따진다면 아무래도 집권세력 책임을 더 크게 두는 경향이 있다"라면서도 "다만 지난해 보궐선거 등과 달리 막판 쟁점에서 야당에 불리한 이슈도 크게 부각되어서 야당 쪽이 이득 보는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4월 김해 을 국회의원 재선거는 숨은 표가 야당에 꼭 유리하지 않다는 사실을 입증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당시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에 5%포인트 이상 격차로 밀렸으나, 최종 결과는 김 후보의 2%포인트 신승이었다.

결국 각 후보자들이 끝까지 얼마나 최선을 다하느냐, 신뢰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경남지역 최종 선거결과는 판가름이 날 것이다. 부동층의 상당수는 4월 11일 투표 하루 전날 표심을 결정한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