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출신으로서 경남과 부산지역을 중심으로 작곡가, 연주자 그리고 교육자로서 다양한 활동을 하다가 도독 후 독일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은 동양의 사상과 서양의 구조적 음악을 결합한 작품으로 세계 음악계에서 큰 명성을 얻었다. 이러한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을 기리고자 지난 2002년부터 매년 그의 고향인 통영에서 통영국제현대음악제를 열고 있다.

수도권도 아닌 지방의 항구 도시에서 10여 년간 대규모의 국제음악제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겠지만, 이 음악제에 초대되는 세계 저명 작곡가들과 연주자들을 통해 담보될 수 있는 수준 높은 연주 완성도와 초청작품들의 내실은 이 음악제의 자랑거리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이 음악제가 10년이라는 그렇게 길지 않은 역사를 가졌음에도 단기간에 아시아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음악제로 성공할 수 있었던 점은 윤이상이라는 거장의 명성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2012 통영국제음악제는 지난달 23일부터 29일까지 통영 일대에서 펼쳐졌다.

이번 음악제에서는 '소통'(without distance)을 주제로 다양한 공연과 행사들이 선보였다. 공식행사가 시작되기 전 10주년 기념 사진전과 윤이상동요제를 시작으로 통영 각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린 다양한 프린지 공연과 음악제기간 중 음악가들이 통영에 상주하는 아티스트 레지던스 프로그램 등을 통해 무대와 관객, 음악가와 청중, 음악가와 음악가, 예술과 일상 사이의 소통을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과 준비가 있었는지 느낄 수 있는 음악제였다.

이번 음악제의 주요 공연으로는 23일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의 개막연주를 비롯하여 여러 공연이 있었지만, 이번 음악제의 핵심은 무엇보다 개막 및 폐막공연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개막공연에서는 알렉산더 리브라이히의 지휘로 이번 음악제를 계기로 조직되고 첫선을 보인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의 발전 가능성을 충분히 볼 수 있는 무대였다. 이제 어떻게 지속성을 가지고 좋은 오케스트라로 발전해 나가냐는 것이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일회성으로 끝나기보다는 통영국제음악제를 대표하는 연주단체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앞선다.

폐막공연으로 선보인 베아트 푸러의 음악극 <파마>(통영시민문화회관 대극장)는 한국 초연작으로 이번 음악제의 대미를 장식하였다. 작곡가는 '파마'(소문의 여신)가 상징하는 소문의 본질을 공간과 소리라는 두 요소를 통해 그려내고자 했는데, 이들은 무대의 다양한 위치에서 연주되는 입체적 음향 효과를 통해서 보다 극대화되어 표현되었다. 이러한 입체적인 효과를 위해 연주자가 지정된 위치에서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연주 위치를 이동하기도 하며, 기악과 성악, 현악과 관악의 음색 대비 등 다양한 시도들로 다양한 음악적 형상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플롯을 비롯한 여러 악기의 특수주법에 따라 만들어지는 다양한 소리는 청자로 하여금 시종일관 집중할 수밖에 없도록 하였다. 그리고 극도로 제한된 극적 요소는 더욱더 음악의 전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였다. 조금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빠르게 진행된 독일어 내레이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극적 전개와 음악이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벌써 2013년 11번째 통영국제음악제가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게 될지 기대된다.

경남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명의 작곡가로서 통영국제음악제가 더욱 풍성한 예술적 결실로 세계적인 음악제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

/전욱용(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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