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맛집] 창원시 중성동 '창동분식'

행정안전부와 통계청은 지난달 주요 서민생활물가를 조사한 결과 전국 16개 광역 시·도의 칼국수 한 그릇 값이 평균 5378원이라고 했다. 5000원으로는 칼국수, 냉면, 비빔밥, 김치찌개 백반을 사 먹을 수 없다. 짜장면 한 그릇(4090원)과 김밥 한 줄(2818원)뿐이다. 5000원 가지고 '어디 맛난 한 끼 식사할 수 있는 곳이 없을까?' 찾아 헤매는 이들을 위해 추천한다. 바로 '창동분식'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40대 중반쯤 돼 보이는 남자가 서빙을 하고 있었다. "어서 오이소." 투박한 말투를 건네는 이 남자는 우선 앉아보라고 했다. "저희 집에서 제일 잘 나가는 메뉴는 냄비우동이랑 김밥입니더. 우선 먹어보고 판단하소." 무표정한 모습으로 다짜고짜 재촉하듯 말을 건네는 그의 정체가 궁금했다. 사장이라도 되는 걸까. "사장님이 누구세요?"라고 물으니 그 남자는 "주방 안에 계십니더. 저희 아버지요. 귀가 어두워 잘 듣지 못하니 큰 소리로 말해야 돼요"라고 답했다. 인터뷰를 하려 주방 안으로 들어갈 찰나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금강산도 식후경. 우선 먹고 인터뷰를 하기로 했다.

   
 

찌그러진 양은 냄비에 안개처럼 김이 솟아올랐다. 안개를 걷어 안을 힐끔 보니 김, 유부, 시금치, 파, 고춧가루가 보인다. 토실토실한 면 몇 가닥이 국물 사이로 보인다. 바로 냄비우동이다. 그 옆은 김밥. 눈대중으로 봐도 한 줄은 더 돼 보인다. 두 줄은 아니다.

"김밥 양이 한 줄이에요? 두 줄이에요?"라고 물으니 "일인분입니더. 일인분은 한 줄 반입니다"라고 했다. '김밥○○' 등에서 파는 그런 김밥이 아니다. 맛과 모양이 천차만별이라 흔히들 김밥을 야누스라고 하는데, 이 집 김밥은 단출하다. 속 재료는 계란, 시금치, 시꺼먼 것(?) 등 세 가지다.

"박고지예요. 박의 속을 파내고 길게 오려서 말립니더. 간장 등을 넣고 조리면 시꺼멓지만 간도 되고 달달하니 맛도 좋죠. 꼭 간장에 겨자를 살짝 풀어서 찍어먹어 보이소."

그의 말대로 했다. '이런 맛은 처음인데….' 신세계를 경험했다. 초밥도 아닌 것이 밥에 밑간이 돼 있었고 간장에 찍어 먹어야 하는 방법도 낯설었다.

하지만, 언제 낯을 가렸느냐는 듯 금세 혀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초가 약간 가미된 고슬고슬한 밥과 시금치, 계란, 달달한 박고지만 있는 김밥은 사실 뭔가 알맹이가 빠진 느낌이었다. 하지만, 겨자를 푼 간장에 살짝 찍어 먹으면 '딱~' 좋았다.

김밥을 연거푸 먹었더니 목이 막혀 냄비우동의 국물을 먹었다. 면발이 부드럽고 쫄깃한데다 국물 맛도 시원해 속풀이용 해장국으로 그만이었다. 흰 화선지가 먹을 금세 품어 안듯 차가운 몸이 따뜻해졌다. 생긴 것은 보통 분식집 냄비운동이랑 다를 게 없는데 맛과 향은 '분명히' 달랐다.

   
 

비법이 뭐냐고 물으니 남해 멸치와 띠포리, 일본에서 공수해온 무언가(?)를 넣고 푹 곤다고 했다. 이종철(75) 씨에 따르면 창동분식은 1969년 처음 문을 열었다. 그 당시 상호는 '창동분식센터'로 예전 창동 황금당 2층에 있었다. 20여 년 전 상호도 창동분식으로 하고 학문당 서점 뒷골목에 둥지를 틀었다.

"내가 일본에서 태어났지. 젊었을 때는 마산서 통술장사를 했어. 새로운 장사를 해 보고 싶었던 찰나 어렸을 때 일본에서 즐겨 먹던 박고지가 생각난 게야. 그래서 개발을 하게 됐지. 40여 년 전에는 종업원도 다섯 명이고 평수도 40평은 됐어"라고 이 사장은 회상했다.

이 사장은 칠순이 넘은 나이에도 매일 새벽 손수 재료를 준비하고 김밥을 만다. 인터뷰를 하는 도중에도 손님들이 하나둘씩 끊임없이 찾아왔고 이 사장은 김밥을 말려고 주방 안을 들락날락했다.

귀에 보청기를 껴 말귀를 100% 알아들을 수 없었고, 하는 수 없이 10평 남짓한 가게에서 기자와 사장이 고래고래 큰 소리로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를 오랫동안 할 수는 없었지만 냄비우동과 김밥, 그리고 그의 말투에는 40년 넘게 창동분식을 경영해온 이 사장의 고집이 배어있었다.

박고지, 식이섬유 풍부 다이어트에 좋아

박고지는 여물지 않은 박의 과육을 말린 것이다. 식이섬유가 많고 지방이 적어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며 식물성 칼슘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성질이 차서 몸의 열기를 없애주고, 섬유질과 칼륨이 많아서 대변과 소변을 잘 보게 하는 효과가 있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박이 열을 내리고 갈증을 해소한다고 하였으며, 칼슘·철·인 등이 골고루 함유되어 있어 임산부·노약자·어린이에게 좋은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메뉴 및 위치>

◇메뉴: △냄비우동 4000원 △김밥 1인분 3500원 △떡국 4000원 △라면 3000원◇위치: 창원시 마산합포구 중성동 135-1. 055-246-1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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