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현장을 가다] (15) 김해 을

3월 29일 공식 선거운동 첫날 김해 을 두 후보의 행보는 대조적이었다. 김태호(새누리당·기호 1) 후보는 실무자 몇 명과 함께 김해시청 기자실을 찾아 공약 발표 기자회견을 연 반면, 김경수(민주통합당·기호 2) 후보는 지지자·운동원 30여 명이 집결한 가운데 진영읍에서 장외 출정식을 했다.

이날 풍경은 다소 상반된 양 선거운동본부의 분위기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듯했다. 김태호 후보 측이 비교적 조용하다면, 김경수 후보 측은 꽤 왁자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김경수 후보 측은 하루가 멀다 쏟아지는 언론의 관심도 반갑다. 지역·서울, 신문·방송 가리지 않는 총출동에 미약한 인지도를 크게 높일 수 있었다. 선본 관계자들은 "요즘은 밀려드는 취재 요청을 조정하는 게 버거울 정도"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새누리당 김태호 후보.

김태호 후보 측은 "딱히 불리할 건 없다. 오히려 지난해 보궐선거보다는 관심도가 낮은 편"이라고 했지만, 전국적 조명이 썩 흔쾌하지는 않은 표정이다. 일부 언론이 만든 대결구도 또한 불편할 수밖에 없다. 현역 의원이자 재선 도지사 출신이고 국무총리 후보에까지 올랐던 김태호 후보와 노무현 정부 청와대 비서관 등을 지낸 김경수 후보의 싸움을 빗대 '친MB 대 친노 대리전'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김태호 후보 측은 이에 대해 "사실과 다를 뿐만 아니라, 지역 선거에 중앙정치 논리를 끌어들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언뜻 보면 김태호 후보 측이 좀 수세적이고 심지어 침체된 느낌까지 든다. '금품제공 의혹' 등 악재도 겹쳤다. 하지만, 주변 상황에 아랑곳없이 바닥을 샅샅이 훑고 다니는 김 후보의 '나 홀로' 선거전략은 이미 지난 선거에서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 바 있다. 국무총리 후보자 낙마 등 온갖 악재 속에서도 이봉수 당시 국민참여당 후보를 꺾었던 그다. 대역전극이 펼쳐지자 "역시 선거의 달인"이라는 소리가 나왔다.

김태호 후보는 "이번 선거는 지역일꾼, 김해발전 적임자를 뽑는 선거"임을 입이 닳도록 강조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지난 선거에서 오직 지역발전만 생각하며 내놓은 비전, 열정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본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 유권자들은 '노무현'이니 '반MB'에 큰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꼭두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현장을 도는 김태호 후보의 입에선 오직 '지역', '지역'만 나오고 있었다. 분양 전환 문제로 몸살을 앓는 장유신도시에서는 관련 법 개정을 약속하고, 휴식공간이 부족한 내외동에 가서는 '임호체육공원 조성'을 공언했다. 김태호 후보는 "지난해 어려운 상황에 있을 때 김해 시민들이 나를 선택해주었다. 영원히 뼈를 묻을 각오로 김해발전을 위해 몸을 던질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통합당 김경수 후보.

반면 김경수 후보의 선거 전략은 첫째도 '노무현', 둘째도 '노무현', 처음부터 끝까지 '노무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노무현 대통령 마지막 비서관'을 핵심 선거구호로 내세웠을 뿐만 아니라, 국가균형발전 강화, 사람 중심 개발, 서민 경제 등 노 전 대통령의 주요 정책·철학을 그대로 공약으로 옮겼다.

이른 새벽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로 공식선거 첫날 일정을 시작한 김경수 후보는 유권자들에게 이렇게 호소했다. "이번 선거는 국회의원 한 명만 바꾸는 선거가 아니다. 4대강 사업에 예산을 쏟아 붓는 정권, 1% 특권층을 위해 존재하는 정권, 서민을 힘들게 만드는 정권을 꼭 바꿔야 한다." 김 후보는 국회의원 당선을 넘어, 노 전 대통령의 '부활'까지 꿈꾸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지역일꾼 대 노무현'이라는 대결구도는, 이미 지난 선거에서 확인된 것처럼 김경수 후보에 그다지 유리해 보이지 않는 게 사실이다. "김태호 후보는 생활밀착형, 구체적인 데 반해 김경수 후보는 좀 추상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벌써 언론계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김경수 후보에게 그러나 나름 '비장의 무기'가 있다. 김 후보는 "지역개발을 위해선 도와 시의 협조가 필수인데 현재 경남도지사(김두관)·김해시장(김맹곤) 모두 민주통합당 소속"이라는 점을 빼놓지 않고 강조했다. 한 선본 관계자는 "김태호 후보는 자신이 '지역발전 적임자'라고 주장하지만, 소수 국회의원으로는 한계가 있다. 지역일꾼론으로 정면승부해도 우리가 전혀 밀릴 게 없다"고 말했다.

김태호 후보는 이 같은 공세에 대해 "김해를 발전시키는 데 이 당 저 당 가르는 건 적절치 않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김 후보는 "물론 서로 정당이 다르면 소통에 다소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하지만 모두 김해시 발전을 위해 선택됐고, 또 선택의 과정을 밟고 있는 것 아닌가.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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