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바람난 주말] (13) 창원 진동미더덕축제 앞두고 떠난 맛 여행

바다의 향이 깊은 미더덕(원 사진)이 제철을 맞았다. 3월부터 살이 차기 시작해 4~5월에 최절정의 맛을 낸다. 6월 넘어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면 미더덕은 죽는다. 진정한 봄맛을 느끼고 싶다면 '손대면 톡 하고 터질 것 같은' 바닷물로 부푼 몸만큼이나 바다 향을 담뿍 담은 미더덕을 따라 발길을 돌려야 할 때다.

제7회 창원 진동 미더덕 축제가 내달 14일과 15일 이틀간 창원시 진동면 광암항 인근에서 열린다.

아직은 창원 미더덕이 어색하기는 하지만 바다는 예전 그것, 그대로이지 않은가. 전국 미더덕 생산량 중 진동 앞바다에서 나오는 것이 80% 정도 된다고 하니 미더덕의 역사는 진동만에서 시작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진동 앞바다를 마을 사람들은 괭이 바다라 부른단다. 진동 앞바다는 내륙으로 움푹 들어가 있으며 그 앞으로 섬이 촘촘히 놓여 있다. 파도가 이곳까지 미치지 못하고 수심은 깊지 않아 미더덕 양식을 하기에 좋은 바다이다.

   
 

진동 구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미더덕을 품은 바다 냄새가 저 어디선가 불어오는 듯하다. 고현 미더덕정보화 마을 어귀에 다다르자 미더덕 껍질을 벗겨 내는 작업들이 한창이다. 삼삼오오 둘러앉아 수북이 쌓여 있는 미더덕을 손질하는데 옆 사람과 이야기할 틈도 없다. 미더덕은 질긴 섬유질에 싸여 있는데 그 껍질이 질기다. 미더덕의 속살 막을 다치지 않게 껍질을 벗겨야 하므로 여간 기술이 필요한 작업이 아니다. 속살의 막에 조그만 흠이라도 나면 미더덕은 터지고, 그렇게 터진 미더덕은 가격이 뚝 내려가니 일손들은 신중하면서 날래다.

제철을 맞았으니 인심도 후하고 설명도 친절하다.

"싱싱한 미더덕은 회로 먹으면 맛있습니다. 요리할 때는 칼로 터뜨려서 물을 뺀 다음 살랑살랑 씻어 바닷물을 없애고 요리해야 해요. 미더덕을 터뜨리지 않고 요리하면 물이 끓을 때 미더덕 안에 있는 물도 같이 끓기 때문에 먹을 때 화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미더덕은 콩나물과 어우러진 미더덕찜, 그것만으로도 맛있지만 된장찌개, 전, 비빔밥 어디에도 잘 어울린다. 하지만, 5월만 지나가도 만나기 어려우니 보관법도 알아두는 것이 좋겠다. "손질한 미더덕을 살짝 데친 후 그대로 식히고 나서 적당한 양을 냉동 보관하면 되는데 삶을 때 미더덕에서 물이 나오기 때문에 물을 넣을 필요는 없습니더."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석곡리에 위치한 해양드라마세트장. MBC 〈김수로〉, KBS 〈공주의 남자〉 등 드라마 7편이 이곳을 배경으로 촬영됐다.

광암항에서 20여 분을 달리면 해양드라마세트장(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석곡리 770)을 만날 수 있다. 잔잔한 바다 위에 가야풍의 범선을 비롯해 가야시대를 배경으로 한 야철장, 선착장, 저잣거리 등 다양한 소품과 함께 6개 구역 총 25채의 건축물이 펼쳐진 곳이다. MBC 드라마 〈김수로〉, 지난해 KBS 〈공주의 남자〉까지 총 7편의 드라마가 이곳을 배경으로 촬영됐다. 4월에는 고려시대에 맞게 약간의 정비를 마친 후 MBC 〈무신〉 촬영장소로 활용될 예정이다.

잔잔한 바다와 녹음이 짙은 산, 그리고 그 어귀에 세월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고풍스런 풍경과 드라마 속으로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이 묘하게 어울린다. 바람은 상쾌하고 눈은 평화롭다.

한껏 물이 오른 미더덕도 맛보고 드라마 주인공이 되어보는 기분, 여기에 구불구불 진동 옛도로를 따라 바다를 옆에 끼고 달리는 드라이브 코스는 덤이다.

인근 먹을거리-미더덕비빔밥

제철 맞은 미더덕 비빔밥(사진)을 먹으려고 찾아간 곳은 진동고현횟집(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고현리 280, 055-271-2454). 싱싱하고 보드라운 미더덕 속살이 담뿍 들어가 있으니 무슨 재료가 더 필요하랴. 밥 위를 풍성하게 덮은 미더덕에 김 가루와 참기름, 깨를 보태 쓱싹쓱싹 비벼 입 안으로 넣었다.

보드랍기가 이를 데 없다. 이 계절에, 이 마을이 아니면 쉬 맛볼 수 없는 맛이다. 보드랍게 다져진 미더덕이 밥알 하나하나를 감싸고 그 맛이 그대로 입안으로 퍼진다.

"그날그날 바다에 가서 미더덕을 직접 채취합니다. 그리고 미더덕 껍질을 까고 터뜨려서 속살만 빼낸 다음에 그 속살을 다시 다졌습니다. 한번 드셔보세요."

엄지와 검지로 겨우 잡히는, 손가락 한 마디 만한 미더덕을 칼로 손질하고 속살을 바르는 정성에 괜히 황송해진다. 밑반찬으로 나온 미더덕 젓갈과 미더덕 전도 별미다. 다른 재료들과 버무려지고 어우러졌지만 특유의 향과 맛을 잃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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