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탈락자에게 듣는다] 창원 성산구 박훈(무소속)

박훈(사진) 변호사는 영화 〈부러진 화살〉의 실제 주인공이다. 금속노조 고문 변호사직을 맡아 창원에 온 지는 8년. 변혁 운동의 연장선상이었다. 그가 4·11 총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한다 했을 때 의아해하는 이들도 많았다. 통합진보당이나 진보신당이라는 간판을 달지 않고 무소속 진보 후보를 자처하는 인물이 드물었을 뿐 아니라 인지도가 약하다는 평 역시 따라붙었다. 그러나 그는 시종일관 당당한 모습으로 진보정치 통합을 외쳤고, 진보신당 김창근 후보와의 진보후보 단일화 경선에서 석패한 후에도 당당했다. 변화를 갈망하는 모습에는 변함이 없었고, 사건의 개념을 정확하게 짚어내는 유쾌한 긍정 화법이 인상적이었다.

박훈 변호사./박일호 기자

-허탈하진 않은지, 아쉬운 점은 없나.

"허탈감은 전혀 없다. 시원하다. 다만 본판에서 뛰는 게 선거에 출마한 사람들의 목적일 수 있고, 본격적으로 저를 알릴 기회였는데 아쉽다."

-예비후보로서 열심히 안 뛰었다는 평가도 있다.

"구도가 잡히지 않는 곳에서 열정적으로 뛸 수 있는 공간이 별로 없었다. 길거리 나가서 무작위로 명함을 배포한들 거기에 관심을 가지는 분들은 소수다. 특히 구도가 안 잡히니까 노동조합 등에서는 짜증을 내는 일들이 많았다."

-선거운동 기간 일반적인 정치인의 모습과 다르게 자존심을 많이 내세운 것 아닌가.

"정치인들한테 원하는 태도가 천편일률적이더라. 수모를 감내하면서 뻔뻔해야 하고, 함부로 말하면 안 되고, 조금씩 사기도 칠 줄 알아야 한다는 식으로…. 이런 전형적인 모습을 두고 정치적으로 세련됐다고 표현하던데, 저는 동의할 수 없다. 기존 정치인들이 보여줬던 모습을 답습하라는 요구인가? 천편일률적인 정치인들의 모습에 자신을 밀어 넣고 또 그것을 내면화시키는 것은 진보정치인이 가져야 할 자세가 아니다."

-김창근 후보와 손석형 후보가 단일화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없나.

"손석형 후보가 흠결 있다는 생각에는 변함없다. 하지만 진보정치 1번지를 새누리당에 내줄 수 없다. 노동자들의 정치적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어떻게든 단일화되면 좋겠고, 가능하면 김창근 후보가 되면 좋겠다."

-진보신당에 섭섭함은 없나.

"있다. 처음 출발할 때부터 단일화 참여 불가를 선언한 일은 잘못했다. 단정적인 선언들로 인해 이후에 정치적인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안타깝고 아쉽다."

- 야권 단일화가 무조건 옳은 일인가.

"야권 단일화 정신에 동의한다. 하지만 그 논리로 모든 것을 휩쓸어버리는 형태는 잘못됐다. 특히 진보신당은 자신들의 생존이 걸린 문제다. 지역구에 후보를 내지 말라는 식으로 진보신당을 압박하면 누가 받아들이겠나."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 간 중재 역할은 하고 있나.

"거간꾼 역할 많이 했다. 그런데 워낙에 입장 차이가 크다. 선거 끝나고 평가해봐야겠지만 이런 사태를 만든 원인제공자들이 있다. 그 원인들이 제거되지 않으니 결과물이 나올 수 없는 구조다. 덮어놓고 야권연대 주장하기도 그렇고, 야권연대 안 하려니 성산구를 새누리당에 내줘야 하고…. 이런 구도가 아주 나쁜 구도다. 차악이라도 선택할 수 있으면 모르겠는데 차차악도 나오지 않는 선택 구조다."

-진보정당 통합이 현실적으로 가능해 보이나.

"현 시점에서는 불가능하다. 총선과 대선 지나면 많은 평가가 있을 것이고 정치적 재편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아무리 이론이 옳아도 대중을 설득하지 못하면 공염불이다. 대중과 친해지더라도 전망이 없으면 그 또한 쓸모없다. 현실적 가능성을 두고 질문하면 이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사회 변혁을 꿈꾸는 자들의 어쩔 수 없는 숙명이다. 앞으로 진보정당들이 재편되는 과정에 깊숙이 개입해 들어가겠다."

박 변호사는 '돈 못 버는 변호사'로 유명하다. 기업 관련 사건을 수임해야 돈이 되는데 그건 스스로 벽을 치는 일이었고, 체불임금 때문에 고통받는 이들과 해고자들의 변호를 맡으면서 수임료를 많이 요구하지도 못했다. 게다가 선거에 나오면서 3개월 동안 본업인 변호 활동을 접어야 했다. 빚만 수천만 원 생긴 꼴이다.

-부인은 출마를 반대하지 않았나.

"반대하실 분이었으면 제가 결혼을 안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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