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말고도 살고 있네요] 새봄을 부르는 풀꽃 3총사

새 학년 새 학기 새봄이다. 매년 3월은 일 년을 함께 지낼 새 아이들을 만나기에 마음이 설렌다. 올해는 4년간 근무했던 정든 학교에서 다른 학교로 이동해 설레는 마음만큼 낯선 마음도 든다. 학교를 옮긴 지 며칠이 지났건만 학교도, 아이들도, 동료 교사들도 아직은 낯설다.

그런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반가운 녀석들을 만났다. 예전 학교에서도 늘 만났던 그 녀석들이다. 새봄을 부르는 풀꽃. 별꽃, 광대나물, 큰개불알풀이다.

◇봄을 맞이하는 별, 별꽃 = 조금이라도 더 화려하게 보이고 싶음일까? 별을 닮은 별꽃은 꽃잎이 많아 화려하게 보이지만 사실 5장의 꽃잎이 깊게 파여 그렇게 보일 뿐이다. 봄이라 하기엔 이른 2월에도 잠시만 포근했다 하면 길가나 화단 같은 곳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자줏빛 줄기 위에 포동포동한 아기 손 같은 연둣빛 잎은 귀엽기만 하다. 자세히 보면 줄기 한쪽에 아기 솜털 같은 뿌리가 촘촘하게 나 있다. 이것이 건조한 겨울에도 수분을 보충해 싱싱한 연둣빛 잎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별꽃

◇매력적인 입술, 광대나물 = 분홍색으로 치장한 광대들이 목청 높여 노래를 부르는 모습. 바로 광대나물이다. 나는 광대나물을 보고 서양 광대의 모습을 떠올렸지만 어떤 학생은 발레 치마 같다고도 한다. 보드라울 때 생으로 비빔밥에 넣거나, 겉절이를 해도 맛있다. 이름 따라 먹을 수 있어서 나물이다. 하지만 〈나물도감〉(이영득 저)에서는 많이 먹으면 구토와 설사를 한다고 하니 주의해야겠다.

광대나물

◇요망한 그 이름, 큰개불알풀 = 아이들에게 이름을 맞혀보라 하면 파랑꽃, 줄무늬꽃 같이 저마다 예쁜 이름을 붙인다. 하지만 이 녀석의 이름은 큰개불알풀이다. 열매가 개의 불알을 닮아서 큰개불알풀인 이 꽃의 학명은 개불알과 전혀 어울리지 않게도 '베로니카(Veronica persica)'다. 십자가를 등에 지고 형장을 향해 걷는 예수 그리스도의 땀을 닦아 준 베로니카. 성스러운 학명에 비하면 이 풀꽃의 이름은 저질이다. 일본 이름을 그대로 직역한 덕분에 요망한 이름을 갖게 된 큰개불알풀. 봄까치꽃으로 부르는 이들도 있지만, 큰개불알풀이 국명이라 도감에서는 큰개불알풀이 대부분이다.

큰개불알풀

주 5일제가 시작되었지만, 우리 반 아이들을 조사하니 TV시청으로 토요일 오전을 보낸 학생이 가장 많았다. 작은 도감을 하나 들고 아파트 화단으로, 길가로, 주변 공원에서 이 풀꽃들을 만나보면 어떨까? 좋은 토요체험학습이 될 것 같다. 날씨도, 정치도, 경제도 아직 포근하지 않지만, 들과 산의 생물들은 부지런히 봄을 준비한다. 나도 새봄맞이 준비를 해야겠다.

/글·사진 박대현(창원 봉덕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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