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말고도 살고 있네요] 봄의 요정 부전나비

따뜻한 봄바람이 불면 파릇한 새싹과 함께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작은 생물이 있다.

부전나비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나비라는 말은 원래 공중을 나불나불 날아다니는 행동 모습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부전나비의 부전이라는 말도 시골의 안채 문 윗벽에 사진틀 같은 것을 걸 때에 아래에 끼우는 작은 방석의 역할을 하는 삼각형의 색채 있는 장식물에서 유래하였는데, 나비의 모양이 삼각형처럼 생긴 부전을 닮았다고 부전나비라 부른단다.

◇부전나비의 생태 = 부전나비는 대부분의 다른 나비에 비해 크기가 작고 연약하며 활동성이 적어 잘 날지도 않는다. 그래서 부전나비는 개망초 같이 작은 흰꽃이 피는 식물의 꽃 사이로 날아다니며 먹이활동을 한다. 혹 잘 나는 종이라도 이른 아침이나 저녁 같은 특정 시간대에만 날고, 낮에는 수풀 속에서 숨어 지내는 편이다.

창원 장복산에서 발견한 암먹부전나비.

많은 부전나비들은 알에서 깨어나 애벌레로 살던 먹이식물 주변에서 몇백m도 이동하지 않은 채 일생을 보낼 정도로 사는 곳이 좁고 고립되어서 발견하기 어려운 종도 있다. 하지만 남방부전나비나 푸른부전나비처럼 아파트단지 등 도심에서 자주 눈에 띄는 종도 있다. 아마 그러한 현상은 그들의 먹이활동이 도심에서 더 유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한 과(family) 안에서도 사는 모습이 무척 다양하다는 것도 부전나비의 특징이자 매력이다. 다른 과의 나비들이 자신들의 먹이식물만 충실하게 먹어치우며 우직한 초식동물로서 원초적인 삶을 사는 데 비해 부전나비의 생태는 참으로 다양해서 때로는 개미와 함께 서로에게 유익을 주는 공생관계를 갖기도 하는 재미있는 생태를 가지고 있다.

◇묘한 위장술로 살아남는 부전나비 = 나비는 대부분 날개 윗면과 아랫면의 색이 다르다. 아랫면은 주변의 생활 환경과 비슷한 무늬를 띠어 몸을 숨기는 역할을 한다. 반대로 화려한 윗면은 짝을 유혹하거나 적을 놀라게 할 때 필요하다. 부전나비들은 대개 먼 거리를 자유롭게 날지 못한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적을 피하기 위한 뭔가 다른 생존 전략이 필요하다.

귤빛부전나비 등 많은 부전나비들은 뒷날개에 꼬리돌기가 있고, 주변에 검은 점무늬가 있어서 꼬리가 마치 눈과 주둥이가 있는 머리처럼 보인다. 나비의 가짜 머리를 쫀 새는 아뿔싸! 엉뚱한 뒷날개만 물어뜯고, 그 사이 부전나비는 도망칠 수 있다. 날개는 좀 뜯긴다 해도 몸통이나 머리가 상하지 않는 한 생명에는 지장이 없기 때문에 피해가 덜한 날개 뒤쪽으로 공격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처럼 부전나비는 천적으로부터 완벽하게 몸을 숨기기는 어렵지만, 자기가 내어줄 수 있는 최소한을 희생해 더욱 중요한 생명을 지킨다. 우리도 부전나비처럼 중요한 뭔가를 지키기 위해 조금은 남에게 내어줄 수 있는 지혜도 필요하다.

/글·사진 김인성(우포생태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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