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맛집] 창원 상남동 매운찜갈비 '강복궁'

"사진을 어찌나 찍어 대는지…. '음식을 잘 못 만들었나? 음식에 뭔가 문제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지예. 알고 보니 하도 맛있어서 인터넷에 올린다고 하데예.(웃음) 좋았지예. 한번 맛보이소. 다른 어떤 곳보다 훨씬 맛있을 겁니더"라고 친근한 인사와 소박한 미소를 건네는 그. 매운찜갈비 전문점 '강복궁' 사장이다.

처음에는 '강복궁'을 경복궁으로 잘못 알아들었다. 강복궁을 추천해준 지인에게 "경복궁? 뭐? 경복궁아냐? 강복궁이라고?" 몇 번이고 되물었다.

취재날 사장님이 건네는 명함을 보고 단박에 그 의미를 알아차렸다. "강복녀입니더. 가족끼리 의논을 했죠. 음식점 상호를 '강복궁'으로 하자고." 이름을 내거는 만큼 소신을 가지고 뚝심 있게 장사를 한다는 그. 그가 만든 매운찜갈비 맛이 궁금했다.

깔끔한 밑반찬과 함께 나온 매운 갈비찜이 보기만 해도 땀이 흐를 듯 하다. /김구연 기자sajin@idomin.com

고기가 뻘겋게 달아올랐다. 빨갛게 물든 단풍처럼 보인다. 입안에 고인 침은 못 참겠다는 듯 목구멍으로 꿀꺽 잘도 넘어간다. 젓가락은 빨리 고기를 집어달라고 아우성이다.

'에라 모르겠다' 갈비 한 점을 손으로 집어 맛봤다. 뼈에 탈싹 붙어있던 고기가 스르르 잘도 떨어진다. "사장님. 이거 어떻게 만들었어요?"라고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대구·경주에서 시쳇말로 잘나간다는 매운찜갈비를 먹어봤지만 이런 맛은 처음이었다.

찜갈비를 먹다보면 누구나 이런 경험은 있다. '고기가 뼈에서 잘 안 떨어진다', '육질이 너무 질기거나 흐물흐물하다', '비계, 힘줄 때문에 씹기 힘들다'….

하지만 강복궁 매운찜갈비의 육질은 만나자마자 마술을 펼친다. 고기가 참으로 연하고 부드러운 것이 입안을 들뜨게 한다.

"매일 밤 12시까지 소고기 손질하느라 여념이 없어요. 얇게 포 뜨듯이 일일이 손질을 하죠. 고기는 거짓말을 안합니더. 보면 알 수 있어요"라고 말하는 이신재 씨. 그는 강복녀 사장의 남편이다.

정말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었다. 누런 비계와 단단히 얽힐 대로 얽힌 힘줄을. "뉴질랜드 산 소고기를 잘 다듬어 찜통이 아닌 압력솥에 푹 찐다 아닙니꺼. 그래서 부드럽지예. 고기 자체만 먹어도 맛나예."

의외로 매운 맛은 뒤늦게 찾아왔다. 고기를 한 점 두 점 먹으니 그때서야 매운 맛은 혀를 비롯해 온 몸으로 퍼졌다. 하지만 짜증(?)날 정도로 매운 맛은 아니었다. 감칠맛 나게 매운 맛이었다.

   
 

강복궁 양념은 미세하지 않다. 굵직굵직해 씹는 맛이 난다. "마늘, 고춧가루, 배, 양파, 호두, 곡류 등 30가지 양념이 들어가요. 하루에서 이틀 정도 숙성된 겁니더."

이신재 씨는 자신만의 요리법이 적힌 노트를 보여줬다. '남자가 이렇게 꼼꼼해도 되는 건가?' 밑반찬서부터 그만의 요리법이 깨알같이 적혀있었다. "공개해도 돼요?"라고 묻자 "공개해도 저희 집 맛은 못따라옵니더. 절대 흉내낼 수 없는 것이 바로 '손맛'이지예"라고 한다. 괜한 자신감이 아니다.

강복궁의 매운찜갈비는 버릴 게 없다. 남은 양념에 밥을 슥삭슥삭 비벼 먹으면 밥 두 그릇은 게 눈 감추듯 먹어치운다. 입안은 어느덧 매운 맛으로 훨훨 타오르고 이마에선 땀이 또르르 떨어진다. "잘 먹었습니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저희 집에 오는 손님은 딱 세 부류입니더. 맛있어서 오는 손님, 친절해서 오는 손님, 깨끗해서 오는 손님. 때론 제 와이프가 답답합니다. 바빠 죽겠는데 엘리베이터까지 손님을 배웅한다 아닙니꺼.(웃음)"

취재하는 도중에도 다른 손님들을 챙기느라 여념이 없는 강복녀 사장. 맛도 맛이거니와 꿀맛 같은 친절에 손님은 오늘도 강복궁을 찾는다. 

   
 

<메뉴 및 위치>

◇메뉴: △찜갈비정식 8000원(2인 이상) △매운찜갈비 대 4만원, 중 3만 2000원, 소 2만 6000원 △갈비탕 6000원

◇위치: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73-4 코아상가 2층 식당가. 055-287-0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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