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김경수 후보 지지율…조사 방식따라 천양지차

"도대체 뭐가 맞는거야?"

들쭉날쭉한 김해 을 선거구 여론조사 결과에 유권자들이 헷갈려 하고 있다. 어떤 조사에서는 새누리당 김태호 후보가 크게 이기고, 또 어떤 조사에서는 민주통합당 김경수 후보가 김태호 후보를 압도하는 식이다. 오차범위 내에서 치열하게 맞서는 여론조사도 있다.

심지어 거의 같은 날 이뤄진 조사에서도 완전 상반된 결과가 나온다. 26일 발행된 <경남신문> 조사(24~25일 조사)에선 김태호 후보가 40.2% 대 27.6%로 김경수 후보를 따돌렸다. 하지만 같은 날 <부산일보>에 실린 조사(25일)에선 김경수 후보가 48.7% 대 42.6%로 김태호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신문 여론조사 결과.

지역 언론뿐이 아니다. 전국적 관심을 모으는 선거구라 서울 언론 대부분이 김해 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겨레>(10일)는 김경수 후보가 5.7%포인트(38.6% 대 32.9%) 앞선 반면 <한국일보>(16~17일)는 김태호 후보가 12.4%포인트(36.4% 대 24.0%)나 격차를 벌렸다.

또 <국민일보>의 19~20일 조사에 따르면 45.1%(김태호) 대 44.4%(김경수)로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있었다.

결국 언론사·여론조사 기관별로 무려 20%포인트 범위 내에서 조사 결과가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는 셈이다.

부산일보 여론조사 결과.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흔히 '여론조사 방법'의 차이를 지적해왔다. 자동응답방식(ARS)으로 하느냐 전화면접방식으로 하느냐, KT 등재 전화번호부로 하느냐 무작위로 유선·무선 번호를 생성해 전화를 거는 방식(RDD)으로 하느냐 등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위 언론사들의 여론조사에서 이와 관련한 일관성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보통 KT 등재 전화부를 이용하면 보수층이 많이 응답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오히려 김경수 후보가 앞선 조사(부산일보)가 있었다. 반대로 RDD 방식으로 하면 진보·개혁 층 의사가 잘 반영된다고 하지만, 김태호 후보는 이 방법을 이용한 경남신문·한국일보 조사에서 김경수 후보를 크게 이겼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소 여론분석센터 부소장은 이와 관련해 "여론조사 방법과 결과의 상관성에 대한 여러 '설'이 있지만, ARS가 상대적으로 부정확하다는 것 외에 하나도 확실하게 증명된 것은 없다"며 "개인적 견해로는, 조사의 전문성이나 추출된 표본의 적확성, 표본 규모, 응답률 등에 문제가 많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 부소장은 "총선이 시작되면서 우후죽순 여론조사 기관이 난립하고 있지만 높은 신뢰성과 전문성을 갖춘 곳은 극히 드물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무엇보다 조금만 오차가 있어도 큰 격차를 만들 수 있는 해당 국회의원 선거구에 대한 정확한 표본이 있을지 의문이다. 현재로선 전국이나 광역시 단위 정도의 표본만 믿을 수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를테면 <경남신문> 조사에서 김태호 후보는 김해 내동과 외동 지역에서 김경수 후보를 40.1% 대 35.4%로 따돌렸다. 하지만 <국민일보> 조사에서는 같은 지역에서 49.1% 대 42.6%로 오히려 역전되는 현상이 일어났다.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이 경우 표본 추출에서 문제가 있었을 확률이 높다.

정한울 부소장은 "해당 지역에서 정확한 조사 결과를 얻으려면 이 지역의 세대별 구성, 빈부 격차, 이념 지향 등을 세세히 반영한 표본이 필요하지만 현 시점에서 그런 역량을 가진 조사 기관은 그리 많지 않다"고 전했다.

최대한 오류를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조사 대상을 늘리는 것뿐이다. 하지만 위 언론사들의 조사는 많아야 600명(한국일보), 적게는 300명(부산일보)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특정 계층의 응답이 많거나 적은 경우, 오차를 수정하는 수단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언론사들은 여러 지역구를 한꺼번에 조사하다 보니, 비용 문제 등으로 적은 수를 조사할 수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결국 최근 쏟아지는 '헷갈리는' 여론조사 결과는 각 언론사 간 치열한 경쟁심이 낳은 부작용이자 폐해인 셈이다. 유권자들은 되도록 조사 대상이 많은 조사, ARS 방식으로 하지 않은 조사, 응답률이 높은 조사를 신뢰하는 게 현명할 듯하다. 전문가들은 응답률이 30%는 넘어야 신뢰할 수 있다고 하지만, 위 언론사들의 조사는 많아야 15%, 적으면 10% 이하였다는 걸 참조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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