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안문예회관·문화원 인근 고분군 등 나들이 코스…관련프로그램도 풍성

제30회 경남연극제가 지난 23일 함안문화원 대공연장에서 개막식을 시작으로 열 나흘간 열전에 들어갔다. 올해는 도내 11개 지부 13개 극단이 참가했다. 지난 2009년 이후 가장 많은 극단이 참여한 것. 이들은 지난해 전국연극제 대상에 빛나는 경남 연극의 저력을 다시 한 번 떨치고자 만반의 준비를 하고 이번 연극제를 맞았다. 이렇게 기념비적인 해에 최대 규모, 최대 역량을 결집해 열리는 경남연극제. 하지만, 개막식과 개막공연은 앞으로 흥행에 의문을 남기기 충분했다. 지난 23일 열린 개막식에는 200여 석에 달하는 함안문화원 대공연장 좌석이 군데군데 빈 모습을 보인데다, 도와 군, 문화예술계 관계자, 각 언론사 취재진을 뺀 일반 관객을 찾기 어려웠다. 이어 24일 열린 개막 공연에도 500여 석에 달하는 함안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 170여 명만 들어 관계자들의 아쉬움을 샀다. 같은 기간에 열리는 통영국제음악제가 연극인들 처지에서는 축제 초반 약간의 생채기가 남은 셈.

경남연극제 개막식에서 보디페인팅 퍼포머 배달래 작가와 일본인 퍼포머, 함안 동신예술단 등이 축하공연을 펼치고 있다. /김두천 기자

그렇다고 연극제가 함안군민 그리고 도민들과 호흡을 시도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부대행사와 이벤트를 마련하고, 관객들을 기다린다. 연극제와 함께 함안군 내 다양한 볼거리 먹을거리와 함께하는 코스를 마련해보자.

바람 상큼한 봄날,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기보다 가슴 따뜻해지는 연극 한 편을 보고, 예기치 못한 행운을 잡으며, 아라가야의 고장 함안이 가진 정취를 느낀다면 이만한 밤 마실 또는 봄나들이는 없다.

이른바 '경남 교통의 중심'이라 일컬어지는 함안. 이번 경남연극제가 열리는 함안문화예술회관과 함안문화원은 그 교통의 중심 한가운데에 있다. 두 건물은 남해고속도로 함안 IC를 빠져나와 가야읍으로 가는 도로 옆에 있다. 남해고속도로를 이용하면 대도시 창원과 진주는 최단거리로 각각 20분, 30분 만에 연결된다. 또 가까운 의령, 합천, 창녕은 국도를 이용해도 20~30분밖에 걸리지 않아 접근성이 좋다. 함안군민은 물론 전 도민 연극축제로 거듭날 수 있는 여건은 충분한 것이다.

이러한 함안문화예술회관은 마치 토기를 굽는 가마와 같은 형상으로 우뚝 서 있다. 여기에 함안 아라가야 문화 대표 토기인 '원통형 대각을 가진 통형고배'와 '화염형 투창고배' 문양을 건물 옆면 장식 요소로 해 전통과 현대미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함안 박물관. /함안군

함안문화원은 바로 그 뒤편에 자리 잡고 있다. 함안문화예술회관 앞에는 함주공원이 있다. 푸른 잔디와 함께 다양한 테마의 산책로가 조성돼 있는데다, 게이트볼, 족구, 배드민턴, 농구, 배구 등 각종 체육활동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연극 보기 전, 낮 시간대 여가 선용은 물론, 한 바퀴 휘~ 둘러보는 것만으로 봄나들이 나온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함주공원만으로 부족하다면 가까운 거리에 있는 '말산리 고분군'을 찾는 것도 좋다. 함안군청 뒤편 말산에 넓게 펼쳐진 고분군은 경주 시내 대형 고분과는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한다. 고분군은 찬란한 가야문화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아라가야 왕들의 무덤으로 생각되는 100여 기의 대형고분들은 높은 곳에 열을 지어 위치하고, 그 아래로 1000여 기나 되는 중소형의 고분들이 분포하고 있다.

말산리 고분군. /함안군

말산리 고분군은 일제강점기에 처음 조사되었는데, 당시 제34호분은 봉토(封土)의 지름이 39.3m, 높이가 9.7m나 되는 최대 규모 왕릉이었다. 고분군 북쪽 끝 자락에 있는 마갑총에서 고구려의 고분벽화에 그려진 것과 같은 말 갑옷이 출토되었고, 다섯 사람의 순장 인골(人骨)이 확인된 제8호분 조사로 더욱 유명해지게 됐다.

군청 옆으로 난 산길을 따라 넘어가면 함안박물관이 있다. 이곳에서는 마갑총 출토 말갑옷 등 함안군의 선사부터 가야, 조선, 근대를 아우르는 문화유산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함안역, 함안시외버스터미널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다.

이 밖에도 입곡군립공원, 고려동 유적지, 무진정, 아라왕궁지, 무기연당 등을 둘러본 후 연극제를 함께하면 더욱 풍성한 축제로 기억될 것으로 예상한다.

제30회 경남연극제 집행위원회는 다양한 부대행사와 경품 추첨 등으로 관객 개발에 나서고 있다.

부대행사에는 경남연극제 30년 기념 및 아라홍련 관련 전시, 군민이 참여하는 '우리를 보여줄게', 청소년과 함께하는 '연극 여행' 등이 있다.

함안문화예술회관 전시실에서 열리는 관련 전시를 통해 경남 연극의 발자취와 영광의 순간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도내 각 극단이 경남연극제와 전국연극제에서 받은 트로피와 상장들이 전시돼 있으며, 함안 지역 특산물, 700년 만에 꽃을 피운 아라홍련에 대한 소개 등이 이어진다.

'우리를 보여줄게'는 공연 시작 전 공연장 로비에서 열리는 작은 음악회. 함안지역 문화예술단체는 물론, 인근 지역의 유명 예술단체들이 함께한다. 현악 3중주, 국악연주단 정음의 가곡 연주, 플라멩코 공연 등 다채로운 장르의 공연이 연극과의 통섭을 꾀한다.

'청소년과 함께하는 연극여행'은 연극제를 관람한 청소년들이 작품을 관람한 후 느낌을 글로 쓰거나 그림으로 그려 내면 이 가운데 우수작들을 뽑아 상을 준다.

이 밖에도 연극제 공연 무료 관람에 연극이 끝나면 '경품 추첨 기회'까지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경품에는 각종 생필품과 더불어 고급 자전거가 마련돼 있다.

'오감 만족' 함안 먹거리

볼거리만으로는 부족하다. 모름지기 여행을 떠났으면 여행지 토속 음식을 먹어봐야 그 지역을 제대로 알았다고 할 것이다.

전형적인 농촌 도시인 함안은 마산, 진해 등 바다를 낀 해양 도시보다 먹거리가 풍족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넓은 들판에서 알알이 익은 풍성한 곡식과 여항산 맑은 물에, 좋은 여물을 먹고 자란 한우가 함안의 명물이라면 명물이다. 이 때문인지 함안에는 소를 이용한 요리들이 많다.

◇한우국밥촌 '소짬뽕' = 함안면사무소 뒤 공터는 이른바 '한우국밥촌'이 형성돼 있다. 이곳은 예전에 함안시장이 크게 섰던 곳. 시장 한편에서 국밥을 팔던 가게들이 그 맛에 반한 손님이 늘면서 가게를 지어 국밥을 팔기 시작한 것이 그 시작이다. 이들 식당에는 '소짬뽕'이라 불리는 음식이 있다. 이는 소고기 국과 밥 그리고 국수를 한데 말아 낸 것이다. 소국밥도 먹고 싶고, 소국수도 먹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맞춤 메뉴라 할 수 있다. 깊은 국물 맛과 함께 따끈한 밥 그리고 소면을 훌훌 털어 입에 넣는 맛이 일품이다.

◇대영식당 된장 샤부샤부 = 함안군 가야읍 가야초등학교 맞은편 대영식당은 함안에서만 맛볼 수 있는 '된장 샤부샤부'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된장 샤부샤부란 구수한 된장찌개에 얇게 저민 소고기를 넣어 샤부샤부를 해 먹는 음식. 붉은 육질 사이에 지방질이 그물처럼 촘촘히 펼쳐진 한우 고기와 함께 팽이버섯, 쑥갓 등 각종 채소를 함께 넣어 끓여먹는다. 보글보글 끓는 된장찌개에 소고기를 살짝 넣었다 핏기가 가셨을 때 건져먹으면 된다. 소고기를 넣지 않은 된장찌개 맛도 좋다. 한국인이라면 남녀노소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된장 샤부샤부 /함안군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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