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용호의 '우포늪에 오시면'] (12) 이른 봄 우포늪에서 추억을

우포늪은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과서 등에 소개되어 있습니다. 이전에는 과학책에만 소개되었는데 최근에는 국어 등과 같이 다양한 과목에 소개되어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교과서에 우포늪이 소개되기에 많은 선생님과 학생이 우포늪에 생태학습을 위해 방문합니다. 최근에 부산 어느 초등학교 선생님 30여 명이 겨울 방학을 맞아 연수차 우포늪과 우포늪생태관을 방문하였습니다.

그 분들에게 우포늪의 다양한 생물과 생태 등을 설명하다가 논병아리 등도 말씀드렸습니다. 우포늪을 간혹 찾는 뿔논병아리는 논병아리와 비슷하지만 그보다 크고 목이 길며 특히 머리에 뿔이 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 새는 평소 물위를 헤엄치다가 번식기가 되면 수생식물을 입에 물고 암컷에게 다가갑니다. 수컷이 마음에 들면 암컷도 수생식물을 수컷에게 준 다음 두 마리는 서로가 몸을 물위로 차 올라가면서 날개를 펴는 춤을 춥니다. 이를 수차례 한 뒤 짝짓기를 하면서 생산적인 뒷날을 도모합니다. 이 새가 하는 사랑의 행동을 총각 처녀 선생님 두 명을 불러내 하게 하니 보는 사람과 하는 사람 다 같이 즐거워하였습니다. 동작이라는 체험을 통해 새의 특징을 이해한 것입니다.

생태학자에 따르면 새들의 상대방 선택권은 수컷이 아닌 암컷에게 있습니다. 대개 수컷이 암컷보다 아름답습니다. 수컷은 암컷의 관심과 사랑을 차지하기위해 먹이를 주거나 집을 지어주고 춤도 추면서 상대방을 유혹합니다. 어떤 새는 암컷이 오면 가만히 있던 수컷들이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끝까지 누가 오래 추는지 겨루는 소위 '춤 배틀(dancing battle)'입니다. 그러다 가장 늦게까지 춤을 춘 수컷을 선택한다고 합니다. 스테이지 메이커(stage maker)라는 새도 있습니다. 이름에서 느껴지듯 무대를 만들어 춤추는 새입니다. 조심스럽게 숲 바닥을 치우는데, 꼭 사람이 커다란 빗자루로 청소한 것처럼 정리한다고 합니다. 그러고는 바닥에 커다란 나뭇잎을 깐 다음, 암컷이 오면 잎 하나를 부리에 물고 춤을 추다가 또 다른 잎을 물고 춤을 춘다고 합니다.

카를 폰 프리쉬는 '꿀벌들의 춤 언어'를 발견하여 1973년 노벨상을 받았습니다. 한국에서는 개미 연구로 유명한 최재천 박사가 있습니다. 글쓴이는 생물 과목을 관찰과 실험보다는 무조건 외우기 위주로 배워 고등학교 때 너무 재미없었습니다. 저처럼 생물 과목이 어렵다고만 느끼는 분들에게 최재천 박사의 <인간과 동물>을 추천합니다. 인간과 동물을 비교하면서 다양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인간도 생태의 한 부분이고 동물 중의 하나이니 자신에 대해 생각해보는 유익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책을 읽어 본 뒤 자제분들에게 말해 준다면 귀중한 소통의 시간도 될 것입니다.

아직 우포늪을 떠나지 않은 기러기와 오리류 등 겨울철새들은 고향으로 수천㎞ 머나먼 거리를 날아가기 위해 열심히 먹이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포늪 겨울철새는 시베리아 같은 북쪽 지대에서 여름번식을 마치고 혹독한 추위를 피해 10월 중순부터 날아와 3월 말이나 늦게까지는 4월 초까지 머물다 갑니다.

대표적인 철새로는 쇠기러기, 큰기러기, 큰부리큰기러기, 고니, 큰고니, 청둥오리와 고방오리 등의 오리류, 원앙, 댕기물떼새, 노랑부리저어새 등이 있습니다. 사계절 떠나지 않고 환경에 적응한 새로는 물닭, 왜가리, 중대백로가 있습니다. 봄·가을에 볼 수 있는 새로는 호주에서 시베리아까지 날아가는 도중에 잠시 쉬어가는 깍도요, 학도요, 장다리물떼새 등이 있습니다.

우포늪의 사계절은 매우 다릅니다. 지금은 이른 봄입니다. 우포의 봄은 새로운 생명이 솟아나는 때입니다. 우포늪에 오시면 버드나무 잎들이 나오기 전 기운차게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5월이 되면 다양한 수생식물이 우포늪을 수놓습니다. 우포늪의 여름은 수생식물로 '녹색 카펫'이 된다고 말합니다. 물가에서 자라는 물억새·애기부들·창포·매자기·줄, 물위에 잎을 내는 마름·가시연꽃·노랑어리연꽃, 물 속에 잠겨 사는 검정말·나사말·통발 등이 있습니다. 물위에 떠서 사는 개구리밥·생이가래·자라풀 등도 있습니다.

수서곤충으로는 꼬마줄물방개, 물자라, 소금쟁이, 게아재비, 뿔잠자리, 실잠자리, 장구애비, 긴꼬리투구새우 등이 있고, 어류와 패각류로는 가물치, 붕어, 메기, 잉어, 물달팽이, 논우렁이, 대칭이, 말조개 등이 있습니다.

우포늪에 와서 무엇을 해야 될지 모른다고 하는 분도 있습니다. 저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생각해보시라 하고 싶습니다. 아니면 어린 시절 배운 노래는 어떨까요? 그런 노래들 중에는 식물과 동물 등 생태가 주제인 경우가 많습니다. 김소월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노래가 있죠? 작년에 성인들에게 생태 강연을 했는데, 시작하기 전 같이 그 노래를 부르니 서먹함도 사라지고 생태에 대한 마인드도 갖고 좋았습니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들에는 반짝이는 금~ 모래빛 뒷문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입니다. 우포늪에 오시면 생태를 주제로 한 노래도 불러 봅시다.

생태를 주제로 한 시는 또 어떨까요? 미국의 생태체험교육가인 조셉 코넬의 시는 우리가 생태의 일부임을 깨닫게 해줍니다. 제목은 '하늘의 새'입니다. "하늘의 새는 내 형제 온갖 꽃은 내 자매 나무는 내 친구/ 내가 사랑하는 살아 있는 모든 것들 산과 시냇물/ 이 푸른 대지는 우리의 어머니이고 저 하늘 너머에는 사랑의 정령이 숨어 있으니/ 나는 여기 있는 모두와 삶을 나누고 모두에게 내 사랑을 주리 모두에게 내 사랑을 주리."

아름다운 봄 멀리서 정다운 친구가 온다면 더욱 반가울 것입니다. 우포늪 인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셨던 청강(晴岡) 하재승(河在丞)이라는 분이 지은 시도 있습니다.

"궁색한 여막집에 앉아 좁은 문틈으로 봄빛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는데 처마 끝에서 햇빛이 들어오는 것을 좋아하게 되네./ 북쪽에 버려진 눈이 사라지지 않고 무덤봉우리와 같이 높고 남쪽을 향한 두둑에는 매화꽃 피어 향기가 나는 구나./ 모래밭 머리에서 잠자는 백로는 따뜻한 꿈을 꾸고 하늘 저 편으로 날아가는 기러기는 오직 바쁠 뿐이네./ 혹시 동쪽에 있는 자네가 와서 돌아가지 않는다 하면 아름다운 술잔으로 축배를 드세."('이른 봄' 전문)

/노용호(우포늪관리사업소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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