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바람난 주말] (11) 매화꽃 보러 떠난 김해건설공고

매화는 찬바람이 채 가시기 전에 꽃망울을 터뜨린다. 매화는 이제 봄이 멀지 않았음을 맨 처음 알려주는 꽃이다. 매화는 겨울꽃일까, 봄꽃일까?

'봄 처녀 제오시기' 전에 꽃 마중을 떠나기로 했다. 매화 군락지 하면 멀리 전남 광양시와 하동군, 가까이로는 양산시 원동면 등을 떠올리지만 뜻밖에 도심에서 매화 군락지를 만날 수 있다. 김해 중심지인 구산동 김해건설공업고교 교정이 그곳이다. 경남 유일의 도심 매화 군락이다.

벌도 매화꽃에 취하긴 마찬가지다. 카메라를 들이대건 말건 꽃봉오리 속으로 몸을 비집고 들어간다.

부산∼김해 경전철 박물관역에서 불과 100m가 되지 않는다.

햇살이 따사롭다. 이대로 며칠만 날씨가 도와준다면 봄꽃들은 더는 참지 못하겠다는 듯이 꽃망울을 틔울 것이다.

예상은 그리 빗나가지 않았다. 김해건설공고 교문에서 본관까지 200여m 좌우에 심긴 매화나무마다 꽃망울이 여물 대로 여물었다. 성질 급한 일부 매화는 이미 꽃을 피웠다. 이들 교내 길 양쪽에 심긴 매화나무는 김해시 관리 보호수로 지정됐는데 수령이 100년 가까운 고매(古梅)가 대부분이다. 1927년 개교 당시 한 일본인 교사가 의욕적으로 매화를 심었다고 한다. 특히 줄기가 휘고 구부러져 있어 용이 하늘로 날아가는 듯, 땅을 기어가는 듯한 형상을 하고 있어 와룡매(臥龍梅)라고 일컬어진다.

이는 6월 말이나 7월 매실을 수확하려고 심은 다른 지역의 매화와 달리 이곳 매화는 매실수확을 위해 심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란다. 비바람에 자연적으로 굽어진 매화나무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멋스럽다.

꽃소식을 듣고 찾아온 사진작가들이 그 모습을 담기에 여념이 없다. 와룡매의 위용을 담으려고 멀찌감치 떨어져 셔터를 눌러대다가 고목 사이에 핀 매화를 선명하게 가까이 촬영하려고 매화 속으로 빠져든다. 일찌감치 꽃구경에 나선 관광객들도 벌써 김해건설공고 교정을 채운다.

자세히 매화를 들여다 봤다. 야윈 듯한 가지 위에 점점이 매달린 모습이 단아하다. 깨끗하다. 청아하다. 코를 가까이 대 본다. 평정을 유지한 마음이라야 맡을 수 있는 향기라는데 심호흡을 크게 하고 연방 숨을 들이켜 본다.

매화꽃 향기를 따라온 것은 사람들뿐이 아니다. 살짝 입을 벌린 매화꽃마다 벌들이 찾아온다. 벌도 매화꽃에 취하긴 마찬가지다. 카메라를 들이대건 말건 꽃봉오리 속으로 몸을 비집고 들어간다. 곧 매화가 만개하면 동박새도 잊지 않고 찾아온단다. 사람들이 북적여도 동박새는 날아가지 않고 매화꽃에 취해 멋진 장면을 연출해 준다하니 꼭 한번 다시 오리라 다짐한다.

매화꽃이 필 때쯤이면 학교는 교정을 개방하고 매화축전을 연다.

올해는 16일 오후 3시30분 전국매화사진 촬영대회를 시작으로 17일과 18일 교내 운동장에서 학생들의 신명난 사물놀이, 가야금 연주, 국악 록밴드 공연과 교직원의 색소폰 앙상블 연주회 등을 펼친다. 또 17일 오후 1시30분 와룡 매실주 시음회가 개최되고 행사기간 매화사진전도 함께 연다.

김해건설공고 관계자는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매화가 만개했는데 올해는 다소 그 시기가 늦어질 것 같다"라며 "축전은 예정대로 열 예정이며 비가 온다는 소식이 있어 일부 행사는 자리를 옮겨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LP판 속 클래식에 취하고 깔끔한 스파게티에 반하고

김해건설공고 맞은편으로 가야의 역사를 간직한 수로왕릉과 대성동 고분박물관, 수릉원, 김해한옥체험관, 봉황대 등 유적이 산재해 있다. 덕분에 고풍스런 먹을거리를 찾아 나섰다가 발견한 클래식뮤직 로스터리 카페 '행복한 커피&푸드'(봉황동 429-11, 055-324-7759).

   
 
  '행복한 커피&푸드'의 스파게티.  

길을 지나가다가 눈에 확 띄는 멋진 건물이라 생각해 눈길을 돌렸는데 지난 2008년 제9회 김해 건축대상제 장려상 건축물로 선정된 곳이다. 그 모습에 이끌려 문을 열었다. 한쪽 벽면을 채운 LP 판과 냉장고 만한 스피커. 세심한 실내장식에도 눈길이 간다. 그곳에서 맛본 스파게티와 햄버그스테이크는 실내장식만큼 깔끔하면서도 자극적이지 않은 것이 좋다. 무엇보다 직접 내린 커피 맛은 뒷맛이 향긋해 그만이다. 매화에 취했던 마음이 차분해진다.

한쪽 벽면을 채운 LP판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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