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 있습니다] 마산항 준설토 웅동지구 활용, 지역주민 무시한 발상

'웅동지구에 마산항 항로준설토를 이용한다면 투기장을 분산할 수 있고 창원시민이 공감할 대의도 찾을 수 있을 법하다.'

지난 3월 9일자 사설 '준설토 웅동지구 활용과 인공갯벌 조성해야'를 읽고 경악을 금할 수가 없었다. 이 무슨 망발이란 말인가! 마산시민 살리자고 진해시민 죽이겠다는 말과 뭐가 다른가? 대체 어느 시민이 준설토 투기장 분산에 공감을 하며, 어떻게 그것이 대의라는 것인지…….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발상에 또 한 번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웅동·와성만만은 지키고자 몸부림쳤던 이 지역 주민들의 심정을 알고는 계시는가?

옛 진해시 시절인 2009년, 국토해양부에 진해시가 반영 요청한 공유수면 기본계획 변경(안)인 '부산·진해 경제자유구역 와성지구 개발사업(웅동 와성만 공유수면 매립)'이 2009년 3월 18일 국토해양부가 개최한 중앙연안관리심의위원회 심의에서 조건부로 의결되었다.

진해 남양동 흰돌메공원에서 바라본 신항 웅동매립지 전경. 멀리 송도까지 645만㎡에 이른다. /경남도민일보DB

국토해양부 중앙연안심의회의에서 제시한 조건들은 △관련 지역과 인접 지역 주민과 어민들의 민원이 발생치 않도록 충분한 협의와 합의를 전제로 하며, △매립으로 인한 통수 기능 저하로 인근 지역 대장천·두동천·동천의 자연재해로 인한 침수 피해에 대한 충분한 대책 수립과 △보상 수단이나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한 매립은 반대한다는 것이었다.

기관별 조건 제시를 보면, 중앙연안심의위는 '관련 지역 주민 및 어업인들과 협의해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며, 농림수산식품부는 '매립 주변 협수로 부근의 유속 변화와 침·퇴적 변화가 상당히 일어날 것으로 진단돼 이에 대한 신중한 접근과 평가를 통한 면적 축소와 지역 이해 당사자들과의 충분한 협의를 통한 대책 마련이 선행된 후 추진돼야 할 것'이었다.

국토해양부는 '매립 요청 해역은 이미 웅동 준설토 투기장 매립 공사로 수체면적이 축소되고 해수 소통이 불량해져 해양 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상태'라며 '매립으로 수로 폭이 좁아지고 수면적이 감소돼 하천 통수 기능이 저하됨에 따라 홍수와 태풍 해일 내습 시 대장천과 두동천·동천 주변에서 침수 피해가 예상된다'고 했다.

또한 국토해양부 항만정책과는 '와성 웅동만은 당초 신항만 계획 시 준설토 투기 예정지로서 외해 투기의 어려움 및 예산 절감 등을 감안,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준설토 수용할 것'을 제시했다.

부산지방해양항만청은 '신청지 인접 지역에 주거하는 주민(어민)들이 공유수면매립을 적극 반대하고 있어(주민설명회 시) 부지 조성 시에는 인근 주민들과의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조건을 제시했다.

특히, 경상남도 연안관리자문단은 '공유수면 매립이 보상 수단이나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진행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사업 시행으로 진해만은 수로화될 수밖에 없는 진해만으로 전락될 우려가 많으므로 웅동지구의 활용과 환경변화 추이를 보면서 사업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웅동 와성만 공유수면 매립 기본계획변경(안)에 대한 주민설명회가 해당 지역 주민자치센터에서 있었던 날을 지금도 분명히 기억한다. 주민들과 어민들이 주민자치센터의 입구들을 봉쇄하며, 설명회는 필요 없으니 돌아가라고 소리 지르던 모습들이 눈에 선하다. 이미 준설토 투기장으로 뼈저린 경험을 했기에 더 이상은 안 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바다에서 얻을 수 있었던 당연하게 생각했던 그 혜택들은 보상금 몇 푼에 비할 바가 못 되며, 한번 망가진 것은 영원히 돌이킬 수 없다는 것도 이제는 알기에 죽기 살기로 막을 수밖에 없었다.

또 마천지방산업단지로 명칭이 변경된 마천주물단지에서 이전한다던 주물공장들은 언제 떠난다는 기약도 없이 여전히 매연과 악취로 대기를 오염시키며 주민들의 건강과 환경을 위협하고 있다. 주민들은 웅동만이 있음으로 해서 그나마 공기청정기와 같은 정화작용을 해주어 웅동1동 주민들이 이만큼이라도 숨 쉬고 있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진해 웅동1동 주민 300여 명이 2008년 12월 쌍용건설 공사현장 사무소 옆(옛 구천탕)에서 각종 사업으로 말미암은 피해보상과 생계 대책을 요구하는 궐기대회를 하는 모습.

어업 면허권을 가진 42명의 주민이 있는 영길마을 주민들과 안골만 매립을 반대하는 안골마을, 웅동1동 주민들이 매립 반대 서명 운동에 적극 동참해 800여 명의 매립 반대 서명서를 국토해양부에 직접 전달했고, 앞으로 지속적으로 매립반대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해 나갈 것을 결의했었다. 이후 지금까지 매립은 진행되지 못하고 있긴 하지만 언제라도 추진 기미만 보이면 다시 끓어오를 화산임에는 분명하다.

바다가 어찌 인접한 마을 주민들만의 것이겠는가? 진해 주민, 경남도민 나아가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것이다. 단지 가까운 곳에 생활터전을 잡고 생계를 이어가는 수단을 바다에서 취하기에 피해의 정도가 제일 크다고 인정하는 것이리라.

웅동 와성만 해안로 중간 지점에 '흰돌메 공원'이 있다. 그곳에 서면 준설토 투기장과 그 너머의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준설토 투기장이 존재하지 않았던 탁 트인 바다를 우리 아이들과 단 한 번만이라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안타까움에 가슴이 저리다. 지금도 스스로를 치유하며 살아 숨쉬고 있는 호수 같은 바다 웅동만! 이마저도 매립으로 빼앗길 수는 없지 않겠는가!

준설토 투기로 바다를 매립하기만 하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가지게 되는 것처럼 떠들어 댄다. 경제 활성화를 들먹이며 '시너지 효과'까지 기대한다고 한다. 물론 다른 것은 다 접어두고 투기장만을 보자면, 준설토를 매립해서 만들어지는 넓은 땅에만 확 꽂혀 이것만 들여다보면 이런 허상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 주상복합단지가 들어서고, 복합비즈니스타운이 건설되고, 산업단지가 조성되면 분명 활력이 넘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근의 기존 마을들은 시너지 효과는 커녕 위화감 조성만 될 수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나마 위화감뿐이라면 개인적으로 극복하든지 하면 되겠지만 뒤따를 지역경제 파탄은 누가 감당할 것인가.

세상 어느 곳에도 매립해도 되는 바다는 없다. 살리고 보존해야 하는 바다만 있을 뿐이다.

/신금숙(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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