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지자체 수의계약] 제도 개선책 없나

수의계약은 긴급을 요하는 사업에 신속히 예산을 집행하고, 중소업체를 배려하기 위한 취지로 지방계약법에 보장된 제도다. 많은 제도가 그렇듯 수의계약 역시 원 취지대로 잘 운영되면 괜찮지만, 곳곳에 악용 소지가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문제가 터져 나오는 것이다. 쪼개기, 특허·현상공모 특혜, 불법 설계변경은 대표적인 악용사례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도로공사 수의계약 비리 건으로 홍역을 치르는 창원시는 지난달 중순 '공사계약 투명성 및 비리 근절을 위해 2000만 원 이하 소액관급공사도 조달청 나라장터시스템(G2B)을 활용하는 완전 공개입찰제도로 전환한다'는 개선책을 내놓고, 이달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그렇지만 단서가 있다. '계약절차 단축이 필요한 긴급을 요구하는 재난복구공사와 주민 불편이 예상되는 공사는 예외적으로 적용, 선조치·후보고 제도를 병행한다'는 것이다.

즉, 긴급을 요하는 공사에 대한 기준이 불분명한데, 시 관계자는 "그러한 부분까지 기준을 만든다는 것은 담당 공무원을 못 믿고 일하라는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하지만, 시의회에서는 이러한 개선책으로는 부족하다는 견해를 나타냈고, 박완수 시장 역시 공감 뜻을 나타내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 6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이 시점을 계기로 인사·회계·계약·발주 문제 등 모든 제도적 문제들의 잘못된 부분을 발췌해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근본적 대책 마련 의지를 나타냈다.

특히 시정질문답변을 통해서는 "어느 수준까지 공개입찰을 하는 게 바람직한지 분석해서 다시 계획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덧붙여 "지금까지 몇 년 동안 외부에서 이런 이야기가 있었음에도 감찰부서에서는 모르고 지나갔다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며 감사부서를 질책하기도 했다.

이에 해당 부서에서는 개선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얼마나 실효성 있는 제도적 개선책이 나올지는 두고 볼 일이다. 회계과 관계자는 "종합적인 개선책을 마련 중"이라면서도 "2000만 원 이하도 완전 공개입찰로 시행하기로 했는데, 제도적으로 더 어떤 개선책을 내놓을 수 있겠나"라고 했다. 감사실에서도 대책 마련을 준비 중이라고 하지만 '공무원 개인 인성 문제' '감찰 기능의 현실적 한계'를 거론하기도 했다. 인사문제와 관련해서는 앞서 인사과 관계자가 '순환근무 원칙 확대' 외에는 별다른 개선책은 없다는 뜻을 나타내기도 했다. 박 시장 의지와 실무부서 간 온도 차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뾰족한 제도적 개선책은 없는 걸까? 이에 대해 조달청 관계자는 다음과 같은 제안을 했다.

"수의계약이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쪼개기·밀어주기, 이런 것 때문에 문제 되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한 대안으로 심의위원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예를 들어 엊그제 계약을 했는데, 또 계약을 한다면 심의위원회에서 당연히 이 부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것이고, 그러면 담당부서에서는 이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겠는가. 심의위원회가 한 단계 거르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각 지자체에서 계약에 대한 심의위원회를 두고 있지만, 모든 것을 다루지는 않는다. 다루는 범위를 좀 더 넓힐 필요가 있다."

그러면서 "재난 같은 긴급을 요하는 것 외에 행사성은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기에 발주 부서에서 충분히 조정할 수 있는 부분이다. 심의위원회에서 검토 후 '공개입찰로 돌리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각 시·군 계약심의위원회 심의대상은 물품·용역 등은 10억 원 이상이다. 다만 '그 밖에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심의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이라는 단서도 있어, 심의대상을 넓힐 수 있는 근거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수의계약이 한두 건이 아닌데 기술적으로 할 방법이 있는지 모르겠다. 또한, 수의계약은 긴급성이 목적인데 그렇게 하면 일 진행 자체가 안 된다"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견해를 나타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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