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던 3월이다. 유난히 추위를 싫어하는 탓에 봄을 애타게 기다린 이유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3월을 더욱 기다려졌던 이유는 우리 지역에서 개최되는 음악제 중 가장 국제적인 음악제이자 규모가 큰 통영국제음악제가 개최되기 때문이다.

통영국제음악제가 처음 개최될 때부터 지금까지(유학기간을 제외하고) 거의 빠짐없이 순수관객으로 참여하여 좋은 추억들을 많이 간직하고 있는 나로서는 3월에 개최되는 통영국제음악제를 기다리는 것은 참으로 즐거운 기다림이다. 또 이 음악제 기간에는 개인적으로도 통영을 방문하는 음악계 동료와 지인들을 만날 수 있어서 이런저런 음악계 정보들을 나눌 수 있는 귀한 시간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음악제 기간 중 통영으로 가는 길은 늘 기분이 좋다. 마산에서 혼자 운전하기에도 적당한 거리일뿐더러 간혹 제자들과 함께할 때면 음악회에 참석하는 기분이라기보다는 마치 MT를 가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2012년 임진년 흑룡의 해를 맞이하여 특히 통영국제음악제가 기대되는 것은 여러 언론매체를 통해 음악제의 10주년을 맞이해 매우 풍성하고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준비되고 있다는 소식들을 많이 듣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알렉산더 리브라이히 외국인 예술감독과의 첫 시즌을 대체로 성공적으로 마친 통영국제음악제는 올해 10주년을 맞이하여 소통(WITHOUT DISTANVE)이라는 주제로 다시 한번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는 듯하다. 이번 주제에서 알 수 있듯이 예술과 관객, 관객과 관객의 사이를 더욱 가깝게 하여 예술이 보다 생명력 있게 소통되고자 하는 리브라이히 예술감독의 바람이 담겨 있다고 한다.

그러나 세계적인 명성의 작곡가 고 윤이상을 기리는 음악제로서 알려진 통영국제음악제의 특성상 국내의 많은 작곡가와 젊은 작곡 학도들이 큰 주목을 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상주 작곡가들의 작품이다. 그중에서도 이번에 발표될 베아트 푸러의 작품에 대한 궁금증은 벌써 많은 작곡가와 음악가들 사이에서 회자하고 있다. 우리나라 작곡계와 어느 정도 관계를 맺고 교류를 하며 종종 국내 무대에서 작품이 연주되고 있는 도시오 호소가와와는 달리 베아트 푸러의 작품은 아직 국내 무대에서 직접 접할 기회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에 그의 무대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이처럼 통영국제음악제는 국내외 음악인들의 많은 관심을 받으며, 명실상부 순수 음악제로서 국내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음악제로 어느 정도 자리 잡아가는 모습이다.

하지만 통영음악제에 대하여 좋은 소식들만 들려 오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북한에 억류되어있는 한 가족이 윤이상의 권유로 월북했다는 주장이 알려지면서 이 음악제의 움직임도 덩달아 힘들어졌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였다. 통영 국제 현대음악제가 몇몇 소수를 위해 정치적인 의도나, 국제적인 이해관계 속에서 만들어진 것도 아님에도 우리나라의 특수한 남북관계에 의한 정치적 사회적 상황이 음악제를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그리고 이 음악제를 통한 지역 예술인들과의 관계성과 소통에 대한 문제는 지역음악인들 사이에서 늘 제기되고 있는 문제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10여 년간의 발자취를 뒤돌아 볼 때 통영국제음악제가 우리 지역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의 음악계에 미친 영향은 지대하다고 평가할 수 있으리라. 앞으로도 통영국제음악제가 순수 음악제로서 더욱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민의 관심과 문화적, 정책적인 여러 가지 여건이 뒷받침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음악제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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