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맛집] 창원시 상남동 '금천어탕'

동네 어귀를 흐르는 맑은 개울. 작은 그물을 펼쳐놓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물고기를 잡는다. 붕어, 피라미, 미꾸라지 등을 닥치는 대로 잡아 올려 양동이에 넣어둔다. 물이 펄펄 끓는 커다란 솥에 파닥거리는 물고기를 넣는다. 그리고 푹 삶는다. 뼈를 추려낸 뽀얀 국물에 된장, 고추장, 각종 채소를 넣어 한소끔 끓인다. '천렵(川獵)국'이다.

천렵은 냇물에서 고기를 잡는 일을 뜻한다. 고기를 잡는 사람은 천렵꾼이라 하며, 배가 고프면 냇가에서 잡은 고기를 끓여 먹기도 하는데 그 음식이 바로 천렵국이다. 거기에 국수를 넣으면 어탕국수, 밥을 말면 어탕국밥, 수제비를 넣으면 어탕수제비가 된다. 산청에서는 선비들 영양보충과 보신용으로 어탕국수를 흔히 먹었다고 한다. 뽀얗게 우러난 생선 국물에 국수가 한 움큼 담긴 어탕국수. 창원에서는 손쉽게 맛볼 수 없을까. 시쳇말로 '잘나가는' 어탕국수 집을 찾았다.

창원시 상남시장 3층에 있는 금천어탕. '가게는 작지만 맛나다', '진하고 구수하다', '고기 특유의 잡냄새가 없다' 모두 금천어탕을 칭찬하는 말이다.

기자를 비롯한 여자들에게 어탕국수는 생소하다. 미뢰(味雷·맛봉오리)를 건드리는 낯선 맛. 그 맛이 궁금해 금천어탕으로 갔다. 주방이 분주하다. 커다란 가마솥을 중심으로 네 명의 아주머니들이 이리갔다 저리갔다한다.

   
 

말 붙일 틈을 찾았다. "사장님이 어떤 분이세요?", "전데요." 가마솥에서 국자를 휘젓고 있던 한 아주머니가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김갑숙 사장이다.

어탕국수를 주문했다. 국물이 펄펄 끓어 넘칠 듯 가득 담겼다. 국물 색깔을 보니 식욕이 돋울 만큼 빨갛지는 않다. 빨강과 주황색 그 중간쯤 돼 보인다.

반찬은 간소하다. 고명처럼 올라가 있는 부추 사이로 국물을 한 숟가락 떴다. 걸쭉하게 휘감기는 것이 진할 것 같다는 느낌이다.

첫인상 그대로였다. 묵직하고 진한 맛이 입안을 여러 차례 맴돌다 부드럽게 감긴다. 생선 가시가 모두 으깨진 상태여서 그런지 딱딱한 식감이 아니다.

보드랍게 식도로 넘어간다. 국물이 맛있어 여러 차례 떠 먹었다. 그때 김갑숙 사장의 타박이 들려온다. "어탕국수 먹는 법을 모르네. 면이 퉁퉁 불기 전에 국수 먼저 맛봐야죠. 국수를 다 먹고 밥 말아 먹어봐요. 보약이 따로 없지."

어탕국수 처음 먹어본 티를 대놓고 냈다. 사장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면을 쭉쭉 당겨 입안으로 빨아들였다.

생선 국물에 빠진 국수가 자석같이 잘도 끌렸다. 국수양도 많았다. 쌀쌀한 날씨인데도 콧등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자연산 붕어를 푹 삶아 뼈를 추려낸 국물에 만 국수가 입에 착 감긴다. /박일호 기자

근데 먹어도 먹어도 이 생선의 정체를 모르겠다.

"무슨 생선이에요?", "100% 자연산 붕어예요. 전라도와 충청도에서 잡아와요. 붕어는 단백질, 칼슘, 비타민 함유량이 많아 건강식으로 그만이죠."

붕어 영양분이 듬뿍 담긴 어탕국수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훌륭한 한 끼 식사다. 그래서 금천어탕을 찾는 손님들도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 손님들은 저렴한 가격에 뭔가 귀한 것을 먹은 것처럼 흡족해하는 눈치였다.

어탕국수는 고기 특유의 잡냄새가 난다. 비린 맛을 잡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산청이 고향이고, 어머니가 어탕국수 가게를 했어요. 어머니한테 비법을 전수했죠. 생강, 된장, 직접 담근 고추장 등 다섯 가지 정도 양념이 들어가요. 영양고추도 넣어 칼칼하지만 많이 맵지 않은 국물을 만들죠. 그 이상은 말해줄 수 없어요."

'며느리도 모르는 비법'. 그 비법을 기자에게 쉽게 가르쳐 줄 리는 없다. "손질한 붕어를 가마솥에 네 시간 정도 삶고 그 국물에 갖가지 양념과 가는 배추(배추 품종 가운데 하나) 등을 넣고 한소끔 끓여요. 거기에 부추와 산초가루를 넣습니다."

김갑숙 사장은 이게 비법이라고 했다. 금천어탕의 상호에는 특별한 뜻은 없다고 했다. 그냥 금상첨화의 줄임말이라고 하면 되지 않을까.

<메뉴 및 위치>

◇메뉴: △어탕국수(공깃밥 포함) 7000원 ◇위치: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16번지 상남시장 3층 C동 301~302호. 055-267-3221.

붕어의 효능

붕어는 비위가 약해 소화흡수력 부진으로 몸이 야위고 수척하며 기력이 쇠잔한 경우에 좋다.

1. 오줌을 잘 나가게 하고 부종을 없앤다

   
 

2. 열을 없애고 몸 안에 있는 독을 없앤다

3. 물종기가 생기거나 가려움증

4. 허약체질 어지러움 정력이 약할 때

5. 식은땀을 흘릴 때

6. 산모가 젖이 적을 때

7. 얼굴이 붓고 손등이 붓는 만성 신장염 부종

8. 대장출혈, 여자의 하혈 등에 대한 지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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