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반 위 각질층 생기는 면역 질환…생물학적 의약품 획기적 치료효과

건선(乾癬·마른버짐)은 인체 면역계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만성적인 피부질환으로서 전 세계 인구의 약 3% 정도가 앓고 있다.

건조하고 일조량이 적은 겨울철에는 건선 증상이 더욱 심해지므로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는 환자가 많아진다.

건선이라는 병명을 우리말로 쉽게 풀이하면 마른버짐(비듬)이다. 병명만으로 볼 때는 날씨가 건조해지면 생기는 가벼운 피부질환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건선은 단순한 피부병이 아니라 인체 면역계의 과잉 이상 반응으로 생기는 면역질환이다. 외부의 원인 물질이나 균이 건선 환자의 피부에 닿으면 면역반응 때문에 피부혈관이 과잉 생성되고, 피부세포인 각질 형성 세포가 정상인보다 빠르게 증식한다. 그 결과 붉은색 발진인 홍반이 피부에 생기며, 그 부위에 각질이 겹겹이 쌓이면서 두껍게 각질층이 형성되어 피부병변이 전체적으로 두꺼워지게 된다.

건선환자는 어떤 피부질환 환자들보다 더 큰 어려움을 안고 살아간다. 눈에 띄는 특이한 증상들 때문에 대인관계를 피하면서 사회생활에도 큰 지장을 받으며, 건선을 오래 앓은 환자들 경우에는 당뇨와 같은 대사성 질환, 건선 관절염 등과 같은 합병증을 동반하는 때도 많다.

최근에는 건선이 환자들의 정신적 건강을 악화시키는 정도가 당뇨, 암, 심혈관계 질환보다도 더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의사 처지에서 볼 때 더욱 안타까운 것은 건선은 치료와 예방이 어려운 난치성 질환이기 때문에 환자들이 각종 광고 및 인터넷에 소개되는 검증되지 않은 여러 치료법 등을 먼저 접하게 된 결과 증상이 악화한 후 내원하는 환자들이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건선은 발병 기전이 복잡하고 면역계 조절이 쉽지 않기 때문에 증상에 따른 적절한 대응과 꾸준한 치료가 필요하다.

최근 여러 면역질환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건선 치료법에도 큰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면역질환에 쓰이던 생물학적 의약품들이 건선 치료에도 효과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건선 치료법에도 새로운 기회가 마련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건선을 유발하는 원인물질로 인터루킨이라는 것이 밝혀졌는데, 이 물질에 직접 작용해 그 기능을 억제함으로써 건선에 획기적인 효과를 보이는 치료제가 개발되었다.

즉, 이 치료제는 건선의 발병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인터루킨(IL-12, IL-23)의 기능을 차단함으로써 병의 진행을 막아준다. 대규모로 이루어진 국제적인 임상연구에 의하면 이 치료제(피하 주사제)를 투여받은 환자의 93%에서 뛰어난 증상개선 효과가 있었다는 결과가 발표되었다. 앞으로도 이러한 새로운 방식의 건선 치료제는 지속적으로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소식은 건선으로 육체적 심리적 고통을 받으면서 검증되지 않은 치료정보 때문에 혼란을 거듭했던 많은 건선 환자들에게 매우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아직 건선 질환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사회적 이해가 낮은 상황이다. 일반인들도 건선이 어떤 피부질환인지를 인식하고 건선 환자의 고통과 어려움을 이해함으로써, 건선이라는 피부질환이 적절히 치료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희망해 본다.

/윤태진(경상대학교병원 피부과 교수)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