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점포 활용 사업, 입주자 선정 2개월 넘게 지연…작가·작품 동판작업도 '난항'

마산합포구 창동은 과거 '몸짱'이었다. 사람들은 창동을 보러 마산은 물론이거니와 창원·통영·함안 등지에서 몰려들었다. 혈액순환도 원활했다. 골목 곳곳의 점포는 상인과 예술인들로 채워졌고, 꼬불꼬불 이어지는 골목길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누군가가 빠지면 누군가가 곧 들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몸짱을 자처했던 창동이 '몸꽝'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살도 빠지고 비실거렸다. 건강을 과신했던 탓일까. 사람들은 창원·진해·김해로 하나 둘 빠져나갔고, 골목 곳곳은 빈 점포들로 채워졌다. 상인은 도망치듯 창동을 떠났고, 예술인도 뿔뿔이 흩어졌다. "쾅쾅쾅쾅, 쿵쿵쿵쿵, 탁탁탁탁".

그런 창동은 지금 몸짱으로 거듭나려고 노력 중이다. 동정동 불종거리 일대는 전선 지중화 사업이, 창동 사거리 쪽샘 골목과 시민극장 골목 일원은 창동예술촌 조성 사업이 한창이다. 몸짱에서 몸꽝으로 변한 것은 비단 창동만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각 지자체에서는 몸꽝이 된 도시를 몸짱으로 재생시키고자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그 중 '문화'를 도시 발전의 원동력으로 내세우는 방식이 인기다. 창동예술촌도 그러하다.

건물 외벽에 그려진 천상병 시인의 모습. /김민지 기자

창원시는 지난해 4월 7일 총 20억 원을 들여 '창동 빈 점포를 활용한 골목 가꾸기 사업'을 한다고 밝혔다. 총괄기획자는 문장철 씨. 문신의 아들이자 부산시 도시디자인 위원으로 활동했다.

창동예술촌의 취지는 좋다. 문화를 통한 도시재생사업의 가치와 중요성은 이미 여러 곳에서 언급돼왔고 다른 지자체도 도시재생에 문화를 끌어들여 너도나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단기적인 계획을 세워 일회성으로 종결되는 사례가 많고 문화를 지원하는 예산보다는 상업 지구를 조성하는데 더 많은 예산이 투여된다는 점이다. 이는 도시재생이라는 밥상에 문화라는 숟가락을 얹는 것에 불과하다. 즉 보여주기 식의 단발성 이벤트에 그치고 있다.

창동예술촌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창원시 계획대로라면 창동예술촌은 지난해 12월 24일에 완공돼야했다. 하지만 전선 지중화, 건물 파사드, 도로바닥 등의 공사와 창동예술촌 입주자 선정이 늦춰지면서 올해 2월 24일로 미뤄졌고, 5일 현재도 '진행 중'이다.

"빨리한다고 뭐가 좋겠냐. 완벽하게 해야지. 확실한 오픈일은 정해지지 않았다. 4월 말이나 5월이 될 것 같다"고 창원시 관계자는 말했다. 감감무소식이 희소식이 될 수 있을까. 창원시 관계자와 문장철 총괄기획자는 정확한 답변보다는 대충 얼버무리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창동예술촌 입주 예정자는 2년 동안 입주점포의 임대료를 무상으로 지원받는다. 단 입주점포 내부 철거와 시설 인테리어, 전기료·수도료 등 관리운영비용은 입주자가 부담한다. "2013년 10월 31일이 계약만료일이다. 완공일이 차일피일 미뤄져 정작 점포를 이용할 수 있는 기간은 2년도 채 안 된다"고 모 입주 예정자는 말했다.

공사중인 골목 안 점포./김민지 기자

공사가 한창인 지난 2월 22일. 창동예술촌을 찾았을 때 다른 모 입주 예정자는 기자에게 불만을 토로했다. "내부 인테리어를 2월 28일까지 마감하라고 했는데, 지금 손도 못댔다. 천장은 물이 새 내려앉기 일보직전이고, 무너져 내리기라도 하면 누가 책임지나? 작품 전시도 해야 하는데 앞이 꽉 막힌 곳을 배정받아 답답하다. 2년 동안 임대료만 무상으로 지원한다고 해서 시는 너무 나 몰라라 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모 입주 예정자는 언성을 높였다.

창동예술촌 아트센터 앞에 동판 열한 개를 붙일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마산과 관련된 예술인과 그의 작품을 동판으로 만들어 부착할 예정이다. 우선 예술인 여덟 명과 세 개의 작품을 설치하며 분기별 또는 연차별로 인물과 작품은 교체될 것이다"고 창원시 관계자는 밝혔다.

김춘수와 김해랑, 문신, 문신작품, 이선관, 이선관의 <독수대>, 정진업, 천상병, 천상병의 <귀천>, 최영림, 최운으로 채워진다. 동판 열한 개를 채우는 작업도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았다. 마산과 관련된 예술인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조두남, 이은상, 반야월 등 친일파가 언급됐고, 발표 후 후폭풍이 예상돼 여덟 명 안에 들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현지 사정에 대한 철저한 사전조사가 선행됐다면 이런 논의가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창동예술촌은 2년이 끝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문화를 통한 도시재생은 시설보다는 '사람'이 중요하다. 2년 그 이상을 뛰어넘으려면 지역민과 예술인, 상인과 호흡할 수 있는 정체성과 상징성을 담은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1990년대 개관한 싱가포르의 'The Substation' 기획자 누르 에펜디 이브라힘(Noor Effendy Ibrahim)은 "참된 고향은 사람들이 단지 한 행사에만 출석하고자 방문하는 곳이 아니고 행사가 있건 없건 상관없이 어느 때라도 그들 자신의 자유의지로부터 방문하기를 원하는 곳이어야 한다. 참된 고향이란 접근성이 있고 안전하며 친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창동예술촌 관계자들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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