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공무원] (30) 이시헌 김해시 청소시설계장

환경분쟁은 어느 지자체를 막론하고 일상에서 다반사로 불거진다.

쓰레기소각장이나 매립장 등 환경시설물이 혐오시설인데다 한번 건립되고 나면 좀처럼 이전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해당 주민들은 이들 시설물이 자신들의 집 근처에 오는 것을 반대하는 데 사활을 걸고, 이를 추진하려는 지자체와 갈등을 빚고 있다.

환경만큼 강도가 센 민원도 없고, 분쟁도 심하다는 말은 공연히 나오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일반적인 환경 민원과 분쟁들이 김해에서는 잘 통하지 않는다. 환경분쟁 민원 해결사가 있기 때문이다. 이시헌(45·환경연구사 6급·사진) 김해시 청소시설계장.

그에게는 '환경분쟁해결사'와 '공무원 환경변호사'라는 두 가지 수식어가 항상 따라붙는다.

환경부의 법 조항 해석을 자신의 판단으로 사정없이 깨부쉈고, 이로 인해 전국 지자체의 선행모델을 제시해 거액의 지자체 예산을 절감시켰다.

그는 환경연구사로 1994년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시 환경보호과와 축산폐수처리시설사업소 등 여러 부서를 오가던 중 지난 2003년 시청 청소과로 발령받은 뒤부터 진가를 드러냈다. 도시 개발이 한창이던 지난 2009년.

시 지역에는 도시개발 붐을 타고 지주를 포함한 민간인들이 조합을 결성해 주촌면 선천지구와 진례시례지구, 장유내덕지구 등 4개 지역에서 도시개발사업을 진행했다.

도시 곳곳에서 이런 개발사업이 추진되면서 지자체로서는 폐기물처리시설을 포함한 기반시설 확충에 여념이 없었다.

문제는 이런 개발사업지구마다 폐기물처리시설을 시가 떠맡게 돼 시로서는 엄청난 예산투입이 불가피했다.

택지를 개발할 경우는 사업자가 폐기물처리시설 설치비용을 물게 돼 있었지만 도시개발사업자는 이런 적용을 받지 않았던 시기였다.

원흉은 환경부의 잘못된 유권해석 때문이었다.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촉진과 주변지역 지원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도시개발사업자는 폐기물처리시설 설치비용을 해당 자치단체에 내지 않아도 된다고 해석해 이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이 업무 담당자였던 이시헌 계장은 환경부의 해석이 어딘지 모순이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깨달으며 의혹의 잣대를 들이댔다.

병의 원인을 찾으면 처방이 뒤따르듯 그는 곧바로 환경부의 유권해석이 잘못됐다며 법제처에 법령해석 재심의를 요청했다.

도시개발사업이 일반택지개발사업과 규모나 성격 면에서 비슷한데도 시가 폐기물처리시설 건립비용을 물어야 한다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취지에서였다.

진실이 통해서인지 법제처는 도시개발사업자도 택지개발사업자와 같이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의무가 있다며 환경부가 아닌 그의 손을 들어줬다.

이로 인해 시는 폐기물처리시설 설치비용 예산 약 120억 원을 절감했다. 이 계장이 아니었으면 고스란히 시가 다 부담해야 할 처지였다.

그는 또 법제처 법령심의 때도 직접 참가해 환경부 유권해석의 모순점을 낱낱이 설명했고, 지난 2010년에는 법제처의 청와대 연두 업무보고에 패널로도 직접 참가했다.

그의 이런 공로로 법제처는 환경부의 유권해석이 잘못됐다는 것을 전국 지자체에 공문으로 내려보냈다.

2010년부터는 아예 법제처 유권해석을 전국 지자체마다 적용하는 쾌거도 올렸다.

국무총리실은 그의 이런 환경분쟁 노고에 놀라 표창추천을 올렸지만 그는 당시 윗사람들의 공로로 돌리며 자신은 양보하는 미덕도 보였다.

그가 업무를 맡은 이후부터 장유쓰레기 소각장과 김해지역 환경 민원은 지금까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고 있다. 이른바 무결점 '면도칼' 환경분쟁 변호사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이 계장은 "환경분쟁이 우려되면 직접 당사자들을 만나 해법을 찾아내고,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한 후 양해를 구하면 대부분 환경 민원은 해결된다는 이치를 터득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민도 깊다. 현 시 쓰레기매립장이 시유지가 아닌 사유지에 있고, 이마저 오는 2020년이면 포화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는 "앞으로 쓰레기 매립장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매립장 광역화 활용 방안에 대해 골몰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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