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맛집] 창원시 이탈리아 레스토랑 '로마냐'

서 대리는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결혼적령기인 그는 부모님과 친구들 등쌀에 못 이겨 선과 소개팅을 수십 번을 봤고, 그게 끝이었다. 더 이상 진전은 없었다. 서 대리는 주말인 오늘도 어김없이 소파에 누워 텔레비전 채널을 돌려댔다. 텔레비전을 친구 삼아 과자 봉지를 뜯고 있을 무렵 강 대리에게서 전화가 왔다. "대학교 동창이랑 소개팅할래. 딱 네 스타일인데 한번 만나보는 게 어때." 대답은 우렁차게 했지만 소개팅 장소를 고르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매번 그랬다. 삼겹살에 구수한 된장찌개가 서 대리에게는 제격이지만 여자들 마음은 그렇지 않다. 포크에 돌돌 말아먹는 스파게티나 쓱싹쓱싹 칼질을 해야 하는 스테이크를 먹어야 한다. 손톱을 뜯으며 걱정하는 서 대리에게 강 대리가 조언했다. "봉곡동에 분위기 좋은 이탈리아 레스토랑 있는데. 내 여자 친구가 아주 좋아하더라. 거기 한 번 가봐."

지난해 6월 창원시 봉곡동 오케이메디칼 10층에 둥지를 튼 이탈리아 레스토랑 '로마냐'. 이곳은 서 대리를 비롯해 데이트족이나 근사한 분위기를 즐기는 이들이 찾고 있다. 그럴 만도 했다. 니은(ㄴ) 자로 펼쳐진 내부는 온통 통유리로 둘러싸여 있었다. 전망도 좋다. 뭇 남성이 고백을 해도 금방 받아들일 것 같다.

   
 

"로마냐는 이탈리아 중부에 있는 '에밀리아 로마냐'(Emilia Romagna)에서 따왔어요. 이탈리아 지명이기도 하지만 '로마냐?(로마야?)'라고 사람들이 되물어볼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랍니다"라고 황귀순(36) 사장은 말했다.

황 사장은 20살 때부터 프라이팬을 잡았다. 그저 요리하는 것이 즐거웠던 그는 군대에서도 취사병을 했다. 서울과 부산 등지에서 요리사 생활을 했고, 시티세븐에 이탈리아 레스토랑 '일마레'가 문을 열면서 고향으로 돌아왔다.

"일을 그만두고 6개월 정도 이탈리아 여행을 했어요. 로마, 피렌체, 나폴리 등을 떠돌며 이탈리아 현지 맛을 직접 느꼈죠. 한국사람 입맛에 맞춰 이탈리아에서 사용했던 조리법을 응용해 보려 했습니다"라고 황 사장은 설명했다.

   
 

'로마냐' 분위기는 제대로다. 과연 분위기와 맛은 비례할까. 잘나간다는 메뉴를 주문했다. 고르곤졸라 치즈와 소안심으로 맛을 낸 크림 스파게티와 치즈 퐁듀소스를 곁들인 피에몬테 스타일의 최상급 안심스테이크, 허브향이 가득한 모둠 버섯 구이 샐러드다.

하얀 살결이 보인다. 살결을 파헤쳐보니 카망베르와 에멘탈, 고다, 고르곤 졸라 등 치즈가 곱게 녹아있다. 연하고 보드라운 그곳에 구운 감자와 두툼한 고깃덩어리 두 개가 수줍게 놓여있다.

쓱싹대는 나이프 소리에 포크가 재빨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삭한 것과 살짝 도는 핏빛 육질이 보인다. 스테이크 한 점을 치즈에 듬뿍 묻혀 입 안에 넣었다. 이유식처럼 부드럽게 녹는다. 크림빵보다 부드럽다. 씹을 필요도 없다. 이 고기의 정체가 궁금했다.

"한우 중 원 플러스하고 투 플러스만 써요. 모든 고기는 한우만 씁니다. 호주산, 미국산 등에 비해 고기 맛이 일정하게 좋죠. 스테이크를 참숯에 구우니 잡냄새는 없고 육즙은 살아있어요."라고 황 사장은 설명했다.

포크로 스파게티 면을 돌돌 말았다. 면은 다소 굵었다. 면과 크림소스가 플라멩코를 추기 시작했다. 최상의 파트너인양 호흡이 척척 잘도 맞았다. 구운 새송이와 느타리, 표고, 양송이버섯과 함께 맛봤다.

겉은 바삭하고 즙은 풍부한 버섯이 입안에서 물컹물컹 잘도 구른다. 느끼함도 전혀 없다. 고소함만 입안에서 맴돌 뿐이다. 발사믹 소스가 버무려진 샐러드는 한 입 먹을 때마다 아삭아삭 씹히고 잔향은 길었다. 개운하고 향긋하게 마무리됐다.

창원에도 제법 많은 이탈리아 레스토랑이 생겼다. 하지만, 주방장과 사장이 같은 곳은 '로마냐'뿐이다. 황 사장이 직접 주방장을 도맡고 경영도 책임진다. 그래서 더 믿음이 간다.

"음식에 대한 관심은 끝이 없어요. 16년 동안 '요리' 한 길만 걸었어요. 무엇보다도 이탈리아 음식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싶었어요. 봉골레(바지락이나 모시조개 등 조개를 넣어 만든 스파게티)는 꼭 오일소스로 만든다는 편견이 있는데, 그런 편견을 깨뜨리고 싶어 크림소스를 곁들이기도 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합니다."고 황 사장은 덧붙였다.

<메뉴 및 위치>

◇메뉴: △버섯샐러드 1만 3800원 △고르곤졸라 치즈와 소안심으로 맛을 낸 크림 스파게티 1만 8000원 △성게알로 맛을 낸 해산물 크림 스파게티 1만 5800원 △피에몬테 스타일의 퐁듀 스테이크 3만 9000원 △런치 A 코스 2만 6000원

◇위치: 창원시 봉곡동 37-1 오케이메디칼 10층. 055-288-5588.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