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과 식물 여주 이야기-주로 관상용으로…당뇨·동맥경화 등에도 큰 효과

겨울 들판에 가장 활발하게 살아 있는 공간은 덤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새들이 깃들어 살아가기에 좋은 공간이기도 하지만 곳곳에 남아 있는 지난가을의 열매를 쪼아 먹으며 봄을 기다리기 가장 좋은 곳이기 때문입니다. 올 겨울은 유난히도 길어서 멈출 줄 모르는 추위 때문에 꽃망울도 새순도 봄을 기다리다가 지친 모습입니다. 겨울 동안 집안에 앉아 운동 부족과 영양 과잉에 둔해진 몸을 끌고 섣부르게 산길에 올랐다가 감기를 앓으며 그래도 양지쪽에 앉아 봄의 온도를 재어 봅니다.

아직 쑥순도 오르지 않은 양지쪽 덤불 가에 빨간 여주 열매의 흔적이 남아 새들을 불러들이고 있었습니다. 말라버린 과육인데도 그 색깔은 너무도 붉어 지난가을을 연상케 합니다. 박과의 한해살이 덩굴 풀로 주로 관상용으로 심어 노란 꽃과 빨갛게 익어가는 열매를 감상하며 아이들이 따서 신기한 듯 과육을 먹어보는 정도에 그치는 아열대산의 원예식물입니다. 우리나라에는 관상용으로 들어온 식물이지만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익히 좋은 약재로 활용해오던 식물이라고 합니다. 세계적인 장수촌인 일본의 오키나와 일대에서는 건강식품의 소재로 널리 애용된다고 하는데요. 요즘은 우리나라에서도 연구하는 곳이 늘고 있고, 전문 재배 농가도 늘고 있다 합니다. 열매가 익기 전에는 맛이 매우 쓰다고 '고과'라 부르기도 하고 영어로는 '비터멜론'으로 불린답니다.

우리나라에는 관상용으로 들어온 여주. /박덕선

이 여주가 요즘 와서 주목을 받는 큰 이유 중의 하나가 '식물 인슐린'이 풍부하여 당뇨에 효과가 크다는 것입니다. 더불어 피를 맑게 하는 성분이 있어 동맥경화에도 좋으며 쓴맛이 입맛을 돌게 해서 건위·정장 작용도 우수하다고 합니다.

특히 열매 속에는 베타카로틴·칼륨·철·미네랄이 풍부하여 동남아 지역에서는 요리재료로서 익히 사용되어 왔답니다. 초여름에 열리는 푸른 열매를 따서 씨 부분을 뺀 후 고기와 함께 삶아 먹거나, 기름에 볶아 먹기도 하며 소금에 절여 장아찌를 만들어 먹으면 쌉싸름한 맛이 입맛을 돋우며 더운 여름 더위에 지친 몸에 기운을 솟게 한다고 합니다. 또 얇게 져며서 잘 말려 두었다가 사철 차로 우려먹어도 좋다고 합니다. 당뇨를 앓는 사람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음료가 될 것입니다.

초여름 화단이나 울타리에 덩굴져서 샛노란 꽃을 피우다가 6월 즈음이면 울퉁불퉁한 기형의 모습으로 열매가 달립니다. 베트남에서 시집온 새색시가 마을 회관에서 요리솜씨를 보이기 시작하여 먹기 시작한 여주요리가 머잖아 우리 시장에도 등장하고 오이나 호박처럼 일상 속의 야채가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올 봄에는 여러분의 텃밭이나 화단에 여주 몇 그루 심어서 한 해를 즐겨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박덕선(경남환경교육문화센터 공동 대표)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