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말고도 살고 있네요] 이른 봄 깨어나는 산개구리…건강식품으로 알려져 수난

어떤 지자체에서는 북방산개구리가 농가 소득 증대 및 고단백 건강식품으로 재조명된다는 주장을 통해, 관내 농가의 소득증대 경영개선을 위한 희귀동물 인공사육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개구리 농장을 조성했다고 한다.

이 소식을 접한 인근 지역 개구리들은 비상령을 선포하고 봄 축제라 할 수 있는 '경칩(驚蟄)'행사를 내부적으로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정? 바야흐로 인간과 생존 전투에 전력을 다할 태세인 듯….

사실 말이지 경칩이 되어도 개구리는 세상 밖으로 깨어 나오고 싶은 마음이 눈꼽만큼도 없을 것 같다. 나오자마자 뜨거운 기름 솥으로 들어가 인간의 입맛 맞춤에 기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산개구리의 생태

우리나라에는 한국산개구리, 북방산개구리, 계곡산개구리, 이렇게 세 가지 산개구리가 있다. 그 중 한국산개구리는 우리나라 고유종으로 경칩이 되기 훨씬 전인 2월 중순~3월에 논이나 습지 주변에 알을 낳고 나지막한 야산에서 주로 산다. 10월 중순이 되면 습지나 물가 주변에서 겨울잠을 잔다. 이전에는 아무르산개구리라는 이름으로 많이 알려졌지만 2006년에 국명과 학명이 바뀌었다.

북방산개구리는 우리나라 전역과 극동아시아에 사는 종으로 흔히 볼 수 있다. 보통 3~4월에 논이나 계곡 주변의 웅덩이에 알을 낳는다. 이후 깊은 산속에 들어가 살고, 다시 겨울이 찾아오면 물속으로 옮겨 가서 겨울잠을 잔다.

계곡산개구리는 예전에 중국 일부 지역에서만 사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2000년대 들어 우리나라에도 살고 있음이 밝혀졌다. 3~4월 알을 낳으며, 앞의 두 종과는 다르게 흐르는 물 속 바위에 알덩어리(난괴, 卵塊)를 단단히 붙여 놓는 습성이 있다. 알을 낳은 뒤에도 물가 주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산개구리와 어린이

이들 산개구리 3종은 생김새도 조금씩 다르다. 한국산개구리는 몸통이 작은 편이며, 반면에 북방산개구리는 한국산개구리에 비해 몸통이 매우 크고, 물갈퀴도 발달한 편이다. 계곡산개구리는 고막 크기가 아주 작고, 물갈퀴가 매우 발달해 물속에 넣으면 축축 처질 정도다. 주둥이는 다른 두 종에 비해 둥글다.

산개구리. /김현태

요즘 유치원에서는 개구리 알의 성장 과정을 관찰하는 생태교육과정을 운영한다고 한다. 그러나 집으로 가져온 알은 금방 죽어버리고 어린이들 마음에 상처만 남기기 일쑤다. 현 교육환경으로는 어려울지 몰라도 아이들을 자연 속으로 직접 데리고 나가 개구리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현장에서 보게 하고 소중히 지켜야 할 생명임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물뭍동물은 비록 사람과의 경쟁관계에 있지는 않지만, 기후변화대응을 위한 지표생물로 중요하다. 자연과 밀접한 관계를 나누지 못하도록 방해받는 현실 속에 '자연결핍 장애'를 갖게 된 우리가 산개구리를 가볍게 여길까 두렵다.

/김인성(우포생태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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