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바람난 주말] (8) 고성 문수암과 약사전

우리나라는 어디를 가도 산과 물이 어우러진다. 곳곳에 이야기가 스며있고 사연이 있다. 길고 긴 겨울도 끝자락에 머물렀다. 이야기를 따라 풍경을 따라 이른 봄을 맞이하려고 떠난 곳은 바다를 품은 고성이다. 그 시작은 어디쯤이 좋을까?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중 하나로 지정된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에서 고성, 동진대교를 지나는 77번 국도에 몸을 실었다. 총 연장은 35∼40km이지만 이 중 동진 대교를 지나 약 10km가 한국의 아름다운 길이다. 암아 교차로에서 좌회전을 해 길을 따라가다가 동진대교에 차를 올리면 된다. 오르락내리락하는 해안도로와 갯벌, 바다 바로 옆을 달리면서 차창 너머로 멀리 보이는 빼곡히 초록색으로 덮인 섬들과 하얀 물길을 만들어 내는 배들의 평화로운 움직임은 눈을 시원하게 한다.

문수암.

잔잔한 바닷길을 따라 고성에 도착한다. 고성은 거의 모든 산마다 사찰과 암자가 자리하고 있다. 고성군 관광지도에 표시된 것만 30여 개에 이른다. 이 중 아름다운 길을 지나 들른 곳은 문수암, 그리고 문수암과 마주 보이는 곳에 자리한 약사전이다.

구불구불 길을 따라 한없이 올라가다 보면 무이산 높은 자락에 매달려 있다. 지금은 친절하게도 차가 문수암 입구까지 실어다가 주지만 688년(신라 신문왕 8) 의상대사가 창건할 당시에는 이 높은 산자락에 어떻게 암자를 지을 수 있었는지 오르면서 경건함마저 생긴다. 문수암은 의상대사가 걸인 모습을 한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에게 이끌려 무이산을 오르다가 절경에 감탄하여 정상 바로 아래에 암자를 지었다는 전설이 깃들어 있다.

문수암에서 바라본 약사전.

문수암 대웅전 앞에 섰다. 다도해의 크고 작은 섬들이 점점이 박혀 있고 높고 낮은 산들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데 장엄하다. 어스름한 안개가 더욱 분위기를 자아낸다. 눈을 멀리 둔다. 문수암에서 다도해 방향으로 내려다보이는 약사전에는 동양 최대의 금불상이 자리 잡고 있다. 다도해가 아닌 산 쪽을 바라보고 있는데 바깥에서는 약사전 지붕 뒤로 머리만 보인다.

문수암 입구에 놓인 조각상.

약사전으로 발길을 돌린다. 해동제일약사도장. 멀리서 보았던 약사여래불을 가까이서 보니 약간 굽어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다. 굽어 살펴주시길…. 절로 두 손이 모인다. 길을 따라 천천히 올라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거대한 좌불상을 마주할 수 있다. 좌불상 맞은편의 계단을 오르면 전망대가 있으며 다도해의 끝없는 풍광을 마주한다.

고성에서 제일경을 자랑하는 문수암과 약사전의 거대한 불상을 눈에 담았다면 이제 아이들에게 추억을 선물해 줄 차례. 오던 길을 되돌아오다 보면 탈 전문 박물관인 고성 탈 박물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다양한 표정의 장승들이 입구를 지키고 있다. 탈 박물관 안에는 고성오광대 탈을 중심으로 통영오광대, 가산오광대, 진주오광대 수영야류와 동래야류 등 경남 지역의 탈을 볼 수 있는데 그 모습이 괴기하기도 하고 우스꽝스럽기도 해 하나하나 볼거리다.

원래 탈은 우리가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가는데 방해가 되는 것 즉 '나쁜 탈'을 막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말한다는데 박물관을 돌아보며 올 한해 '무탈'하게 지내달라는 괜한 의미를 담아보기도 한다. 특히 상설전시관과 함께 이달 말까지 '우표로 떠나는 세계 탈 여행' 기획전이 열리고 있어 볼거리가 더욱 풍성하다. 

고성 탈 박물관에 전시된 다양한 종류의 탈.
탈 박물관 안의 서낭당.

<고성에서 하루 보내기>

진동에서 출발 →'한국의 아름다운 길'(동진대교를 지나 77번 국도)→문수암→약사전→문수암 보현식당에서 사찰 된장찌개와 각종 장아찌로 점심 먹기→탈 박물관

속세와 떨어진 자연속의 건강식

문수암과 약사전 갈림길에 도착하면 문수암 보현식당(고성군 상리면 무선리, 055-672-3475)이 있다.

절 아래에 있는 인연 때문일까. 전문메뉴는 '사찰 된장찌개'. 된장찌개에서 나물밥, 반찬까지 여느 식당에서 맛볼 수 없는 맛이다.

진한 색의 된장찌개는 땅콩과 콩가루, 들깨가 들어가고 버섯과 다시마 미역 등 바다 향마저 머금고 있다. 속가(?)에서는 쉬 맛볼 수 없는 맛이다. 나물밥에는 고사리, 버섯, 무나물에 깨소금과 들깻가루가 넉넉하게 들어가 있다.

"밥은 된장에 비벼드이소."

담백하고 구수하다. 거친 나물들이지만 된장과 어우러지니 목 넘김도 부드럽다.

반찬은 '장아찌'가 지천이다. 개운하면서도 깔끔한 장아찌들과 산나물 무침 등이 자꾸 손이 가게 한다. 먹으면 먹을수록 개운한 맛이다.

산 속에 자리한 식당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머뭇거린다면 후회할 듯. 속세와 떨어진 자연에서 먹는 건강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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