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공무원] (28) 통영시 우지연 어업진흥과장

그는 통영에서 '통(通)'으로 통한다. 주변 공무원도 말했고 기자들도 말했다. 그는 '수산통'이다. 수산직에만 33년, 이 방면 마당발이고 수산 전문가다.

통영과 인근 지역 수산직 공무원으로 있으면서 해박한 지식 때문에 붙여진 그의 별명은 인간적이다.

'꼬치까리.'

어업진흥과 우지연(53·사진) 과장의 공직 애환은 통영 바다였고 미래도 그랬다.

   
 

스무 살 때 대학에 다니다 공직에 들어선 그는 어선등록 허가를 첫 업무로 민원, 현장 단속, 사업, 홍보, 연안 업무, 유통직 등을 두루 경험하며 서서히 '통'으로 변해갔다. 2009년 사무관으로 승진했지만 통이 되어가던 그 세월을 그는 "찰나 같다"고 말했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인근 지역에 근무할 때, 어민들이 법령 위반으로 고발당하는 사례가 많았다. 사전 조치해야 하는 게 공무원 도리다. 철거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 거다. 그래서 내 별명이 '꼬치까리(고춧가루)'였다. 설치할 수 없는 곳에 설치한 불법 굴 양식 시설이 많았다. 면허 취소에 형사 문제로까지 불거질 만큼, 작은 일이 아니었다."

동네 유지들은 대로(大怒)했고 그는 질겁했다.

"객지서 와 우리 어민 다 때려잡으려 한다고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그 어른들이 다른 곳을 알아보더만 까딱하다간 큰일 나겠거든, 그때야 진심을 알아줬다."

그는 그때를 "멍했지 뭐"로 답했다.

이어 그는 "어민 특혜란 말,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업을 하려면 어민 중 누군가 해야 하지만 아무나 할 수 없다. 보조비를 지원한다는 데서 자칫 오해를 일으킨다. 투자가 되고 어민은 자비를 들여야 한다. 사업자에게 혜택과 부담을 동시에 주는 거다. 이게 특혜라면 특혜다. 이런 일로 오해가 없었던 게 아니다. 비난이 쏟아지는데 일일이 대응은 못 하고 시간이 해결해 주기만을 기다렸다."

우 과장은 담담했다. '누가' '어떤'과 같은 구체적인 말을 성큼성큼 뛰어 건너는 게 그의 화법이었다. 그때 기분을 '솔직히'를 강요하며 물었다.

"기분 더럽지 뭐!"

우 과장은 연안계획계장 당시를 기억했다.

관광특구로 지정됐지만 당시 미륵도는 기반 시설이 약했다. 연안 침식 방지와 보존을 위한 해안도로 공사를 그는 생각했다. 사업비 30억 원쯤, 당시로선 규모가 컸다. 상급기관을 찾고 환경단체를 찾아 브리핑했다. 가는 곳마다 읍소하듯 했다. 죽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환경복원이라며 설득했다. 현장으로 가고 주민 동의를 구하고 견해를 인정하면서 조율해 갔다.

당시 사업에 대한 지금의 생각은 유쾌했다.

"주민들이 그 길을 많이 이용하고 아침 운동을 한다. 가끔 거길 가면 내가 시작했다는 느낌(자랑스럽기도 하고 쑥스럽다는 느낌의 웃음). 착공은 했고 직을 옮겼기에 완공은 보지 못했다. 그런 생각이지 뭐. 개코나 내가 한 게 있어야지!"

굴 양식은 통영 수산업의 큰 축이다. 이게 돈벌이는 되지만 까고 난 껍데기 처리가 심각했다. 산업 폐기물 적용을 받는 굴 껍데기는 민관 모두에게 골칫거리였다.

수산물유통계장 당시 우 과장은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

방치되거나 불법 매립하는 등 문제가 많아지자 어민들이 고발당하는 사례까지 생겼다. 100여 어가가 굴 까기 작업을 하는 상황, 방치할 수 없었다.

"굴 껍데기 30만 t을 올해까지 패각처리 공장으로 보냈다. t당 2만 원 정도 혜택을 받았으니 전체 60억 원 정도로 실질적 어민 혜택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왜 수산통으로 불리는가.

"공직 시작부터 다양하게 수산 업무를 섭렵했다. 물어보는 사람은 다양한 업무를 물어본다. 100% 답은 안 되어도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인 것 같다. 모르는 것을 물어보면 내가 공부하게 된다. 많이 알기보다 질문이 스승이었다.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다는 것뿐, 의문에 공부하고 답할 수 있으면 통이라고 하는가 보다(웃음)."

2년 6개월간 산양읍장으로 종합행정을 본 그는 올 초 어업진흥과 과장으로 왔다. 통영 수산통의 본청 귀환이었다.

"통영 해안선은 617㎞다. 이 해안선의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우리의 숙원이다. 바다생물 씨앗을 뿌리고 해안선을 정리해야 한다. 시간과 돈이 필요하지만 바닷물에 손을 딱 넣으면 해삼 조개가 만져지는 그런 바다를 나는 꿈 꾼다."

바닷물에 손만 넣어도 해삼 조개가 만져지는 해안, 지금 잃어버린 바다가 아닌가 싶다. 통영 꼬치까리, 우지연 과장이 그렇게 해 보겠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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