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맛집] 창원시 의창구 '의령소바'

지난 2008년 KBS1 다큐멘터리 <누들로드>를 재밌게 봤다. 국수 한 그릇으로 동서양 문명사를 되짚어 볼 수 있다니 새삼 놀라웠다. 이욱정 연출자가 꼽은 가장 맛있는 국수는 무엇일까? 바로 히말라야 산맥 아래 작은 나라 부탄에서 맛본 메밀비빔국수다. 유학자 이시명 씨 부인 안동 장씨가 쓴 요리책 <음식디미방>(1670)도 메밀을 으뜸가는 국수재료로 소개했다. 메밀국수가 가진 매력이 뭐기에 너도나도 좋다고 하는지, 그 매력에 쑥 빠져보고 싶었다. 그래서 찾았다. 바로 김미영이 쓴 <대한민국 누들로드>. 저자가 서울에서 제주까지 방방곡곡을 찾아다니며 국수 대동여지도를 만들었다. 메밀국수를 찾아 이집저집 책장을 넘겼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에서 넘어온 음식문화'라는 부제가 눈에 띈다. 바로 의령소바다. 저자는 식당 두 곳을 추천했다. 그 중 한 곳이 다시식당. 이곳과 똑같은 맛을 낸다는 창원 의령소바 집을 찾았다.

창원시 의창구 사림동 144-9번지. 가게 이름은 '의령소바'. 단순하면서도 짧다. 소바는 메밀가루로 만든 국수로 뜨거운 국물이나 차가운 간장에 무·파·고추냉이를 넣고 살짝 찍어 먹는 일본 요리다. 일본에 있어야 할 국수가 왜 의령에 있는 걸까.

그 유래를 찾아봤다.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건너갔던 사람들이 해방 후 고향으로 돌아올 무렵, 의령군 부림면 신반마을에 사는 한 할머니가 일본에서 메밀소바를 배워와 이웃사람들에게 대접했다고 한다. 인기가 좋았는지 할머니는 장터 골목에 가게를 차렸고 그게 곧 의령의 대표 음식이 된 것이다.

/박일호 기자

"친정이 의령이고 어머니가 의령소바 가게를 했어요. 일본에 잠깐 살기도 하셨죠. 의령소바는 일본식 메밀소바와 달라요. 우리의 입맛을 고려해 한국식으로 만든 거예요. 막내이모가 어머니 뒤를 이어 의령에서 다시식당을 운영하고 있어요"라고 강윤정 사장은 설명했다.

맛이 궁금하다. 양부터 시골 향취가 정겹게 담겼다. 우선 고명이 눈에 띈다. 장조림, 시금치, 양배추, 숙주나물, 파 등이 보이고 까무잡잡한 메밀국수, 보기만 해도 구수한 육수가 한가득 담겼다. 국수는 국물이 중요하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물을 우선 먹었다. 고소하면서도 진하다. 멸치육수다.

메밀국수에 시금치·장조림 등과 버무려 먹으면 투박하지만 포근한 '아랫목' 맛이 절로 느껴진다./박일호

속풀이용으로 그만이다. "온소바 육수는 멸치 국물이에요. 멸치의 질은 금세 국물로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질이 좋은 멸치를 골라 매일 아침 육수를 만들어요. 거기에 다시마, 파, 뿌리채소 등을 넣어 얼큰한 국물을 만들죠"라고 강 사장은 덧붙였다.

'후루룩' 메밀국수를 건져 고명과 함께 맛봤다. 쫄깃쫄깃한 장조림과 아삭아삭한 양배추가 면과 잘 버무려졌다. 나물 특유의 식감과 혀를 감동시키는 맛은 담백했다. 장조림은 '의령소바 맛은 장조림 맛에 좌우된다'고 할 정도로 중요한 요소인데 쫄깃쫄깃하니 간도 고루 밴 것이 별미임이 틀림없다.

탱탱함이 조용하게 살아 있는 면도 '후루룩' 잘도 넘어간다. 비법이 뭘까?

"메밀은 의령에서 가져와요. 매일 아침 생면을 만듭니다. 하루 팔릴 분량만큼요. 짭조름한 쇠고기 장조림과 시금치, 양배추, 숙주나물 등도 최상의 재료만 씁니다.

화학조미료는 일절 사용하지 않아요. 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 있는 그대로 정성껏 만드는 것이 비법이면 비법이죠"라고 강 사장은 말했다.

'의령소바'에는 온소바, 냉소바, 비빔소바 세 개 메뉴만 있다. 투박하지만 포근한 '아랫목' 맛이 느껴지는 멸치 육수에 계란 노른자처럼 빛나는 고명이 곁들여진 온소바 한 그릇. 추운 겨울에 이만한 천국은 없다.

   
 

<메뉴 및 위치>

◇메뉴: △온소바 6000원 △냉소바 6000원 △비빔소바 6000원

◇위치: 창원시 의창구 사림동 144-9번지 055-262-5337.

메밀 어디에 어떻게 좋을까

허준이 쓴 <동의보감>에는 '메밀의 성질은 평하고 냉하며, 맛은 달고 독성이 없어 내장을 튼튼하게 한다'고 적혀 있다.

메밀은 쌀이나 밀가루보다 아미노산이 풍부하며 필수아미노산인 트립토판, 트레오닌, 리신 등이 다른 곡류보다 많다.

따라서 단백질이 많으며 비타민 B1, B2는 쌀의 3배, 그리고 비타민D, 인산 등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마그네슘이 풍부하고 비타민B군도 있어서 신경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메밀에 들어 있는 코린 성분은 숙취해소에 도움이 된다. 위와 장도 튼튼하게 한다. 설사, 딸꾹질, 장이 자주 뭉칠 때 효과가 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