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 있습니다] 경상남도 하천관리위원회 이대로는 안된다

지난 2월 7일 거창의 시민사회 단체들이 먼 길 마다 않고 경남도청 앞에 모였다. 경상남도 하천관리위원회를 허수아비로 형상화한 퍼포먼스를 연출하며 거창 위천천을 지키기 위한 굳은 결의를 보여주었다.

어 브리핑룸 기자회견과 정무부지사 면담도 함께 했다. 문제의 핵심은 경남도의 하천관리위원회와 담당 공무원이었다. 하천관리위원회는 지방하천에 대한 하천의 지정·변경 또는 지정 해제와 하천의 자연친화적 정비·보전에 관한 사항을 다루는 등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하천 사용의 이익 증진과 자연친화적인 정비·보전은 물론 하천기본계획 등을 철저히 심의해 하천을 적정하게 관리하고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이 목적이다. 하천관리위원회는 하천 관리에 대한 제반 사항을 다루는 만큼 철저하고 신중한 검토와 심의가 이루어져야 하며 거듭 강조하지만 막중한 책임 또한 수반된다.

지난해 10월 논란이 되었던 창원생태하천조성사업 현장 조사 모습. /경남도민일보DB

하지만, 경남도 하천관리위원회는 관행적으로 진행되는 하천관리 기본계획수립과 용역발주를 위한 형식적인 위원회로 전락됐다. 하천에 대한 심의과정에서 의례적이고 형식적인 심의로 일관하는 등 무차별적인 개발행위를 방관하고 있다.

위원회가 형식적인 단체로 전락한 책임은 우선적으로 하천관리위원들에게 있지만 경남도와 공무원들의 책임 또한 매우 크다.

하천 한 개당 최소 1일에서 3일 정도는 시간이 필요한데도 심의 대상 하천이 6개든, 10개든, 41개든 불과 15일 안에 사전 심의를 마쳐 검토의견서를 용역업체에 송부해달라고 요청한다. 경남도는 심의도 하기 전에 용역업체에 사전 의견서를 송부하라고 하는 것은 도가 하천관리기본계획(안)을 용역업체에 미리 발주해 놓고 하천 관리 심의는 절차를 위한 형식적이고 요식적인 행위로 처리하는 데 지나지 않음을 드러냈다.

지금까지의 관행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고 인위적인 정비보다 하도의 직강화, 콘크리트 호안, 복개 등으로 파괴된 생태환경 및 자연경관 등을 복원하고 개선해서 생태하천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관 주도로 행해진 일방적인 계획수립에서 벗어나 해당 주민과 전문가들로 주민협의체를 구성하고 이를 통해 의견을 수렴해야 마땅하다.

지난해 4월 탁류 방지시설 등의 안전조치를 등한시해 현장에서 흘러나온 황토색 흙탕물이 북부천 시가지 친수공간으로 흘러들어 주민 반발을 샀던 양산시 명곡동 소하천 정비공사./경남도민일보DB

이렇게 좀더 현실적인 하천기본계획이 수립될 수 있다. 요식행위로만 진행하고 있는 주민공청회나 설명회를 실질적인 이해당사자가 계획 수립 단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

이에 경남도 하천관리위원회가 관행처럼 되풀이해 온 근본적 문제를 직시하고 반드시 탈바꿈시켜 올바른 하천기본계획(안)을 수립하기 위한 개선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러면 하천관리위원회가 안고 있는 총체적 문제점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경남도 하천관리위원회를 운영함에 있어 기본관리계획수립에 해당하는 하천에 대해 위원들로 하여금 반드시 현장 실사를 필수로 하게 하여야 하며, 경남도는 현장 실사에 필요한 제반 지원을 다하여야 한다. 해당 하천에 대해서는 해당 지역민이 제일 잘 알고 있으며, 이런 지역민을 만나야 그 하천의 역사와 더불어 다양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기 때문이고, 하천의 생태와 모양도 직접 보지 않고 판단할 수는 없는 일이다.

거창 위천천도, 양산 당곡천도 그 곳에 가서 주민의 목소리를 듣고, 또 기본관리 계획 수립 시점부터 종점까지 헤매다니며 보았기에 용역 내용과 다름을 확인할 수 있었고, 그래서 아니라고, 잘못됐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용역 보고서와 현장 실사가 무엇이 다르냐? 용역 보고서가 현장 조사한 내용인데 그것만 보면 되지……." 경남도 담당 공무원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의식이 여실히 드러나는 말이다.

둘째, 하천관리위원회 심의 의결을 해당 하천에 대해 다수결이 아닌 만장일치로 전환하여야 한다. 소수 위원의 기본관리계획 재심의 의견 또는 반대 의견은 무시해도 되는 휴지 조각이 아니다.

다수결 의결로 무조건 통과가 아니라 문제 제기가 있는 하천에 대해서는 현장 실사와 더불어 재심의가 반드시 시행되어서 해당 하천에 대한 정보를 지자체가 누락하지는 않았는지, 지역민들의 반대 목소리를 묵살하지는 않았는지 다시 한 번 살펴보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거창 위천천이 보여주는 문제가 바로 이런 것이다. 위천천을 지키기 위해 경남도청으로 찾아 온 주민들에게 경남도 생태하천과 담당공무원은 "하천기본계획 용역(안)을 심의 통과를 시킨 건 하천관리위원회며, 이미 고시가 되었고, 재심의는 할 수 없다"고 했는데, 이런 말은 하천 심의를 마친 후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하천관리위원회가 경남도와 공무원들의 방패막이로 이용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이다.

전국의 지자체들은 생태하천조성사업이란 이름으로, 혹은 하천복원사업이라는 또다른 미명으로, 청계천 같은 친수 공간 만들기가 대세인 양 혈안이 돼 있다. 단체장의 치적만을 위한 시민들의 혈세 낭비와 하천의 생태계 파괴를 더 이상 묵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신금숙(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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