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 박흥열(30)·우정숙(30) 부부

결혼을 생각하는 평범한 연인들에게 상대를 가족에게 소개한다는 것, 나름대로 큰 고비다. 물론 어차피 서로 마음 통하면 주변에서 뭐라 하든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가족에게 지지를 얻고 시작하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 그 차이는 연인들에게 늘 어렵다.

우정숙(30·사진 왼쪽) 씨를 소개하기로 마음먹은 박흥열(30·창원시 성산구 신촌동) 씨는 해마다 행사처럼 치르는 가족여행을 기회로 삼았다.

"1년에 한 번 가족여행을 해요. 부모님, 누나·형 가족과 함께 가지요. 모두 짝이 있는데 저도 한 명 데리고 가겠다고 했습니다. 식구들도 별말씀 없으셨고요."

   
 

일단 기회를 잡은 흥열 씨, 정숙 씨가 점수를 딸 수 있게 간단한 사전 교육(?)을 진행한다. 싹싹하게 대하고, 걷다가 한 번씩 자연스럽게 아버지 팔짱도 끼고…. 유치원 교사였던 정숙 씨에게 크게 어려운 주문은 아니었다. 어르신들은 농담처럼 흥열 씨에게 결혼 여부를 물었고, 흥열 씨는 '결혼한다면 이 사람'이라고 답했다. 결과는 괜찮았을까? 흥열 씨 아버지는 이후 주변 사람들에게 정숙 씨를 소개할 때 '우리 작은 며느리'라고 했다. 그런대로 연착륙한 셈이다.

흥열 씨와 정숙 씨가 처음 만난 것은 대학에 다니던 2002년이었다. 우연히 만난 흥열 씨 친구 옆에 같은 동아리에 있는 친구라며 인사한 사람이 정숙 씨였다.

"낯가림이 없었고 활발한 성격이었어요. 어색하지 않게 친해질 수 있었지요. 학교 다닐 때는 연애까지는 아니었고 그냥 여러 친구와 자연스럽게 만나고 놀았어요."

흥열 씨는 2003년 1월 입대했다. 입대 전에 정숙 씨에게 사귀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으나 정숙 씨는 별 반응이 없었다. 흥열 씨는 감정을 정리하지 못한 어중간한 상태에서 입대했다. 그래도 군대에서 연락을 주고받을 사람이 별로 없었던 흥열 씨에게 정숙 씨는 의지가 됐다. 2005년 2월에 제대한 흥열 씨는 다시 정숙 씨에게 마음을 전했고 그제야 정숙 씨는 받아들였다.

"같이 있으면 편했고 재미있었어요. 뭐라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늘 생각나더라고요. 그런 거 있잖아요. 비 오는 날이면 우산을 챙겨갔는지 걱정되고…. 다른 사람들 만날 때는 그런 생각 안 하는데…."

흥열 씨가 회사에 다니면서 만남은 주말로 몰렸다. 더 자주 보고 싶고, 늘 함께 있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짙어지자 답은 결혼이었다. 흥열 씨는 정숙 씨에게 프러포즈를 한다. 방법은 연인에게 교과서라 할 수 있는 영화 <러브 액츄얼리·Love Actually>에서 찾았다. 스케치북과 정숙 씨가 좋아하는 인형·목도리 같은 선물도 준비했다.

"거창한 프러포즈는 아니었어요. 사실 제가 한 방법이 너무 뻔한 거잖아요. 그래도 아내는 좋아하더라고요. 고마웠습니다."

상견례를 마치고 정한 결혼 날짜는 2010년 4월이었다. 하지만, 흥열 씨와 정숙 씨는 다시 3개월 앞당겨 결혼 날짜를 정한다. 뜻하지 않게 일찍 맞이한 아들 덕분이었다.

"결혼하고 나서 친구들과 편하게 놀기도 어려워졌지요. 아내에게 용돈을 받아서 생활하고, 그런 변화가 있지요. 아내도 마찬가지예요. 아이 때문에 하고 싶은 것 못 하고, 스트레스받는 일도 많지요. 그렇다고 푸는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늘 활발해서 매력적이었던 아내는 결혼하고 나서 살림꾼 자질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정해진 수입을 알뜰하게 꾸려나가는 것도 대단한데, 푼돈을 목돈으로 만드는 재주까지 있었다.

"살림에 대해 제가 신경 쓰는 것은 없어요. 용돈 받아 쓰고, 부족하다 싶으면 조금 졸라서 더 받고 그랬는데, 아내는 없는 돈을 잘 모아서 일정한 시간이 지날 때마다 결과물을 내놓더라고요. 그럴 때면 참 흐뭇하지요. 제가 혼자 살았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아닌가요."

늘 미안한 점도 있다. 흥열 씨는 정숙 씨가 살림 때문에, 아이 때문에 자기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고 희생한다고 했다. 그렇다고 자신이 특별하게 챙겨주는 것도 없고…. 그래도 뭐든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기쁘고 흐뭇하다고 했다. 놀러 갈 때, 마트나 시장을 갈 때도 같이 움직이는 그런 일상이 흥열 씨에게는 행복이다.

"연애하기 전에는 안 그랬는데 지금은 걸핏하면 저를 때려요. 그거 빼고는 다 좋아요. 가족이 모두 건강하고 화목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늘 저에게 아내는 예쁜 사람입니다. 그런 표현을 하면 귀찮아하기도 하지만, 그런 모습조차 좋아요."

※결혼 기사를 매주 월요일 6면에 게재하고 있습니다.

사연을 알리고 싶은 분은 이승환 기자(010 3593 5214)에게 연락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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